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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용" 의사 믿었더니…통증 잡고 마약에 중독됐다 (풀영상)

<앵커>

마약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요. 병원을 통한 처방 부분을 살펴보면 우리 국민 2.7명 가운데 1명꼴로 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마약류를 너무 쉽게 처방해주는 곳도 있고, 심지어 통증 치료를 받다가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먼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한 내용 보시겠습니다.

<조동찬 기자>

한국의약품 안전관리원.

국내 모든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실시간으로 집계됩니다.

[강백원/식약처 대변인 : (의료용 마약류의) 사용량이나 기간, 그리고 목적 등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날 때 전문가 자문을 거쳐서 수사 의뢰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마약류 처방은 한 달에 1천만 건이 넘는데 지난 한 해, 수상한 처방을 받은 51명이 적발됐습니다.

40대 주부 김 모 씨는 복잡 부위 통증 증후군으로 10년 전부터 대학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았습니다.

[김 모 씨/복잡부위통증 증후군·마약 중독 환자 : 이거 중독되는 거 아니냐? 근데 대부분의 의사들이요. 정말 치료용으로 하는 거는 중독이 없다(고 해서) 저도 믿었죠.]

통증은 잡았는데, 마약에 중독됐습니다.

[김 모 씨/복잡부위통증 증후군·마약 중독 환자 : 지금 헷갈려요. 이게 통증 때문에 아픈 건지, 금단 때문에 아픈 건지.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하고 왔다고 해요. (마약 중독 증세가) 지옥이 있으면 나쁜 짓을 해서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지면 이런 느낌이구나.]

통증 전문가는 많은데 중독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조성남/국립법무병원 원장 : (의사들도)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조금 배우긴 하지만, 마약류 중독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도 없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20대 박 씨는 지인을 통해 의료용 마약 펜타닐에 중독됐습니다.

[박 모 씨/마약 중독 환자 : 그 동생이랑 어울렸어요. 계속 (펜타닐을) 그냥 줘요. 그냥 계속 줘요. 그러다가 일주일 뒤에는 돈을 달래요. 결국, 그게 수법이었던 거죠.]

중독 후에는 병원을 찾아 마약을 구했습니다.

[박 모 씨/마약 중독 환자 : 펜타닐은 다섯 군데 병원에 가면 세 군데는 안 주고 두 군데 정도는 줍니다. 저는 이미 법적으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상태(치료감호 중)인데, 의사들은 처벌 안 받아요.]

정상적인 처방으로 마약에 중독된 사례는 조사 한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김원배·양지훈,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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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서 정부는 전국에 21개 병원을 전문 병원으로 지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마약 환자를 받는 곳은 훨씬 적고, 치료받고 싶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어서 신용식 기자입니다.

<신용식 기자>

40대 A 씨는 10대 때부터 30년 넘게 여러 종류의 마약을 복용했습니다.

2차례 수감 생활에도 유혹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마약전문병원에서 3년간 치료를 받은 뒤에야 마약을 끊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전문병원에서 진료받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A 씨/마약 중독 치료 환자 : 진료 예약을 하면 기본 두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 안에 수많은 생각이 올라올 거 아니에요? 그러다 보면 또 재발을 하고….]

전국에 21개 전문병원이 지정돼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 마약 치료 환자 가운데 96%가 2곳으로 몰렸습니다.

지정병원 가운데 14곳에서는 마약 환자를 아예 받지 않았습니다.

마약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치료인력과 시설규모 등을 토대로 지정합니다.

그러나 해당 병원들은 치료 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문병원 지정부터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마약 지정 병원 관계자 :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 필요한데 의사가 부족하니까 그게 가장 어려움이 있고….]

[박용덕/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 : 제일 먼저는 예산 문제 같아요. 마약 전담하시는 의사 선생님들도 적을뿐더러…. 정부에서 예산을 더 확정을 (해줘야)….]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복지부는 치료 여건을 갖춘 병원을 다시 지정하고, 마약 전담 전문 의료진 양성과 진료 병원 인센티브 제공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김윤성, 그래픽 : 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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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얘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마약류 병원 쇼핑 막을 수 없나?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식약처 시스템으로 마약류 병원 쇼핑을 사후에 적발할 수는 있지만, 미리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성남/국립법무병원 원장 : 마약류를 얼마나 투여를 받았는지를 알아보려면 의사가 다른 시스템에 들어가 가지고 그걸 따로 찾아봐야만 알아볼 수가 있게 돼 있지, 자동으로 뜨질 않으니까, 의사들이 바쁜데 그걸 누가 찾아보겠습니까?]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결국 의사 처방 시스템에서 쉽게 알 수만 있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건데요. 식약처의 실시간 시스템과 복지부의 처방 시스템을 서둘러 통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Q. 치료 목적 마약에 중독…의료사고 아닌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정상적인 마약류 처방으로 인한 중독은 국내 진료 환경으로 걸러내기는 어렵습니다.]

[천영훈/마약중독치료지정병원장 : 1~2분밖에 안 되는 진료 시간에 (환자의) 금단 증상에 대해서 점검하고 (마약류에) 내성이 생기는지 아닌지 물어보고, 시간적 여유가 없죠.]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이런 마약 중독이 의료 사고로 인정되거나 의사가 처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 선한 목적으로 처방을 하지만, 그게 마약 중독이라는 악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의사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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