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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 작전명 '모차르트'…SK의 수상한 파트너

<앵커>

오늘(7일) 뉴스는 저희 탐사보도 끝까지판다 팀이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재계 2위인, SK 그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K는 몇 년 전, 한 반도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 중간에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이 펀드운용사는 방금 이야기했던 반도체 회사뿐 아니라 SK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사들만 인수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황들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SK는 왜 그런 결정을 했고, 두 회사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 건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8인치 반도체수탁 생산 기업인 키파운드리입니다.

2004년 하이닉스에서 분리됐던 매그나칩 반도체 사업 부문으로 있다가, 2020년 3월 사모펀드와 4천149억 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합니다.

SK하이닉스와 새마을금고가 절반씩 투자한 펀드로, 운용사는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입니다.

그리고 이 사모펀드는 1년 7개월 만에 다시 키파운드리 매각 절차를 밟습니다.

인수자는 펀드 투자자였던 SK하이닉스, 매각가는 펀드가 살 때 보다 1천500억 원 이상 비싸진 5천698억 원입니다.

결과적으로 운용사를 통하면서, SK하이닉스는 펀드 투자 수익을 제외하고도 키파운드리 인수에 825억 원을 더 쓰게 됐고, 알케미스트는 펀드 자금 관리 및 매각 성공 보수 명목으로 171억 원을 챙겼습니다.

SK와 알케미스트는 당시 SK가 처음부터 직접 매수에 나섰다면 매그나칩이 매각 비용을 높였을 것이라며 성공적 거래라는 입장입니다.

SK는 또 "직접 인수할 의사가 없어서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2021년 경영환경이 급변해 경쟁을 거쳐 인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판다팀은 이런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 담긴 문서들과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관련 문서는 모두 거래 관련자들이 작성했고, 이들은 이번 거래를 모차르트 프로젝트 또는 모차르트 딜로 명명했습니다.

M사 즉,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 인수 보고' 제목의 문건, 사모펀드의 키파운드리 인수 8개월 전인 2019년 7월 작성됐습니다.

각종 실사 내용과 함께 인수전략이 적혀 있는데, 문맥상 인수 주체는 펀드가 아닌 SK 하이닉스로 보이고, 작성자는 다름 아닌 SK하이닉스 직원입니다.

[사모펀드 업계 전문가(대독) : 이 정도 내용이면 SK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할 계획을 다 짰고, 인수에 필요한 내밀한 자료도 다 준비한 것으로 봐도 됩니다.]

넉 달 뒤인 2019년 11월 작성된 다른 문건을 보면, 기업 가치 산정 방식인 '에빗따 멀티플'이 정해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모펀드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도 전에 이미 엑시트 프라이스, 즉 펀드가 되팔 때 매각가격 산정 방식이 결정돼 있는 겁니다.

[김정철 변호사 : PEF(사모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을 인수를 한 다음에 밸류(가치)를 높여가지고 그 이후에 매각의 가격이나 이런 것이 산정이 되는 건데,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매각을 한다는 걸 전제로(해야만 이런 결정이 가능합니다.)]

같은 문서에는 전략적 투자자인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경영진을 사전에 내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두 달 뒤 작성된 다른 문건에선 SK 측과 운용사 관계자들이 만나 키파운드리 경영진 인사를 논의한 내용까지 적혀 있습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인사 등 경영은 운용사 고유 업무로, 투자자 관여는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이런 문서들을 통해 SK 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직접 인수할 계획이 애초에 있었고, 이후 알케미스트를 통하는 형식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취재진이 어렵게 만난 모차르트딜 관여자도 "이미 짜여진 판"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차르트딜 관여자 (대독) : 누구에게 얼마에 판다는 엑시트 플랜(매각 계획)도 다 정해져 있는 딜이라고 했어요. (SK하이닉스 측이) 충분히 단독 인수가 가능한데 사모펀드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친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SK 측은 "키파운드리 인수 내정은 사실이 아니고, 인사에도 개입한 적 없다"며 "당시 중국과 파운드리 사업을 협력하고 있어 키파운드리를 직접 인수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CG : 이준호·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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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SK-알케미스트 거래 의혹 관련

SK는 알케미스트와의 거래 의혹 보도에 대해 "최태원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었으나 최 회장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보도 내용 중 'SK가 펀드운용 업무에 개입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로 제시된 문건들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며, SK는 인수 대상 회사의 경영진 인사나 매각 가격 산정 방식에 미리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매각 가격 산정 방식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된 '엑시트프라이스(Exit Price)는 멀티플(Multiple)을 동일하게 하고 에비타(EBIDTA)만 줄여서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 문건은 "펀드 운용사에게 가격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큰 손해를 보라는,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SK가 알케미스트 존재를 숨기려 했다는 보도에 대해 "문건에 영문 이니셜로 표시된 투자 관계자('GP1', 'GP2')의 존재를 오해한 것이며, 따라서 '존재를 숨기려 했다'는 전제에 근거한 이후 보도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해왔습니다.

SK는 "모든 거래 과정은 독립적인 복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관련 법률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했다"며 "알케미스트가 SK가 밀어주는 회사들을 인수하거나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 보도는 당시 국내외 반도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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