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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동훈 '체포 요청'은 역대 최장? 따져 보니…

[사실은] 한동훈 '체포 요청'은 역대 최장? 따져 보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의원 297명의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이었습니다. 이 대표를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려던 검찰의 계획은 제동이 걸렸지만, '가까스로' 부결된 이재명 대표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투표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쳤습니다. 한 장관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을 상세히 열거하며 이 대표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총 15분 정도가 걸렸는데,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유 설명이 역대 국회에서 가장 길었다는 보도가 여럿 나왔습니다.

정말 그런지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 체포 동의안 회의록과 녹취록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한동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발언 시간 사실은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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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발언 시간 얼마나?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체포 동의안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까지 모두 54건으로 분석됐습니다. 16대 국회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15대 국회 12건, 19대 국회 11건 순이었습니다. 21대 국회는 정정순, 이상직, 정찬민, 노웅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5건이었습니다.

총 54건 가운데 본회를 열어 가부 투표에 부친 건 23건으로 전체의 43.3%에 불과했습니다. 

본회의 표결 전, 일반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나와 이번처럼 체포 동의안을 제출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국회 회의록과 영상 회의록, 녹취록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재된 발언 시간이 긴 순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한동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발언 시간 사실은 이경원

그간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민주화 이후 국회 기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이 15분 15초로 가장 길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두 번째가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를 요청할 때였습니다. 6분 5초가 걸렸습니다.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체포동의 설명이 5분 25초, 1995년 박은태 전 의원에 대한 안만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설명이 5분 4초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내용상으로는 노웅래 의원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체포 동의 설명이 1,487자로,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황교안 당시 장관의 설명 1,418자보다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황교안 전 장관보다 한동훈 장관의 말하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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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동의안과 불체포 특권


사실은팀이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 장관의 체포 동의안 요청 설명을 분석해 보니, 혐의 사실을 짧게 말하거나, 심지어 발언 없이 유인물 정도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개별 의원들이 체포 동의의 가부를 표결할 때, 정당의 이해 관계나 소속 정당의 역학 구도, 나아가 여론의 비판 등 여러 정무적인 부분을 고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혐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합니다. 다들 정치적으로 선택하는 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제대로 설명하든 그렇지 않든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체포 동의안은 무기명 투표입니다. 달리 말하면, 개별 의원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소신이 발휘될 여지가 아예 없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가령, 개별 의원이 정치 싸움에 천착하다가 그간 보지 못했던 혐의 관련 정보들을 알게 될 경우, 당의 이해 관계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혐의가 생각보다 무겁다고, 반대로 가볍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체포 동의안 제도 개선 논의 때마다, 의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자주 거론돼 왔던 이유입니다. 즉, 무기명 투표의 이점을 살리자는 취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의결 절차에 국회 내부 조사권을 발동하여 사건의 중대성, 체포 필요성 등을 파악하고, 이에 관한 정보를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은 긍정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 국회 입법조사처, 영장실질심사제도와 불체포 특권의 관계, 이슈와 논점, 제498호, 2012년 7월 24일.

사실은팀이 이번 체포 동의안을 제외하고, 민주화 이후 국회에서 부결된 14건의 체포 동의안도 모두 분석했습니다. 부결된 뒤 해당 의원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살펴봤는데, 최종심에서 무죄가 나온 경우는 딱 2건이었고, 대부분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뇌물과 같은 경제 범죄가 많았습니다. 

한동훈 이재명 체포동의안 발언 시간 사실은 이경원

적어도 지금까지 부결된 체포 동의안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범죄의 중대성 앞에 체포 집행을 일시적으로 연기한, 별 실효성 없는 방패였다는 방증일 겁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행정부에 의해 국회 기능이 약화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당위와 함께, 민주화 이후 국회의 위상이 높아져 남용 우려가 크다는 현대 의회주의에 대한 반성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냥 비판할 이유도, 마냥 지지할 이유도 없습니다. 분명한 점은 불체포 특권에 대한 제도 개선이 수십 년 제기됐지만,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까스로 부결

체포 동의안 표결 때마다 늘 논란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다가 수그러드는 게 현실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넘쳐나지만, 불체포 특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기 어렵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 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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