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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는 가능할까요

[사실은]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는 가능할까요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 요구서를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국회의원 신분인 이 대표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이 통과돼야 영장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일단 여야는 오는 24일과 27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체포 동의안은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27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입니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인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결 전망이 우세합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불체포 특권 포기' 카드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어제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가 떳떳하다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 심사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권성동 의원도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권 시절 강원랜드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당을 위해 스스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고 썼습니다.

국민의힘 말처럼, 의원 개인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게 가능한지 알아봤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사실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 팩트체크

알려진 대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사실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 팩트체크

그런데, 헌법을 자세히 읽어보면, 국회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받는 과정은 국회법에 적혀 있습니다.
 
국회법 제26조 (체포 동의 요청의 절차) 
①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하여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 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 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를 수리(受理)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즉, 정부는 의원 개인의 의사를 묻는 과정 없이, 체포 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표결을 통해 동의 여부를 나타내는 겁니다. 이런 까닭에 국회의원 개인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헌법학의 통설입니다. 의원 개인의 선택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의원 개인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개인의 특권이자 국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의원 개인은 이를 포기할 수 없다.
-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498호, 2012년 7월 14일

하지만, 법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정치적인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는 못해도, 정치적 관점에서 '간접적인' 포기 선언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효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21년, 경기 용인시장 재임 시절 부지 개발 인·허가와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체포 동의안 표결에 앞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말했습니다.

사실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 팩트체크

의원 개인이 법적으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수 없으니, 국회 전체가 자신의 체포를 동의해 달라는 겁니다. 결국, 정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총 투표수 251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96표, 기권 16표로 통과됐습니다. 정 의원은 영장 심사를 받은 뒤 법정 구속됐고, 지난해 9월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사실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 팩트체크
2021년 9월 체포 동의안 표결 당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왼쪽)과 표결 결과

물론, 동료 의원들이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키면, '불체포 특권 포기'는 불가능합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스스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했다고 썼습니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권 의원의 사례는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늦춰 영장 심사를 받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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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9일, 검찰은 당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해 강원랜드 채용청탁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정부는 5월 28일, 체포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헌법을 자세히 보시면 "국회 '회기 중'에 구속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즉, 국회가 열리고 있으면 체포 동의안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단독으로 6월 임시국회를 열었고, 민주당은 '방탄 국회'라고 비판했습니다. 6월 임시국회는 의장단 선출이 안 되고 있어서 본회의를 열지 못했고, 체포 동의안 표결도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권 의원은 영장 심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여야는 7월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7월 16일로 늦췄습니다. 권 의원은 국회가 열리지 않았던 7월 4일 법원에 출석해 영장 심사를 받았습니다. 권 의원의 영장은 기각됐고,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법적으로 특권 포기가 불가능하지만, 정치적 선언을 통해 국회의 동의, 정확히는 여야 모두의 동의를 유도하는 방식이 종종 쓰여왔던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법 위에 헌법 있고, 헌법 위에 여야 합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겁니다.

다만,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의원들의 '정치적 선언' 만으로는 특권 남용을 방지할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렸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힘주어 '불체포 특권 포기'를 말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논의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불체포 특권 폐지 추진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사실은 이재명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통해, 의원 개인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게 가능한지 팩트체크 했습니다. 불체포 특권을 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헌법 학계의 통설입니다. 법적인 관점에서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불체포 특권 포기'라는 정치적 선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는 방법이 있긴 했습니다. 의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체포 동의안 가결을 요청하거나, 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 영장 심사를 받는 방법 등입니다. 정치적 의미의 '불체포 특권 포기'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SBS 사실은팀은 법적, 정치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 "의원 개인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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