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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똑같은 메뉴, 배달 앱이 더 비싸"…많이 시킬수록 손해?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1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 소식 들으시면서 "이거 진짜 이랬어?"라고 좀 배신감도 느낄 것 같습니다. 아니, 매장에서 파는 메뉴 가격이랑 배달 앱에서 파는 메뉴 가격이 다른 곳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으면 소비자는 당연히 내가 집에서 시켜 먹는 값이 식당에 직접 가서 먹을 때랑 똑같다고 생각하죠. 식당을 믿고 배달시키는 거죠.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이 서울에서 암행 조사를 좀 해봤더니 많은 음식점들이 메뉴의 배달가를 매장가보다 더 비싸게 받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찍은 메뉴판입니다. 매장에서 사 먹으면 김치볶음밥은 7천500원 치즈김치볶음밥은 8천500원인데요.

똑같은 메뉴가 배달 앱에서는 500원씩 더 비싼 게 보입니다. 집에서 이 식당 음식을 시켜 먹으면 같은 음식을 매장보다 더 비싸게 먹어왔단 얘기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에 서울 강남과 서초구를 이틀 동안 돌면서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온라인 배달을 겸하는 34개 음식점의 1천60여 개 메뉴를 살펴봤습니다.

분식집과 치킨집, 또 요즘 유행하는 샌드위치나 샐러드 전문을 비롯한 패스트푸드점들까지 34곳을 조사한 건데요.

이중에 절반이 넘는 20개 음식점이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받았습니다. 서로 가격이 달랐던 메뉴는 전부 541개였습니다.

그중에 딱 12개를 제외하고 사실상 거의 전부가 배달 앱으로 시킬 때 더 비싼 값을 받고 있었습니다.

<앵커>

참 그렇군요. 그럼 결국에는 이게 배달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겁니까?

<기자>

아무래도 그런 이유죠. 소비자원이 이번에 음식점 주인들에게 물었더니요.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이렇게 3대 배달앱이 배달비를 올리거나 광고비를 늘렸을 때 가격을 올려서 대응했다는 경우가 절반 정도였는데요.

이 중에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값을 그대로 두는 대신 음식의 양을 줄였다는 응답이 손님이 주문할 때 보게 되는 고객 부담 배달비를 올렸다는 답보다 많았습니다.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음식값을 슬쩍 올려 받는다는 경우들이 있다는 거죠.

일정량 이상을 주문하면 배달비를 아예 안 받는 대신, 음식값에 배달비용을 포함시키는 거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을 적게 시켜서 배달비가 붙을 때 배달비는 배달비대로, 음식값은 음식값대로 매장에서보다 더 내게 됩니다.

반대로 배달비가 면제될 양을 시킬 때도 더 시킬수록 소비자는 손해죠.

이번에 배달가가 매장가보다 비쌌던 메뉴들 전부 합해서 평균을 내보니 매장가가 6천80원일 때 배달가는 6천700원 정도였습니다.

한 메뉴당 평균 620원 정도 차이로 배달가가 10% 정도씩 더 비쌌다는 얘기인데요.

그런 메뉴 5개만 시켜도 매장에서보다 3천 원 넘게 8개를 시킨다면 5천 원 가까이를 더 내게 되겠죠.

더 많이 시킬수록 더더욱 비싸지는 구조가 돼버리는 겁니다.

<앵커>

참, 그런데 한 번쯤 짚어볼 게 식당이 배달비를 전가하든 뭐든 솔직히 가격 정하는 건 식당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제 문제는 나는 매장이랑 배달 앱이랑 가격이 같은 줄 알았는데 이게 다르다는 거잖아요. 여기에 핵심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거죠. 소비자원도 소비자가 자신이 내는 돈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이번에 배달가를 매장가보다 비싸게 받은 걸로 조사된 가게 중에서 이런 사실을 앱을 통해 알린 곳은 20곳 중에 7곳뿐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곳이 7곳뿐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이번에 조사한 34개 업체 중에서 31곳이 프랜차이즈였고, 그중에 18곳이 매장가를 배달가와 다르게 매겼는데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음식가격은 본사가 정해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라도 A점포는 매장가와 배달가가 똑같은데, B점포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프랜차이즈든 개인 가게든 하나하나 다 알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불가능하죠.

소비자원은 각 배달앱에 음식의 매장가와 배달가가 같은지 다른지를 정확히 표시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요청할 계획인데요.

요식업계도 질서를 확립해서 소비자들이 깜깜이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앞장서서 좀 더 투명하게 장사하는 분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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