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반대 목소리에도 행사를 치르면서 의미가 크게 반감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오늘(19일)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특전사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을 열었습니다.
'사죄와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행사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측이 행사장 밖에서 거센 몸싸움을 벌였지만, 경찰과 외주용역업체의 보호를 받으며 행사는 비교적 원만히 진행됐습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5·18은 올바른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굳은 신념과 정의감의 발로였고, 대한민국 역사와 민주주의 변천 과정에서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은 엄정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군인의 신분으로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들도 오랜 정신적·육체적 아픔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가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측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둘 다 옳다'는 의미의 양시론(兩是論)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행동강령을 통해 5·18의 숭고한 정신이 계승·발전되도록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화해와 용서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또 트라우마를 겪는 계엄군에게도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매년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합동 참배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두 단체는 이러한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조인식을 통해 서로 손을 잡았습니다.
5·18 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호국 영령과 민주 영령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완성일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용서하고 화해해 슬픔보다는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중 하나인 유족회가 '진상규명이나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사에 불참하면서 '화합'이라는 의미는 다소 퇴색했습니다.
예정했던 일부 행사를 제대로 열지 못했고, 묘지 참배 등은 일정을 변경해 서둘러 마치기도 했습니다.
식전 행사로 오월어머니 일부가 자신들의 회한이 담긴 창작곡 '5·18 어메'를 합창하기로 했으나, 특전사 군가인 '검은 베레모' 제창이 계획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오월 어머니들이 행사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검은 베레모는 5·18 최후 항전을 유혈 진압한 특전사 대원들이 승전가처럼 불렀던 군가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주최 측은 이날 검은 베레모 제창을 취소했습니다.
공수부대 출신 장교가 어머니의 연을 맺기로 한 5·18 최초 사망자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도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모자 결연식'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행사가 열린 5·18 기념문화센터 앞에서는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특전사 초청 행사를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 50여 명이 행사장 앞에서 규탄 집회를 벌이려다 길을 가로막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특히 특히 군복을 입은 특전사동지회 회원들이 행사장으로 입장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그 앞을 가로막은 경찰, 외주용역업체 관계자들과 다시 한번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피 묻은 군홧발로 5·18을 짓밟지 말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행사 강행을 규탄했습니다.
특전사동지회 측 관계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5·18 민주묘지 합동 참배도 이러한 반발이 예상되자, 주최 측은 일정을 변경해 공동선언식 전 특전사동지회 25명과 함께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운명을 달리하신 여러사람들의 묘지를 보면서 정말 가슴 깊이 많은 느낌을 받았다"며 "그 분들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참배는 군사 작전하듯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참배단 앞에서 헌화·분향했으며, 개별 묘역은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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