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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챗GPT에게 물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나?"

[마부뉴스] 혁신도 그만큼 빠르게 이뤄지고 있을까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은 혹시 OPEN AI에서 만든 챗GPT 써봤나요? 요즘 정말 챗GPT가 난리인 것 같더라고요. 월간 사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이 2개월이라고 하니까, 정말 대단한거죠. 인스타그램이 1억 명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 6개월, 유튜브는 2년 10개월, 구글은 8년이 걸렸다고 하죠? MS에서는 이 챗GPT를 활용한 검색 엔진을 발표하려고 하고, 이에 뒤질세라 구글도 바드라는 이름의 챗봇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최근 우리 주변의 기술들은 정말 미친 듯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 다룰 건 챗GPT 자체는 아닙니다. 아마 추후에 다른 레터를 통해서 챗GPT는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점차 진화해 가는 느낌이 드는 오늘날,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을까?
 

챗GPT야,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니?


거두절미하고 챗GPT에게 물어봤어요.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냐고 말이죠. 마부뉴스가 질문을 던진 챗GPT는 웹 액세스 기능을 추가한 web-챗GPT 버전입니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까지 접근 가능한 챗GPT이니 더 정확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물어봤어요. 한글로 질문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질문은 영어로 진행했다는 점 이해해 주세요.
 
Is technology advancing faster than in the past?

Yes, technology is advancing faster than in the past. The rapid development of technology is due to several factors, including the increasing availability of computing resources, improvements in algorithms and data storage, and the growing amount of data available for training machine learning models like CHAT GPT. Additionally, the rise of interdisciplinary research, collaborations, and innovative business models have also contributed to the fast pace of technological progress.

네, 기술은 과거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빠른 발전은 컴퓨팅 리소스의 가용성 증가, 알고리즘 및 데이터 스토리지의 개선, CHAT GPT와 같은 머신 러닝 모델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기인합니다. 또한 학제 간 연구, 협업,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증가도 기술 발전의 빠른 속도에 기여했습니다.

챗GPT가 바로 대답을 해줬습니다. "네. 기술은 과거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답하는 챗GPT를 보면 정말 기술이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듭니다. 챗GPT가 근거로 들었던 건 컴퓨터의 성능 발전, 데이터 양의 증가, 데이터 스토리지의 개선 정도입니다. 지금부터는 챗GPT가 이야기한 데이터들을 중심으로 얼마나 기술이 발전해 왔는지 검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먼저 데이터의 양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인류가 여태껏 생산해 낸 모든 데이터를 합치면 얼마나 될 것 같나요? 2018년 기준으로 인간이 만든 데이터의 용량은 33제타바이트(ZB) 정도라고 합니다. 1제타바이트는 1,000,000,000,000,000,000,000바이트로 0이 21개(!)나 붙어있는 단위입니다. 우리가 그나마 익숙한 단위로 환산하면 '조' 다음, '경' 다음인 '해' 단위를 사용해서 10해라고 표현할 수 있죠. 호주국립대학의 천문학자들이 현대의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별을 추정해 본 개수가 70제타 개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양인지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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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산하는 데이터의 양은 2025년엔 최대 181ZB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2030년엔 해마다 생산하는 데이터가 1요타바이트(YB), 즉 10의 24제곱 바이트까지 될 것이라는 자료도 나오고 있죠. 지난해 11월 18일에는 국제단위를 결정하고 관리하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가까운 미래에 10의 24제곱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수치 정보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10의 27제곱과 10의 30제곱을 나타내는 새로운 단위를 만들기까지 했죠. 10의 27제곱은 론나(R), 10의 30제곱은 퀘타(Q)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론나라는 단위가 얼마나 큰지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는 지구를 중심으로 약 465억 광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465억 광년이 어느 정도냐면요, 빛의 속력은 1초에 299,792,458m를 이동할 수 있는데 이 속력은 물질 혹은 에너지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속력입니다. 요 속도로 465억 년 동안 가야 하는 거리가 바로 465억 광년인 겁니다. 지름으로 보면 930억 광년인 건데 이걸 미터로 표현하면 8.8 X 10의 26제곱m로 표현할 수 있어요. 론나 단위를 사용하면 0.88Rm(론나미터). 천문학적인 규모도 론나 단위를 사용하면 1이 되질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위 상승을 이끄는 건 거대한 우주가 아닌 아주 작은 반도체 칩 안에서 이뤄지는 컴퓨터와 데이터 과학입니다. 데이터의 양은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학습하는 AI 모델들, 바로 챗GPT 같은 녀석들이 막대한 데이터를 양분 삼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의 양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걸 처리하고 연산하는 컴퓨터의 능력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마 무어의 법칙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Intel의 공동 창립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법칙은 집적 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하죠.

집적 회로는 전기 회로와 반도체를 모아 하나의 칩으로 구현된 걸 의미합니다. 마치 압축파일처럼 칩 하나에 욱여넣는 거죠. 집적 회로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가 주로 트랜지스터인데, 트랜지스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전자기기의 성능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어요. 컴퓨터의 두뇌 격인 CPU에 이 집적회로가 사용되면서 컴퓨터의 크기는 줄어들면서 성능은 고도화되는 혁명 같은 발전이 이뤄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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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위와 같이 표시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71년부터 2021년까지 50년간의 주요 집적 회로의 트랜지스터 수를 나타낸 겁니다. 말 그대로 트랜지스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1971년 세계 최초의 CPU인 Intel 4004에 사용된 트랜지스터가 2,300개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50년 뒤, 2021년 애플이 공개한 M1 Max 칩에 사용된 트랜지스터는 무려 570억 개입니다. 50년 사이에 트랜지스터 개수는 2,478만 배 이상 뛰어올랐어요.

데이터도 많아지고, 그걸 가지고 연산하는 컴퓨터의 성능도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면서 그걸 활용하는 인공지능 역시 엄청난 발전속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발간한 AI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부터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빠르다고 합니다. 집적 회로가 2년에 2배씩 향상된다면 인공지능은 3.4개월에 2배씩 성능이 좋아지고 있는 거죠.

성능이 좋아지면서 비용도 줄어들고, 학습에 걸리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2018년 이후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분류하기 위해 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 63.6%나 줄었습니다. 거기에 훈련 시간은 94.4%나 감소! 비용도 줄어들고 훈련시간도 단축되면서 AI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어가고 있죠. 발전된 AI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가 공개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툴을 활용한 연구팀은 지난 10년의 연구 결과보다 더 많은 단백질 구조를 단 3개월 만에 밝혀낼 정도입니다.
 

기술 혁신은 과거보다 둔화되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이디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체감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겠지만, 이 이야기는 MIT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2020년에 출간한 논문의 결론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연구 생산성은 매년 5.3%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13년이면 절반으로 떨어지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13년마다 연구에 투입되는 자원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인력도, 예산도요. 그걸 유지할 수 없으면 연구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위에서 이야기했던 무어의 법칙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1970년대 초에 필요했던 연구원보다 18배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거엔 집적 회로의 집적도가 오를수록 원가 절감도 이뤄졌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인 거죠. 경제성 측면에서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2022년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이렇게 얘기했어요. 무어의 법칙은 완전히 끝났다고요. 비슷한 비용으로 2배의 성능 상승을 기대하는 건 옛 일이라는 거죠.

최근으로 올수록 논문과 특허의 창의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1945년부터 2010년까지의 논문 2,500만 개와 1976년부터 2010년까지의 390만 개의 특허를 분석해 봤어요. 어떤 연구가 이전에 있어왔던 연구를 인용한 정도가 높다면 기존 지식을 활용하고 발전시킨 논문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만의 창의적인 연구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나타낸 게 CD 지수인데 1에 가까울수록 선행연구를 인용하지 않은 혁신적인 연구를 나타냅니다. 1945년부터 2010년까지 CD 지수의 흐름을 보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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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물리학, 사회과학, 기술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과거에 비해 CD 지수는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보였습니다. 사회과학은 1945년과 비교했을 때 2010년엔 91.9%나 감소했고, 물리학은 100% 감소했죠. 특허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허의 주요 분야(화학, 컴퓨터, 제약, 전자, 기계 등)들이 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컴퓨터 및 통신 특허에서도 93.5%나 감소했죠. 과거에 비해 연구과 특허의 창의성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 봤을 때 챗GPT는 세상을 바꿀 파괴적인 기술인 걸까요? 2018년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튜링상을 받은 얀 레쿤은 챗GPT를 두고 훌륭한 서비스이지만 혁명적이지는 않다는 평을 내렸어요. 챗GPT가 새로운 기술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방법론을 공학적으로 완성도 있게 내놓았다는 거죠. 사실 챗GPT를 들여다보면 구글이 발명한 트랜스포머 모델(인공신경망 모델)에 강화 학습을 적용한 서비스로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얀 레쿤이 오픈AI의 경쟁상대인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라는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피인용 횟수가 기술 혁신의 둔화를 불렀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 연구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되었던 건 바로 논문 인용 횟수입니다. 다른 연구 동료들이 해당 논문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로 연구의 성과를 판단하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이 피인용 횟수가 창의적인 연구를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과학자들 입장에서 인용될만한 논문을 쓰는 게 유리하니까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대신 인기 있는 주제에 몰리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거죠. 그런 인기 있는 주제들이 보통 컴퓨터 과학이라던지 인공지능과 같은 소수의 주제들인 거고요.
 

문화, 예술에서도 발견되는 혁신의 둔화


세상에 뛰어난 과학 기술을 나무에 매달린 열매라고 생각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당연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낮은 높이에 달려있는 열매들은 이미 과거에 다 따고 없을 테니까요. 이제 남아있는 과일은 저 높이 달려있는 녀석들뿐이니… 이 녀석들을 얻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겠죠.

혹은 공부할 지식의 양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도 창의적인 연구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분야만 공부하려고 해도 봐야 할 정보가 많은데, 그것들을 다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가장 인기 있는 논문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고 결국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겠죠. 연구뿐 아니라 우리가 보는 콘텐츠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면서 비슷한 경험 해봤을 거예요. 한정된 시간 내에 최고로 만족할만한 선택을 하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를 보는 게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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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대중문화, 특히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세기 할리우드를 지배했던 건 새로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영화계의 대세는 속편, 아니면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물이죠. 대부분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고 흥행도 잘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면 지금은 익숙한 캐릭터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셈입니다. 과학, 기술의 접근과 유사하지 않나요?

최근 5년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상위 10개 영화를 모아서 분류해 봤습니다. 속편은 색을 칠하고, 원작을 각색한 작품은 빗금으로 칠해서 구분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낸 오리지널 영화는 칸을 비웠는데, 결과는 어떨까요? 총 50편 중 오리지널 영화는 단 6편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고, 중국의 프로파간다 영화와 중국 전쟁 영화를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정도만 남죠. 나머지는 속편 아니면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거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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