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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 따로 행정 따로…'전세 보증사고 명단' 공개 왜 안 되나?

<앵커>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지난 2017년 정부가 내놓은 임대사업자 정책의 허점을 악용해서 전세 사기범들이 빠르게 집을 늘려갔었다고 저희가 얼마 전에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전세 사기를 저지른 사람들이 임대 사업자 자격은 계속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금 혜택은 혜택대로 받으면서 범행은 계속 이어갔던 겁니다.

먼저 정반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정반석 기자>

빌라왕으로 불리는 숨진 김 모 씨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보증금 2억 원을 떼인 A 씨.

김 씨가 범행을 계속 저질러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전세 사기 피해자 : 이미 피해자분들이 계셔서 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에 빌라왕의 임대 사업자 박탈 등을 요청했을 때 불가하다는 내용을 들었고. 피해자가 지금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지켜보기만 하니까 정말 분통이….]

세제 혜택 등을 받지 못하게 악성 임대 사업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법 규정은 이미 있습니다.

2020년 말 이후 임대 사업자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지자체장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자격이 박탈된 임대 사업자는 지금까지 단 3명뿐.

이들은 빌라왕이 전혀 아니었고, 주택 1~3채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임대사업자 말소 조건이나 절차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인데, 법원 판결이 확정되거나 임대차분쟁조정위의 조정이 성립됐음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이마저도 세입자가 판결문을 직접 가져다줘야 지자체가 검토를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지빙자치단체 건축과 공무원 : 임차인이 신고를 해서 저희가 조사를 하거나 아니면 임대인이 말소 신청해야….]

임대차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을 수락한 뒤에도 자격이 말소된 경우는 1건도 없습니다.

임대인이 조정을 거부하면 그만입니다.

[김민철/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위) : 국가가 할 일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수십 채 이상 보유한 일부 임대인들에 한해서는 집중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말소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정부와 법원, 지자체를 잇는 악성임대사업자 관련 전달 체계가 전혀 없다 보니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사기에 노출됐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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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다 보니 전세 사기는 계속 늘어만 갔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신고된 임대인 600여 명의 명단을 단독으로 입수해서 분석해봤습니다. 거기에는 세입자에게 주지 않은 보증금의 액수도 적혀 있는데, 그 돈이 100억 원이 넘는 임대인이 14명이나 됐습니다.

이 내용은 이혜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SBS가 확보한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의 전세 보증사고 임대인 명단입니다.

최소 2건 이상, 많게는 300건 가까이 보증사고를 낸 임대인의 숫자는 모두 669명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 기준 가장 많은 사고를 낸 악성 임대인은 60대 이 모 씨였습니다.

보증사고 건수 286건, 사고 금액은 580억 원입니다.

이 씨를 포함해 모두 14명의 임대인이 100억 넘는 보증사고를 냈는데, 보증사고 '100억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임대인의 사고 총액은 4천300억 원에 달합니다.

사고 금액을 10억 이상으로 낮추면 인원은 121명까지 늘어납니다.

'10억 리스트' 임대인의 보증사고 금액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회수도 거의 안 됐습니다.

보증사고 금액 대부분은 허그가 먼저 변제해주고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는데, 사고 금액이 많을수록 회수 비율은 뚝 떨어져서 '100억 이상' 사고 임대인의 경우, 겨우 7.8%만 돌려받았습니다.

이런 악성 임대인들이 주로 활동한 지역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CG : 최하늘·박천웅, 영상편집 : 김윤성, VJ : 박현우, 자료제공 : 민주당 김승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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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혜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확보한 임대인 명단 공개 불가?

[이혜미 기자 : 저희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을 하기 전어 내 돈 떼먹지 않을 나쁜 임대인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요, 그 대안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전세 사기 취재팀은 피해를 예방하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명단 확보를 그동안 검토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이름과 나이, 보증 사고 건수 같은 내용들을 조회할 수 있게 하는 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Q. 정부는 명단 공개 왜 못 하나?

[이혜미 기자 : 사실 국토부나 HUG도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토부가 조만간 내놓기로 했던 안심전세 앱에도 이 명단은 포함되지 못해서 반쪽 대책 아니냐, 이런 비판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저희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항상 듣게 되는 얘기가 임대인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시피 하다, 이게 너무 문제다, 이런 문제 제기가 굉장히 많았는데 임대인의 전세 사고 이력 유무 정도만 파악하더라도, 피해 예방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상임위에 잠들어 있는 관련 법안이 현재 수십 개에 이르는데, 이제는 국회가 전세 사기 근절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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