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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애리조나로 떠난 형제…"올해는 내가 이긴다"

지난 29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프로야구 KT 투수 박영현은 출국 수속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선수단 짐을 미리 옮겨야 했기 때문인데요. 짐 트럭부터 수속장까지, 무거운 카트를 끌고 몇 차례 왕복한 박영현의 이마와 셔츠는 땀이 흥건했습니다.

묵묵히 짐만 옮기던 박영현의 얼굴이 환해진 건 친형 박정현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였습니다. 박정현의 소속팀 한화도 이번 전지훈련을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하는데 마침 KT와 같은 출국 비행기 편이었던 겁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박영현은 "형이 같은 비행기로 가는 줄 몰랐어요"라면서 급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박정현, 박영현 형제

반가운데 어색한,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둘은 계속 웃었습니다. 형제에 관한 질문은 많이 받아봤어도 동반 인터뷰는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박정현은 대전, 박영현은 수원서 비시즌을 보낸 탓에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는 몰랐습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비행을 떠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정현은 "같이 가는 줄 몰랐어요. 도착해서 알았어요"라고 말했고, 동생 박영현은 "저희는 연락을 잘 안 해서"라고 웃었습니다.

사실 둘의 애정은 보이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서로 일정을 몰라도 기록을 찾고, 각자 소속팀이 만나는 일정도 찾아봅니다. 지난해 5월 7일에는 유쾌한 승부도 펼쳤습니다. 한화가 4-0으로 앞선 9회초 박영현이 등판해 박정현을 4구 만에 박정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KBO리그 역대 4번째 형제 맞대결, 그리고 동생이 승리한 최초 사례였습니다. 8월 5일에는 박정현이 박영현에게 안타를 쳤습니다. 이마저도 역대 형제 맞대결 중 타자가 승리한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형제가 기대하는 순간도 올해의 맞대결입니다. 박영현은 "아빠도 올해 상대 많이 할 거라고 얘기해 주셔서 저희 둘이 싸우거든요. 올해는 제가 조금 더 이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박정현이 "작년에 쳐봤으니까 올해는 더 많이 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둘의 장밋빛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일단 각자 전지훈련에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일입니다. 다치지 않고 전지훈련을 완주해야 정규시즌 개막 직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를 묻자 박정현은 "절대 아프지 말고, 안전이 최고 우선이니까, 아프지 말고 돌아오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부끄러워하던 박영현도 "올해 시작이다 보니까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이고, 가서 준비 잘해서 올해는 둘 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웃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김현준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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