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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일회용컵 vs 다회용컵 보증금…제주의 실험은?

카페에서 쏟아지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컵 보증금 제도라는 게 시작됐죠.

보증금 맡기고 컵 반환할 때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그런데 보증금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이건 환경부 법에 따른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인데요.

보증금 액수는 3백 원이고요, 반납하면 컵을 종이나 플라스틱 재활용에 씁니다.

이쪽은 민간에서 주도하는 다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쓰이는 컵입니다.

보증금은 1천 원이고요. 반납하면 세척업체가 가져다 씻어 다시 카페에서 재사용합니다.

이 두 가지 보증금 제도가 동시에 시행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입니다.

어떤 상황인지 직접 가보시죠.

제주도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내에서 쓰던 일회용 컵이 사라졌습니다.

[리유저블컵(다회용컵)에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음료를 살 때 보증금 명목으로 1천 원을 더 내긴 하지만, 다 쓴 컵을 매장 한쪽 무인회수기에 반납하면 곧바로 1천 원을 돌려받습니다.

이렇게 모여진 컵은 전문 세척업체로 옮겨져 세척한 뒤, 다시 카페 매장으로 배송됩니다.

[강용훈/세척업체 매니저 : 총 일곱 단계 세척공정을 거쳐서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다시 고객님들께 제공되고 있습니다.]

1년 반 가까이 시행되면서 참여 매장 수가 120곳으로 늘었고, 컵 반납률도 80%로 올랐습니다.

[이채헌/다회용컵 이용자 : 막상 (다회용컵 보증금제) 사용해 보니까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서 다음에도 사용하게 될 거 같습니다.]

[이동진/다회용컵 이용자 : 좋은 취지니까 (보증금제에) 적극 동참할 거 같습니다.]

이렇게 컵 보증금이 자리 잡아가던 제주도에서는 지난 연말 또 다른 형태의 컵 보증금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환경부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인데, 적용 대상부터 문제가 됐습니다.

세종시와 제주도 단 두 지역에서, 그것도 100곳 이상 업소를 가진 프랜차이즈 카페만 규제하다 보니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개인 소유 카페들이 빠진 겁니다.

[일회용컵 보증금 참여 거부 카페 : 손님 입장에서는 300원이라는 비용만 늘어나는 거잖아요. 근데 그렇게 되면 (보증금 없는) 다른 매장으로 많이 가겠죠.]

이 때문에 제주도 내 적용 대상 중 40%가 참여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 의무 시행에 나섰을 때, 대형 커피 브랜드들은 오히려 다회용컵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어차피 보증금 규제가 생길 바에야 일회용컵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다회용컵 쪽이 친환경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이 잇따라 뒷걸음질치자 업계도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대형 브랜드들은 원래 지난해 연말까지 다회용 컵 전용 매장 수를 서울에서 800곳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10%에 그친 채, 추가 확대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카페 업계 관계자 : (일회용컵 보증금이) 전국적으로 시행이 된다 그랬을 때, 리유저블컵(다회용컵)을 접목했으면 효과가 있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일회용컵 유예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소규모 매장으로 이루어진 카페사장 협동조합 역시 다회용 컵 전환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결국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 두 보증금 모두 걸림돌에 막힌 겁니다.

제가 만나본 카페업종 관계자들은 환경부를 믿지 못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 문제가 계속 불거지니 현재 시행 중인 시범 사업에 전국 확대를 계속 미루는 식으로 사실상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환경부 뜻이 그게 아니라면 서로 다른 두 보증금 제도를 어떻게 정립할지를 비롯해, 향후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시장의 의심을 불식해야 할 것입니다.

(기획 : 이호건, 영상취재 : 한일상·최준식,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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