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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의 춘제 현장 방문, 10년 만에 불발되나

코로나 확산에 집권 후 처음 현장 방문 없는 춘제 일정?

[월드리포트] 시진핑의 춘제 현장 방문, 10년 만에 불발되나
시진핑 주석이 중국 음력 설 명절인 춘제를 나흘 앞둔 18일 전국 각지의 국민들을 '영상연결'로 만났다고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주요 기념일이나 명절에 민생현장을 찾아 대중들을 만나는 행사는 늘 기획되는 중요 정치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지난 18일 춘제를 맞아 시 주석이 가진 인민대중과의 만남이 눈길을 끄는 건 하나같이 모두 '영상연결' 즉 화상통화로 진행됐고 현장 방문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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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 방역 최일선 인민들과 회의장서 영상 통화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 지도부는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의 대형 회의실에서 코로나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들과 가장 먼저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멀리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에 있는 하얼빈 의과 대학병원의 의료진과 입원 환자와 가장 먼저 화상 연결을 한 겁니다. 두 번째 연결은 푸젠성의 노인요양시설이었는데 여기서도 역시 전염병(코로나19)의 예방과 통제, 고령층의 예방 접종 상태가 화두였습니다. 이어 신장과 허난, 베이징, 쓰촨 등의 에너지 공급 시설, 고속철도역, 농산물 도매시장의 노동자들과 시민, 상인들이 차례로 영상으로 시 주석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베이징의 대중들과의 대화도 화상으로 진행됐고 현장 방문은 없었습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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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춘제 현장 방문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를 맞아 시 주석이 전국 각지의 현장을 방문하는 건 이미 10년 된 일종의 정치적 전통입니다. 2013년 공식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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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발생 지역 주민 위로, 빈곤 퇴치 현장 점검 등 매번 민생현장을 찾는 명분이 있었고 관영매체들은 크게 의미를 둬 보도해 왔습니다. 2013년 2월 이뤄진 시 주석의 공식 집권 후 첫 춘제 현장 방문은 간쑤성에 있는 해발고도 2,400미터의 산간 마을이었습니다. 2014년 1월엔 영하 30도의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내몽고를 찾아가 임업노동자 가족을 만났다고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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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도 춘제 현장 방문 행사는 어김없이 이뤄졌습니다. 2019년 2월엔 베이징의 후통 마을에서 주민들과 같이 만두를 만드는 모습을, 2020년 1월엔 멀리 윈난성에서 지역축제 음식인 떡을 같이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코로나 확산 여파 심각해 올해는 춘제 현장 방문 건너뛰나?

 
특히 지난해인 2022년 1월 이뤄진 춘제 연설에선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중국)의 경제 발전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세계 최고의 위치를 유지했다"며 코로나 방역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엔 춘제 당일인 1월 25일 코로나 방역을 주제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지만 이에 앞서 이미 윈난성 현장 방문을 마친 뒤였습니다. 특히 시 주석의 춘제 현장 방문은 거의 대부분 음력 1월 1일을 4~9일 정도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베이징 방문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의 출장이었기 때문에 2~3일 시간이 소요됐고, 또 춘제를 앞둔 민생현장을 점검한다는 의미였기에 설 전에 행사를 기획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음력 설인 1월 22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현장 방문 보도는 없이 영상연결 행사만 보도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빠짐없이 진행돼 온 관례대로라면 벌써 춘제 전 현장 방문이 이뤄졌어야 하는 시간인데 올해는 아직 없는 겁니다. 물론 올해만 이례적으로 음력 설 당일 하루 이틀 직전이나 직후에 할 가능성도 남아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지속돼 온 춘제 전 현장 방문의 관행이 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유로는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중소 대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한 이후 농촌 지역으로의 확산이 가장 큰 위기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올해는 지역 현장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시 주석은 18일 화상 연결에서 지난 3년간 중국의 엄격한 방역 정책은 "정확한 선택"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고강도 방역을 통해 중증률과 사망률을 최대한도로 낮춰 인민대중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힘겨운 시간이 존재한다"며 "계속 견뎌내면 승리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갑작스러운 방역 정책 전환 이후 코로나 폭증과 사망자 급증 등 사회적 여파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걸 에둘러 인정한 셈입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춘제 연설 때 "중국의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세계 최고의 위치를 유지했다"라고 강조한 것과는 사뭇 발언의 톤이 달라졌습니다.
 

공식 사망자만 6만 명…엇갈리는 민심 의식한 결과?

 
춘제를 맞는 민심도 엇갈립니다. 방역 정책이 3년 만에 풀리면서 드디어 고향에 갈 수 있게 됐고, 이제 내수 경기가 살아나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난 5주간 코로나19 사망자만 6만 명입니다. 베이징대 연구팀의 추산대로 이미 9억 명이 감염됐다면 실제 사망자 숫자는 공식 발표의 10배 이상, 90만 명에 달할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집집마다 장례식이 잇따랐다는 이야깁니다. 심지어 화장장 시설 부족으로 제대로 된 장례 절차마저 제대로 못 치른 가족들이 상당수입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한 베이징 시민은 "새해를 축하한다니? 축하할 일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고 약국과 의료 시설, 병원, 진료소로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 슬프다"는 겁니다. 다른 베이징 시민은 "친한 친척 세 명과 친한 가족 친구 한 명이 12월 초부터 코로나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심부전'으로 기재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곳곳이 사실상 장례 기간에 추모 분위기인 상황입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예년처럼 대대적인 현장 방문을 통해 명절 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이벤트성 행사를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을 거란 추론도 가능합니다. 중국의 공식적인 춘제 연휴는 1월 21일부터 27일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 예년과는 다른 현장 방문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데 어떤 형식이 될지도 관심 가는 부분입니다.

(사진출처 : 신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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