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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17곳, 사진 똑같네?"…엉터리 업체 들키자 잠수

<앵커>

겨울방학을 이용해 전국 1천 곳 넘는 초중고 학교에서 석면 해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사 뒤에는 발암물질인 석면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검증도 하게 돼있는데, 이걸 맡은 일부 업체가 잘 된 사진을 여기저기 돌려썼다가 적발됐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석면 해체 공사가 한창인 학교 내부입니다.

석면가루 날리는 걸 막기 위한 비닐 벽이 엉성하게 처져 있습니다.

천장은 석면 방지 처리 없이 뻥 뚫려 있고, 석면 섞인 실내 공기를 걸러 밖으로 빼내는 음압기는 3중이 아닌, 2중 필터 제품이었습니다.

모두 교육부 지침 위반입니다.

[학부모 감시단 : (위반 사실들을) 심지어 교육청 직원들도 모르기도 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서 그 학교 같은 경우는 공사 중지가 됐어요.]

지난해 겨울, 해체 공사 직후 이뤄지는 석면 측정마저 엉터리로 진행된 사실이 1년이 지난 최근에야 적발됐습니다.

업체 4곳이 서울 지역 학교 17곳의 측정 결과를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고 결과물 사진을 돌려 쓴 겁니다.

사진 중복률이 많게는 60%나 됐는데 당국에 대한 이들의 해명은 '업무상 실수'였습니다.

한 엉터리 조사 업체는 서울시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하던 작년 하반기쯤 폐업 신고를 하고 자취를 감췄습니다.

문제는 1년 전 공사 당시 석면이 깨끗이 제거됐었는지, 지금까지 아이들은 안전한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겁니다.

2027년까지 모든 학교 석면을 없애겠다는 교육부 목표에 맞춰 해체를 서두르는 학교들이 많은데, 검증 안 된 업체들이 난립해 오히려 학교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윤예성/전국 학교석면 학부모 네트워크 : 2027년까지 다 끝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해서 기간이 넘어가더라도 안전하게 확인하면서 갈 수 있게끔 그렇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시교육청은 엉터리 조사 업체들에 대해 용역 대금을 회수하고 2곳은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청 스스로도 업체 선정과정과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최혜란,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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