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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약 잘 팔리니 투석 환자가 운다? "이 약만 듣는데…"

<앵커>

우리나라에서 탈모 약 시장 규모가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탈모 약이 잘 팔릴수록 콩팥병 투석 환자들은 걱정이 커진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기자>

최동운 씨는 5년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받고 있습니다.

콩팥 수치는 잘 유지되고 있는데, 고혈압이 잡히지 않아서 고생했습니다.

[유동은/투석전문의 : 모든 계열의 혈압약을 다 사용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혈압 조절이 잘 안 되셨던 분입니다.]

주치의가 마지막으로 약을 바꿨더니 혈압이 잡혔습니다.

[최동운/투석 환자 : 처음엔 듣다가 혈압이 안 좋고 그래서 지금 먹는 걸(미녹시딜)로 교체했습니다.]

이 약은 바로 탈모 약으로 알려진 미녹시딜입니다.

부산에 사는 37세 신 모 씨도 4년째 투석 치료 중이고 미녹시딜로 고혈압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신 모 씨/투석 환자 : 혈압이 200까지 뛰었었는데 지금 미녹시딜로 바꾸고는 이제 130~140 그 정도로 나오거든요.]

미녹시딜은 콩팥병 환자의 손상된 혈관까지 이완시켜 주는 강력한 고혈압 치료 약인데, 머리카락이 나는 부작용 덕분에 탈모 약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제약사는 탈모약으로 파는 게 이득입니다.

건강 보험 적용을 받는 고혈압용으로 팔 때보다 약값을 16배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7개 제약사 중 한 곳만 보험 적용을 받는 고혈압용으로 공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한 곳도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동형/투석전문의 (대한투석협회 사업이사) : 생산을 중단한 상태고요. 경제적인 이득이 훨씬 더 큰 비급여 시장에 공급되는 탈모용 약으로 미녹시딜을 대부분 생산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자들은 우선 탈모용 미녹시딜로 대체하고 있지만 부담이 커졌습니다.

[신 모 씨/투석 환자 : 혈압약을 평생 먹어야 되는 건데, 누적된 금액(약값)도 솔직히 부담되고.]

당장은 약값이 문제지만, 혈압용 미녹시딜의 안정적인 확보도 시급합니다.

국내 투석 환자는 12만 명, 이 중 5% 넘는 환자가 미녹시딜 공급이 중단될 경우 대체 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동형/투석전문의 (대한투석협회 사업이사) : 저희가 퇴출방지의약품지정 혹은 그에 준하는 제도를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혈압용 미녹시딜의 공급 중단 이유를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최은진, CG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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