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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제 북송' 과정서 매뉴얼 위반 정황 포착

검찰, '강제 북송' 과정서 매뉴얼 위반 정황 포착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건 당시 북송 관련 상황을 규정한 국가정보원의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 지침(매뉴얼)을 어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매뉴얼엔 귀순·탈북민이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귀북 의사'가 분명한 경우 북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탈북 어민 2명이 귀북 의사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입니다.

검찰은 북측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다 남하한 어민들이 강력한 처벌이 예상되는 북한으로 돌아가려 할 이유가 없었고, 북송될 때 판문점에서 강력히 저항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국정원 합동 조사를 조기에 종료시키고, 강제 송환을 지시한 것은 부처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당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산된 보고서의 내용 일부가 삭제되거나 고쳐진 정황도 수사 중입니다.

정부는 북한 어민을 나포한 지 이틀 뒤인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에서 강제 북송 방침을 결정한 뒤 '합동 조사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했습니다.

국정원 지휘부는 합동 조사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를 삭제하고 대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을 적어 통일부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지휘부의 행동이 북송 결론에 맞춰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봤습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전 정부의 안보 정책 책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러한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국정원 매뉴얼은 실무자들이 업무에 참고하는 내부 지침일 뿐, 정책 판단을 내리는 의사결정권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율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에서 삭제되거나 바뀐 부분은 '사실'에 관련된 것이 아닌 실무자의 '의견'이고, 이미 상부에서 송환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무의미해진 내용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서 전 원장 등을 조사했습니다.

조만간 당시 상황을 총괄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한 뒤, 내년 초 관련자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송된 어민들은 2019년 11월2일 민간 어선에 탄 채 국경을 넘어 남하하다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습니다.

합동 조사 결과 이들은 동해상에서 조업하다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나포 닷새 만에 북송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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