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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와 2022, 월드컵 속 변한 것과 그대로인 것

<앵커>

카타르에서 대표팀이 과거와는 다른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준 거처럼 월드컵을 즐기는 사람들의 자세도 전과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과에만 집착해 선수들을 비난하던 예전과 달리 결과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 감동하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지난 2002년처럼 이번 2022년 월드컵도 우리 사회를 바꾼 또 하나의 이정표로 먼 훗날 기억될 겁니다.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2002, 그리고 2022.

어느덧 20년이 흘렀습니다.

김태영의 타이거 마스크와 손흥민의 조로 마스크가 다르듯이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 가득했던 슬로건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현실직시형 밈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지더라도 지지 않겠다는 역설에 더 위안받고 더 열광했습니다.

그것은 한때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졌던 '투혼'의 시대가 가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버텨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걸 말해줍니다.

2002년 홍명보가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이었다면, 2010년 박지성은 겸손과 솔선수범의 주장이었고, 남자의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손흥민은 다정한 주장이었습니다.

[손흥민/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 생각한 것보다 다 너무 잘해줬고, 오히려 주장인 제가 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선수들이 커버하는 모습 보면서 정말 너무 고마웠고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다정함이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냈다면 다양함은 대표팀을 빌드업했습니다.

2002년 히딩크호 23명 엔트리 중 7명이 해외파였다면, 벤투호 26명 가운데 절반인 12명이 해외파입니다.

소속팀도 J리거가 대부분이었던 2002년과 달리 이번에는 영국,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에서 중동, 중국, 일본까지 다양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호날두에도 기죽지 않는 국내파 조규성이 공중부양에 가까운 벼락같은 헤딩 슛으로 묘한 통쾌함을 선사했습니다.

일상어가 되다시피한 '빌드업'은 단어 자체의 뜻처럼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월드컵팀의 경기가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역대 최장 기간을 보장받은 감독이 4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팀을 빌드업했더니 '뻥 축구'도 달라지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월드컵을 전쟁에 빗댄 '태극전사'라는 말을 전만큼 자주 쓰지 않습니다.

불굴의 투혼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한 시대.

목숨 걸고 뛰는 월드컵에서 선배와 후배가 동료로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월드컵으로.

여전히 대립과 반목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는 한국 정치, 한국 사회에 다정한 캡틴과 젊은 선수들은 꺾이지 않는 희망의 공을 쏘아 올렸습니다.

(영상편집 : 남 일, CG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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