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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병뚜껑에 담은 웅장한 함의…거장 '엘 아나추이'

[FunFun 문화현장]

<앵커>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거장 엘 아나추이가 대형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버려진 병뚜껑을 미적으로 승화하면서 역사적 함의와 현대 소비사회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문화현장,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엘 아나추이 : 부유하는 빛 / 2023년 1월 29일까지 / 바라캇 컨템포러리]

가로 8미터, 세로 6미터의 대형작품이 거대한 커튼처럼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웠습니다.

붉은색으로 내리워지며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병뚜껑들을 구리선으로 하나하나 연결한 것입니다.

엘 아나추이는 이렇게 금속성의 재료를 천으로 만든 것처럼 펼치는데, 최근에는 천의 주름보다는 평면의 회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화령/바라캇 컨템포러리 디렉터 : 주름이 거의 잡히지 않은 상태로 그냥 걸려 있거든요. 병 뚜껑이 구성돼 있는 지금 표현들도 약간 추상화 페인팅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더 강조되어 있고.]

작업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협업입니다.

주민들이 병뚜껑을 얇게 펴고, 구리선으로 연결하면, 작가는 그 쪼가리들을 이어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입니다.

[엘 아나추이/작가 : 예술가로서 소재를 직접 다루려고 애쓰는데, 그렇지 않으면 작품에 영혼이 담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쓰이는 병뚜껑은 모두 술병에서 버려진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술은 아프리카 노예들이 일하던 신대륙 사탕수수 농장의 원료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화령/바라캇 컨템포러리 디렉터 : 그 설탕을 이용해서 럼주나 이런 알코올을 만들고 유럽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노예와 교환하면서.. 그 노예무역의 역사가 담긴 병뚜껑입니다.]

작가는 병뚜껑들을 통해 식민지 시대 수탈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소비와 환경 문제까지 제기합니다.

작고 버려진 것들에서 웅장하고 빛나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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