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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남성의 죽음 캐보니…'성범죄 피라미드' 나왔다

<앵커>

성매매 영상을 몰래 촬영한 뒤 그걸 미끼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일당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다른 범죄가 피라미드처럼 얽혀 있고 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수백 명인 걸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 김지욱 기자, 신용식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김지욱 기자>

지난달, 서울의 한 건물 주차장.

차량 안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수상한 메시지가 발견됐습니다.

익명의 계정으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 문자가 왔던 겁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카카오톡 메시지인데, 남성의 성매매 영상과 함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겠다"는 내용의 협박이 담겨 있었습니다.

남성은 어디에도 알리지 않은 채 몇 차례에 걸쳐 1천만 원 이상의 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더 큰돈을 보내라는 협박이 계속됐고, 남성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9월 인천 부평의 한 모텔.

취재진이 확보한 모텔 CCTV 영상엔 당시 범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성에 이어 남성들이 드나듭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30분 전, 30대 남성 A 씨가 CCTV에 포착됩니다.

모텔 CCTV 영상에 포착된 피라미드 성범죄

A 씨가 들어갔다 나온 모텔 방안에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올해 초, 조건만남으로 알게 된 B 양과 범죄를 계획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숙박업소를 1주일 단위로 예약한 A 씨는 SNS에 '미성년자 성매매' 키워드로 글을 올려 성 매수남을 모았습니다.

A 씨가 설치한 몰카에 성 매수 남성들의 영상이 담겼고, B 양은 남성들의 휴대전화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 각종 정보를 빼냈습니다.

불법촬영 영상과 빼돌린 연락처는 고스란히 협박에 사용됐습니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A 씨에게 불법 촬영을 당한 성 매수 남성은 30명이 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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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식 기자>

구조적으로 이뤄진 성범죄의 첫 단계.

성매매가 벌어진 인천의 한 숙박업소 거리입니다.

손님인 척 위장한 피의자들은 이곳을 포함해, 서울 등 여러 곳에 장소를 마련한 뒤 남성들을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달, 숙박업소들에 몰카를 설치했던 A 씨를 경기도 남양주에서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자신이 "지난 7월 누군가로부터 '몸캠 피싱'을 당했고, 이후 협박을 받아 범행에 동원됐다"는 겁니다.

범행으로 받은 돈도 모두 윗선에 상납했고, 범행을 설계한 것도 이 윗선이었다고 A 씨는 진술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을 '중국에 사는 40대 형님'이라고 밝힌 '윗선'이 추적이 어려운 해외 IP 주소로 만든 익명 채팅 계정을 통해 끊임없이 압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애초 협박은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지만, A 씨가 돈이 없다며 버티자 범행을 지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윗선의 성매수 남성 몰카 촬영 지시 내용 CG

"여성을 섭외해 성매매를 시킨 뒤, 성 매수 남성 몰카를 찍어 보내라"는 게 윗선의 지시.

이렇게 만들어진 불법 촬영물이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남성을 비롯한 성 매수 남성들을 협박하는 데 쓰인 겁니다.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A 씨 외에 더 많은 사람이 이 40대 중국인 윗선의 범행에 관여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경찰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수백 명이 두 달간 모두 20억여 원을 이 '윗선'에게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돈은 다시 400여 개의 외국인 명의 계좌로 쪼개져 빠져나갔습니다.

전국에서 신고로 들어온 피해만도 수십 건에 달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이러한 피라미드 성범죄에 '윗선'을 중심으로 A 씨를 포함해 수백 명이 연루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A 씨와 B 양을 불법 촬영 및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이른바 '윗선'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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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지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피라미드 성범죄, 이제 드러난 이유는?

[김지욱 기자 :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협박을 당한 이들도 성매매를 했거나 조건만남을 시도하다 실패한 엄연한 성범죄자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쉽게 경찰에 신고하거나 어디에 알리지도 못했고, 범인들은 이 점을 이용했던 겁니다. 이른바 윗선의 계좌로 돈을 보낸 계좌가 수백 개에 달하는데, 실제로 이 계좌에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받고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수십 명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범죄자들이 또 다른 범죄자들을 협박하고 각종 성범죄가 얽혀 있는 구조라는 점에 경찰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수사, 어떻게 진행되나?

[김지욱 기자 : 경찰은 이른바 윗선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범죄 수익금이 이미 외국인 명의 계좌로 빠져나간 데다, 이 사건 연루자들이 사용한 메신저가 모두 해외 계정인 만큼 윗선을 쫓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걸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이 윗선의 실체가 개인인지, 아니면 범죄조직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피라미드 성범죄'의 실제 규모와 주범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수사팀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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