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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단 하나뿐인 방"…지하 500m 방폐장의 비밀

<앵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시설을 아직 갖추지 못했습니다. 원자력 발전하는 나라들은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한 나라가 있습니다.

진송민 기자가 북유럽의 핀란드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핀란드 남서부 에우라요키시.

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따라서 20분 넘게 지하로 내려갑니다.

[귀가 멍멍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저는 완벽히 지하세계에 와 있는데요.

지하 440m를 내려온 이 터널은 육안으로 봐도 저 끝이 잘 안 보일 정도로 길거든요.

350m의 터널들이, 이런 터널들이 이 온칼로 시설 내에 100개 정도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온칼로는 사용후 핵연료 등을 지하 500m 정도 깊이에 묻어 처분하는 세계 최초 고준위 방폐장입니다.

[안띠 요웃쩬/온칼로 지질학자 : 여기 하얀 거는 화강암이고요. 어두운 건 운모편마암입니다. 온칼로는 주로 이 둘이 섞인 혼성암질로 돼 있죠.]

이곳 암반들은 18억 년 넘게 별다른 지각 변동 없이 안정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철과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밀실.

[빠시 뚜오히마/온칼로 운영사 대변인 : 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방입니다. 이 방 벽의 두께는 1m 30cm나 됩니다. 완벽히 방사능으로부터 보호되죠.]

이곳에서 로봇이 사용후 핵연료를 철과 구리로 만든 캡슐에 넣은 뒤, 그 캡슐을 각 터널로 옮겨 묻는 건데, 터널도 벤토나이트라는 점토로 매립해 인간세상과 10만 년 넘게 격리합니다.

[게러스 로/헬싱키대 방사선화학과 교수 : 우리가 일을 벌였으니 우리가 해결해야죠.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말자는 겁니다.]

80년대에 심지층 처분 방식을 정한 뒤, 부지 선정에 17년이 걸렸는데, 후보 지역 주민에게 법적 거부권을 보장한 게 갈등을 최소화했습니다.

[아떼 하리안/핀란드 녹색당 부대표 : 투명성이 정책 신뢰를 쌓게 했죠. 원전 행정의 투명성은 핵심적 요소입니다. 사람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고 여기에 실질적 권한과 이익이 더해졌습니다.]

오는 2025년부터 100년간 사용후 핵연료 9천 톤을 품은 뒤 핀란드인의 기억에서 잊혀질 온칼로는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주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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