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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쌍방울캐슬③ 주가 조작에 회사 경영까지…총동원된 '김성태 패밀리'

[취재파일] 쌍방울캐슬③ 주가 조작에 회사 경영까지…총동원된 '김성태 패밀리'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그는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이지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직은 맡지 않았습니다. 대신 쌍방울 계열사 곳곳에 가족과 친인척, 측근을 배치해 이른바 '그림자 경영'을 펼쳤습니다. 쌍방울 인수부터 주가조작, 회사 경영에 이르기까지 일가친척을 총동원한 '패밀리 경영' 실태를 추적해봤습니다.
 

'김성태 왕국'의 시작…패밀리의 경영권 장악과 주가 뻥튀기


속옷 브랜드로 친숙한 쌍방울이 주가조작의 장으로 전락한 것은 2010년 1월. 김성태는 쌍방울 인수 직전부터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 나섰습니다. 2010년 1월부터 7월까지 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 소진 주문 등의 기법을 동원해 1,400여 회에 걸쳐 쌍방울 주식 87만여 주를 거래하며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무려 800만여 주를, 다음 해 2월 375만여 주를 매수했는데, 시장 전체 매수량의 4분의 1 규모에 달합니다. 사실상 자본시장을 장악하며 쌍방울 주가를 좌지우지한 겁니다.

이런 주가조작을 지휘한 '머리'가 김성태라면, 실무를 맡은 '몸통'은 김성태의 남동생이었습니다. 그는 김성태의 조카와 운전기사, 고향 후배로 구성된 시세조종 '선수'들과 함께 본인의 누나와 부인, 김성태의 부인 계좌 등을 활용해 허위 주문을 넣는 '주포'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성태는 쌍방울에 이어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에 눈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매제와 처조카를 불러 시세조종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일가친척이 주가조작 세력으로 총동원됐습니다.

김성태의 패밀리 경영

주가조작 패밀리는 이후 쌍방울 그룹 곳곳에 포진했습니다. 김성태의 부인은 광림 이사, 남동생은 쌍방울 이사, 남동생의 부인은 아이오케이와 광림 이사를 각각 역임했고, 조카와 처조카는 쌍방울을 인수한 레드티그리스(구 도쿄에셋)에서 일했습니다. 김성태의 여동생과 동서, 심지어 제수 등이 계열사에 이사로 재직한 흔적도 있습니다. 한 식구나 다름 없었던 운전기사는 쌍방울 이사, 고향 선배는 쌍방울 감사, 고향 후배들은 쌍방울과 광림 이사 등을 역임하며 역시 김성태의 그림자 경영을 도왔습니다.
 

김성태 부인 업체에 계열사 자금 35억여 원 흘러간 이유


주가조작 패밀리가 포진한 쌍방울그룹에서 지난해 수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됐습니다. 김성태의 부인과 지인들이 지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목대홀딩스란 회사에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이 35억 6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준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 뭔가 이상합니다. 감사를 받은 2019년부터 3년 동안 매출이 전혀 없습니다.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90억 원가량을 빌렸는데, 지난해 이자비용만 17억 원 넘게 내면서 12억여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7억여 원,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회사에 빚만 남아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목대홀딩스 지분 구조

취재 결과 애초 실체가 있는 회사였는지도 의문입니다. 감사보고서와 등기부등본에 나온 회사 주소로 직접 찾아가 보니 공유 사무실만 있었는데, 건물 관리인은 "한 5년도 더 훨씬 전에 있었던 것 같다"며 "주소를 안 옮겼는지 우편물이 계속 날아와 반송시키고 있다"고 짜증을 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나온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였습니다. 어렵게 만난 오목대홀딩스 대표는 "자세한 부분은 검찰에서 다 진술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유령 업체에 쌍방울 계열사 자금이 흘러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열사의 수익을 빼돌리기 위한 일종의 비자금 창고가 아니겠냐는 추론이 나옵니다.
[김정철 변호사]
자기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부터 돈을 빼는 명목으로 만든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인 영업이 없는데 거기서 대여를 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그리고 기업에서 어떤 자금을 대출하거나 대여할 때에는 반드시 담보를 잡아야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 입장입니다. 이런 배임 행위들을 통해서 자금을 빼내는 거죠.

회삿돈으로 수억 대출 정황…쌍방울 오너가의 특권?


회삿돈을 오너가의 사금고처럼 활용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거액의 회삿돈을 빌린 정황이 발견된 겁니다.

김성태 부인 집 등기부등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부인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 등기부등본입니다. 2004년 구입해 2007년부터 실거주한 것으로 나오는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식회사 쌍방울' 명의로 8억 4천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습니다. 설정비율 120%를 가정하면 회사에서 7억 원가량을 빌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당시 김성태는 공식적인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는 오르지 않다가 정작 돈이 필요할 때 회삿돈으로 편의를 본 겁니다. 근저당 설정 시점은 김성태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지 3개월 뒤인데, 변호사 31명이 이름을 올릴 정도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미느라 막대한 법률 비용이 필요했을 시기입니다. 횡령이나 배임의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입니다. 쌍방울 측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김선웅 변호사]
특수관계인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죠. 부인한테 다른 이유 없이 회사 돈을 빌려준 거니까요.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걸 가수금 처리한다고 하는데 횡령의 경계선상에 있습니다. 회사의 자산을 자기 재산처럼 생각하는 건데 횡령, 배임의 문제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에 '남는 장사'한 주가조작 패밀리


김성태 패밀리의 '먹튀'로 추격 매수에 나섰던 소액주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쌍방울이 건실한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김성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부당이득 환수 '0원'이라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습니다. 주가조작 패밀리가 회사 경영을 장악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수상한 현금 흐름이 포착되는 것을 보면, 과연 이를 두고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당이득을 몰수하고 주가조작 세력이 상장사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자리잡지 않는 이상, 자본시장의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될 수 없을 것입니다.

▶ [취재파일] 쌍방울캐슬① 도쿄에셋에서 쌍방울까지…불법 사채업자의 그룹 회장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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