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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10/31) : 20대 · 90년대생의 두 번째 참사…"당신 잘못 아닙니다"

스브스레터 이브닝(10/31) : 20대 · 90년대생의 두 번째 참사…"당신 잘못 아닙니다"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20대가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20대는 8년여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이 남다른 세대죠. 특히 90년대 중후반 출생한 청년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세월호 세대'로 분류되기도 하죠. 이번 희생자 다수가 세월호 세대와 겹친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사망자 67%가 20대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4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는데요, 연령별로 볼까요. 20대가 103명으로 67%나 됐고요, 30대 30명, 10대 11명, 40대 9명, 50대 1명이었습니다.

20대는 '세월호 세대'와 겹치는데요, 8년여 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생(주로 1997년생)과 비슷한 연령대를 '세월호 세대'라고 하죠. 국립국어원이 2014년에 새로 만들어진 단어 중 하나로 '세월호 세대'를 꼽기도 했습니다. 어느 세대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공통점으로 하나의 세대까지 형성하게 된 거죠. 출생 기준으로는 90년대 중후반, 나이로는 20대 중반이 세월호 세대에 해당할 듯합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이태원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씨도 98년생이었는데요, 희생자 대다수가 세월호 세대와 겹친다는 점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죠.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고, 이들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또래 친구들이나 그 부모들 또한 누구보다 깊은 울음을 울고 있죠. 그것도 세월호 참사에 이어 두 번째로요.

누구보다 깊은 20대의 애도


20대의 애도는 누구보다 깊은데요, 전국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에도 20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제주도청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찾은 20대 공무원은 "희생자 대부분이 또래라서 복잡한 마음이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마치 내 친구가 세상을 등진 것 같아 착잡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고 합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도 20대들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애도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이태원 참사로 인한 희생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거죠. 한 20대 추모객 인터뷰를 짧게 소개합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 20대 추모객: 저랑 같은 나이에 안 좋게 된 게 너무 안타깝고, 저도 그렇게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 혹시 희생자 중에 아시는 분이 있나요?
◆ 20대 추모객: 아는 사람은 없지만 다 제 또래라서 어쩌면 제 친구들 중에서도 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많이 아파서요. 꼭 위로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되풀이되는 기성세대의 잘못


세월호 참사 당시 무능하고 잘못된 어른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죠. 배가 가라앉는 순간에도 배 안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배 밖에서도 제대로 된 구조는 없었으니까요. 어른들이 침몰하는 배를 바라만 본 셈이죠.

사참위 "세월호 증거조작 의혹 신빙성 있다" 주장

고등학생이던 세월호 세대가 8년이 지나 어른이 됐는데요, 이태원 참사는 더 윗세대 어른, 즉 기성세대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가장 큰 책임은 8년 전 '위험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목소리 높이며 다짐도 했지만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는 거죠. 특히 젊은 세대가 위험을 떠안는 구조는 그대로죠.

월스트리트저널, WSJ는 "한국에서 핼러윈은 어린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니다"라며 "20대 안팎의 젊은이와 파티에 가는 이들이 핼러윈을 특유의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주요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보도했죠. 핼러윈 문화가 한국에서 변질됐다고 지적하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네요. WSJ 지적에 반론도 있지만, 지적이 맞다고 해도 기성세대가 핼러윈 데이에 상술을 결합하면서, 즉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변질됐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역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죠.

또, 한국적 핼러윈 축제를 나쁘게 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에 대해서도 '꼰대 시각'이라는 비판이 많은데요, 10월의 마지막 날을 핼러윈 데이로 기억하는 20대와 '잊혀진 계절'이라는 유행가를 떠올리는 기성세대 중에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질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20대는 코로나로 인해 대학 생활 등에서 많은 걸 포기해야 했죠. 흥청망청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 하루만이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는 사연이 많은데요, 그런 20대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20대의 잘못이 아닙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산업화와 근대화가 위험 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했는데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들이 풍요로움을 누리는 반면에 끊임없이 재난에 노출돼 '위험 사회'에서 산다는 거죠.

현대적 위험은 한두 명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고, 특히 압축 성장해 온 한국은 여러 가지 위험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죠. 근데 그 위험에 유독 20대가 많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죠.

20대 중후반 젊은이들은 대입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취업을 앞두고는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며 '재난 세대'로도 불리는데요, 안 그래도 힘든 세대인데 이태원 참사도 이들을 덮쳤네요. 그게 20대 탓은 아니죠. 어른들이 만든 안전 불감증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분명히해야 하지 않을까요? "20대, 당신들 잘못이 아닙니다"는 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레터용 한컷 1031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 사진이에요. 시민이 절을 하고 있는데요, 술을 올린 시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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