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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대교 폭발과 보복 공습…우크라 전쟁 최악 확전 기로

크름대교 폭발과 보복 공습…우크라 전쟁 최악 확전 기로
러시아가 '푸틴의 자존심' 크름대교 폭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방위적인 보복성 공격을 감행하면서 우크라 전쟁이 최악의 확전 기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중심부를 겨냥해 무자비한 미사일 공격을 쏟아붓자, 우크라이나가 즉각 "전장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겠다"고 재보복을 천명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는 형국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대러시아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며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활로를 찾지 못할 경우 '핵버튼'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며 핵전쟁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오전 출근 시간대부터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AP·dpa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을 인용, 러시아가 이날 하루 동안 84발이 넘는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공격용 드론 24대도 함께 투입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쏜 미사일 중 43발은 방공시스템에 의해 무력화됐으며, 드론 중 13대는 격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남서쪽에 위치한 국가인 몰도바 정부는 흑해에 위치한 러시아 전함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된 미사일이 자국 영공을 침범해 지나갔다며 규탄 입장을 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크름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라며 "오늘 아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일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가 폭발로 일부 무너져내린 지 이틀 만에 러시아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피의 보복'을 시작했음을 자인한 셈입니다.

러시아가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름반도를 병합한 후 건설에 나서 2018년 5월 개통한 크름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의 상징물입니다.

친러 성향 벨라루스의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순히 논의하는 게 아니라 계획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합동 기동부대를 구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확전 우려를 더욱 키웠습니다.

크름대교 폭발에 자극을 받은 러시아는 이처럼 인근 국가 반발까지 무릅쓰며 전격적으로 보복타격을 감행함과 동시에 우군 결집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단결을 다짐했스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겁먹지 않을 것이고,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는 자국이 가능한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저지돼야 하는 테러국가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 진영에서는 즉각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지고 다쳤으며 군사 용도가 없는 표적이 파괴됐다"며 "러시아가 명분 없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은 주요 7개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 러시아의 공습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의에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이번 공습을 두고 "위기를 고조시키는 행동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민간인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유럽연합 주도로 마련된 이번 결의안은 내일 표결될 전망입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내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을 겨냥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레드라인'에 가까이 다가섰다"며 "이를 넘어서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는 "사상자 수와 파괴 규모를 늘리고 갈등을 연장할 뿐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체코 프라하와 폴란드 크라쿠프 등 유럽 각지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며 국제무대에서 푸틴의 입지가 한층 더 좁아지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루마니아, 조지아 등지의 러시아대사관 앞에서도 반전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출구 찾기가 어려운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성공하며 일부 영토 수복하자 러시아는 점령지 병합 강행으로 맞섰습니다.

이후 크름대교 폭발로 우크라이나가 다시금 기세를 올리자, 러시아가 즉각 보복을 감행하는 등 상황이 외교적 대화로 갈등을 해결할 여지를 점점 줄이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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