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단독] 해외에 재산 숨긴 '명예 영사', 유죄 판결 받고도…

<앵커>

우리 외교부에는 명예 영사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상대 나라의 추천을 받아서 민간인 가운데 임명하는 건데, 공항 귀빈실을 쓸 수 있고, 그 밖의 여러 특권도 주어집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람도 이런 명예 영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유수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LG 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LB 그룹 회장.

1989년 주한 엘살바도르 명예영사로 임명돼 33년간 민간 외교사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 명예영사 199명 가운데 최장 기간입니다.

그런데 구 회장은 4년 전인 지난 2018년, 외국인 유학생 명의로 280여 개 차명 계좌를 만들어 50억 원가량을 숨긴 게 적발됐습니다.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외교부 주한 명예영사 예규엔 '사회적 신뢰에 지장을 초래할 중대 범죄를 범했을 경우 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여전히 엘살바도르 명예영사입니다.

[LB인베스트먼트 관계자 : (구자두 회장 뵈러 왔어요.) 고령이시다 보니까 출근을 잘 하시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

부친과 스위스와 룩셈부르크에 비밀 계좌를 만들어 수백억 원을 숨겨 놓은 게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발각돼 지난 2019년 세금 45억 원을 토해내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올해 8월 법원도 "고의적 재산은닉"이라며 세무당국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도 13년째 헝가리 명예영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 : (조현식 고문 만나러 왔는데요.) 매일 출근하시는 게 아니어서요.]

구 회장과 조 고문 측은 "회사에서 답변 줄 사안이 아니라며 해명도 전달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호중/국회 외교통일위원 : 자격 심사라든가 이런 게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교부가 자격에 대해서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외교부는 SBS 취재 전까지는 이들의 범죄와 재산 은닉 사실을 몰랐다며,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경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