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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원더우먼 · 가난한 슈퍼맨의 목소리

<앵커>

보신 것 같은 발달장애인의 돌봄 문제는 그 가족들의 생계,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으로 힘겨워하다가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올해 알려진 것만 12건에 이를 정도인데 이런 일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정반석 기자가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거리에 나선 발달장애인 가족 93.6%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39.6%는 일상에서 자주, 또는 항상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강복순/발달장애인 부모 : '엄마, 저 언니는 왜 저렇게 저러고 있어' 이런 식으로 말하면 '묻지 말고 그냥 가'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말은 하지 못하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그런 말들 때문에 몸에 강직이…. 혀를 차시면서 '쯧쯧 아이고 참 엄마 힘들겠다' '아가야 좀 걸어 다녀야지' 한 마디씩 툭툭….]

[김수정/발달장애인 부모 : 인물이 아깝다는 말을 어른들은 아주 거침없이 하세요. 장애가 있는데 저 인물이 아깝다는 표현이겠죠.]

[장미라/발달장애인 부모 : (장애인 학교 만들 때) '니네 새끼를 니네들이 책임져야지, 왜 이곳에 그런 걸 만들려고 하냐'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발달장애인 53.4%는 하루 12시간 이상, 26.3%는 하루 20시간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가족 47%는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돌봄에 매달립니다.

빈곤의 악순환입니다.

[강복순/발달장애인 부모 : 누구의 도움 없이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아이거든요. 기저귀도 수시로 봐줘야 하고. 누군가 옆에서 한 번씩 잠자리 위치도 조금씩 바꿔주고…. 직장을 부모들이 갖고 싶어도 온전한 직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에요. 갑자기 몸이 좀 아프다거나 상황이 생기면 바로 부모한테 연락이 오죠. '이런 상황이니까 와 봐요' 엄마나 아빠는 그냥 원더우먼이고 슈퍼맨일 수밖에 없어요. (5분 대기조.)]

[김수정/발달장애인 부모 : 결국은 부모가 계속 그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빈곤층이 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94.4%는 언론을 통해 접한 비극적인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9.8%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렸습니다.

이 가운데 56.3%는 자녀를 평생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 31.1%는 '독박 돌봄'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강복순/발달장애인 부모 :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얘 옆에 누가 있을까. 아, 죄송합니다. 그런 생각할 때가 가장 막막하고….]

[장미라/발달장애인 부모 : 나이가 먹고, 제가 아프니까, 이러다 갑자기 아이를 혼자 남겨놓고 내가 가면 저 아이는 어떡하나 싶으니까 그냥 이용당하겠죠. 아이가 그냥 삼시 세끼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 제가 만약에 없다면.]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뭐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역시 71.9%로 가장 많았습니다.

피곤, 우울, 좌절에 시달리는 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올해 발달장애 부모 상담을 위한 정부 예산은 7억 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김수정/발달장애인 부모 : 우리 아이 장애 자체로 힘든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그런 서비스가 없고 국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이 현실이 우울한 거지.]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윤태호, CG : 강경림·김정은, 자료제공 : 강선우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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