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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6배 값에 사들이는 회사…"멋있게 망하는 게 목표"

<앵커>

인천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시세의 6배 값을 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그 뒤에 멋있게 망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백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사무실에 마련된 창고. 폐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모두 시세보다 6배 비싸게 사온 것들입니다.

[이종인/인천 부평구 : 여기만 오면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 (돈을) 많이 쳐주니까.]

이곳은 친환경·친고령을 표방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기우진/사회적 기업 대표 : 어르신들한테 폐박스를 고가로 매입해서 업사이클 통해서 친환경 캔버스를 만들고요. 재능 기부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해서 이를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다시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우진 대표가 사업을 구상한 것은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던 9년 전.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우진/사회적 기업 대표 : 제 과거의 모습도 좀 비쳤어요. 저도 돈이 없었을 때 책도 팔고 옷도 팔고 고물상에… 어르신들의 문제가 나의 과거의 문제와 미래의 문제와 연계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기 대표는 한때 폐지를 주웠던 노인 3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꼈던 것은 배고픔뿐 아니라 '정고픔'까지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기우진/사회적 기업 대표 : 어르신 말씀이 눈 뜨면 갈 데가 있고, 가면 같이 일할 동무가 있고 그래서 '나는 회사 가는 게 설렌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코로나19로 기업과 정부 주문이 줄었을 때는 매출이 4분의 1 토막 났고, 고용했던 노인들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재능 기부 작가들, 후원을 위해 정기구독하는 고객들 덕분에 주저앉지는 않았습니다.

기 대표가 밝힌 이 기업의 마지막 목표, 멋있게 망하는 것입니다.

[기우진/사회적 기업 대표 : 저희 같은 사회적 기업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가 더 온전해지고 회복되어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겠죠. 그런 사회에 있을 때 우리는 멋있게 망하겠다는 게 저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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