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산에 가서 무심코 주워온 도토리…생태계에는 작은 재앙

<앵커>

요즘 산에 가면 밤과 도토리가 꽤 많습니다. 이거 주워 오면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이 힘들어진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아직도 봉지에 담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불법이라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북한산 수풀 속을 훑고 있는 등산객 한 명이 팔에 건 가방에 무언가를 계속 주워 담습니다.

'밤'이라고 합니다.

[등산객 : 그냥 먹으려고 주우러 오는 거지 팔려고 한 게 아니에요, 점심 시간에.]

같은 산 다른 장소에서도 무언가 줍느라 여념 없는 등산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던 국립공원 단속반에 딱 걸렸습니다.

[가방 좀 열어주시겠어요?]

배낭에 숨겨져 있던 여러 비닐봉지.

속을 들여다보니, 작은 도토리가 가득 담겼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다는데,

[등산객 : (이걸 가지고 가서 드시는 거예요?) 집에서 묵 만들어서 먹으려고요. 미안합니다.]

결국, 경고 차원의 지도장을 받고 무단 채취한 도토리는 단속반에 통째로 압수됐습니다.

[이석주/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 : 압수한 도토리는 탐방로에서 벗어나서 탐방객들이 다니지 않는 쪽에 뿌려서 버리고 있습니다.]

북한산 같은 국립공원이나 여러 산지에서 허가받지 않고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특히 도토리나 밤은 다람쥐나 꿩,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겨울을 나는 데 중요한 식량원입니다.

[박찬열/국립산림과학연구원 연구관 : 새와 동물이 가져가는 도토리는 일부분은 먹지만 쓴 부분은 먹지 못하고 남게(뱉게) 되고 (그게) 어린나무가 되고 숲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가져가는 행위는 (자연의 선순환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산에 먹을게 사라지면 야생동물은 사람이 사는 도심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가을마다 산림당국과 등산객 간의 쫓고 쫓기는 단속 전쟁이 벌어지지만, 실제 입건 사례들은 끊이지 않는 상황.

자연 생태계를 지키려는 보다 책임 있는 시민의식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형진, CG : 이종명)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