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뉴스쉽] 하루키, 올해는 노벨 문학상 탈 수 있을까?

하루키, 노벨 문학상 탈 수 있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10월 초, 저녁이 되면 하루 한 번씩 외신기사를 인용한 '속보 푸시'가 오는 시기다. 바로 노벨상 발표의 시즌.

하루하루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에게 그깟 노벨상이 뭐가 중요하냐는 생각, 인정한다. 우리들 대다수는 생리학(의학)이니 물리학이니 화학이니 하는 노벨상의 시상 분야가 매일의 일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를 연구하거나, 적어도 대학 수준에서 공부하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수상자의 이름을 들어도 '아, 그 사람!' 하는 반응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냥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속보 한 줄, 읽고 무심하게 지워버리면 그만 아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노벨상에 대한 글이니까, 일단 올해의 발표 일정 정도는 한 번 체크해 보자.

올해 노벨상 발표 일정

노벨상 가운데,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나마 평화상문학상 정도가 아닐까. 살얼음판 위를 걷듯 아슬아슬했던 평화가 서서히 깨지는 것 같은 요즘의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노벨 평화상이 누구에게, 혹은 어떤 단체에게 수여되는지는 인류가 지켜야 할 '평화를 위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키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에는 민주주의와 평화의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필리핀(마리아 레사)과 러시아(드미트리 무라토프)의 언론인이 공동 수상했다. 문학상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영국에 정착한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에게 돌아갔다. 노벨 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문화와 대륙 사이의 간극에서 식민주의와 난민으로서의 운명이 끼친 영향을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관통해 낸 공로"를 들었다. 구르나의 주요 작품으로는 [낙원 Paradise]이 있고 지난 5월에 번역본이 나오기는 했지만, 기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노벨 위원회 홈페이지)

지난해 유명 문학상은 '아프리카 열풍'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탄자니아 출신이다. 그런데 노벨상과 함께 이른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묶이는 부커상과 공쿠르상의 지난해 수상자를 보면 유독 아프리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우선 영연방 지역에서 나온 영어 소설 우수 작품에게 수여되는 부커상은 데이먼 갤거트(Damon Galgut)의 [약속 The Promise]이 받았는데, 갤거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프랑스의 공쿠르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공쿠르 문학상은 세네갈 출신의 모하메드 은부가 사르가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기억]이라는 작품으로 수상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종종 '오지' 취급을 받는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작가에게는 처음으로 수여된 공쿠르상인데다, 사르가 갓 서른을 넘긴 신예 작가라는 점에서 프랑스 현지에서는 꽤나 화제를 끌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세계 문학계에서도 오랜 시간 변방 취급을 받았던 아프리카 문학,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이 주목받는 최근 트렌드에 대해 큰 불만은 없지만, 그들이 상을 받으며 주목을 끌고 나야 대표작을 중심으로 '선택'되어 번역본이 출간되는 국내 출판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조금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 것도 사실. 내가 아는 작가가, 내가 아는 작품으로 상을 받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 욕심이긴 해도 오랜 문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도박사들의 예측은?

그래서 기자는 오는 6일 밤, 무라카미 하루키(이하 하루키)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30년 가까이 '팬'을 자처해 오며 하루키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어 온 데다가, 2006년을 시작으로 10년 넘게-아마도 2011년 이후 동일본대지진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세계 구성원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가 아닐까-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자로 오르내리고 있다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와서 '이제 탈 때가 됐다'는 인식도 꽤 확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벨상은 수상 후보자를 50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하루키가 노벨상 후보자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답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진짜로 상을 받느냐 마느냐는 어차피 확률의 영역. 확률을 논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도박사들은 올해도 다음과 같은 예상을 내놓았다. 실제로 누가 후보인지 아닌지도 안개 속인 상황이니 편의상 여기 나온 사람들을 '올해의 노벨문학상 후보'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 그럼 도박사들의 예측을 한 번 보자.
올해 노벨문학상 배당률

배당률이 조금씩 변해 수상자 발표 때까지 어느 정도의 변동은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작가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이 꼽힌다. 바로 아래 케냐의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는 표기 문제로 중복 베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다음으로 얼마 전 무슬림 청년에게 흉기 테러를 당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가 나온다. 흉기 피습 사건이 상당히 최근인데다가, 이런 흉악한 테러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루슈디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야 한다는 일종의 '수상 운동'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는 리스트에서는 여덟 번째, 공동 배당률의 후보를 감안한 순위로는 7위 정도다.
 

하루키, 수상권에서 멀어졌다?

노벨문학상은 앞서 소개한 이른바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유일하게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상을 받을 때 '대표작'은 언급되지만, 그 외에도 작가가 평생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작품들을 발표해 왔는지,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어떤 통찰과 영향을 세계의 독자들에게 선사했는지에 주목하는 것. 따라서 개별 작품보다는 작품을 세상에 내 온 작가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일개 '팬'인 기자가 설명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 같아서 전문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국내 하루키 1호 박사로, 일본 간사이(關西)대학에서 하루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문학연구가 조주희 박사의 답변을 보자.

조주희 박사 소개

Q. 작가 하루키의 매력,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비결은?

A. 약간은 멋을 낸 듯한 문체도 산뜻하고, 주인공의 심리 묘사나 등장인물의 갈등도 적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훑을 수 있다. 또 주인공이 평범하고 '쿨'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하루키의 작품에는 다양한 '꺼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눈, 코, 귀, 입 요깃거리들이 즐비하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득해 독자들이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스토리가 좀 늘어진다 싶으면 (비장의 무기인) 성(性) 묘사가 느닷없이 들이닥쳐서 책장을 덮으려는 독자들을 다시 불러세우곤 한다. 1995년 '지하철 사린 사건' 이후에는 종교도 한몫을 하는데 그것도 성과 결합된 파격적인 형태로 등장하는 탓에 오락 소설이니, 포르노 소설이니 비판을 받곤 하지만, 전 세계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꽤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Q. 하루키, 지난 10여 년 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긴 했을까?

A. 2006년부터 매년은 아니어도 몇 번인가는 후보에 올랐을 거라 생각한다. 노벨 문학상 선정 기준이 '이상주의적 경향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상주의적 경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되겠지. 하루키의 수상을 여전히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유는 적어도 하루키의 작품이-작품성은 차치하고라도-전 세계 독자들을 아우르는 힘을 가졌고, 더구나 2010년 이후에는 특히 인류애와 휴머니즘,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언설로도 작품으로도 주제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루키가 (일본의)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표면화시키는 것은 일본 작가로서는 꽤 소신있는 행동이고, 미래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생기는 힘이라는 걸 그가 꾸준히 상기시키고 있기도 하다.

Q. 올해 수상 가능성은? 시기를 놓쳤다면 가장 아쉬웠던 해는?

A. 희박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 다만 최대 걸림돌이 하루키가 '베스트셀러' 작가, 즉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라는 점이다. 하루키 본인도 올해 역시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면 아쉽기는 하겠지만 큰 낙담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루키가 (수상으로)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가장 유력했던 해는 역시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했던 2006년, 그 다음은 모옌이 수상했던 2012년 전후, 그리고 2019년이 아닐까. 2012년에는 2010년에 발표한 [1Q84]에 대한 평가도 있었지만, 당시 유력 후보 1위였을 만큼 그의 작품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고, 2019년에는 (노벨상이 일본에) 25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속설 때문에 막연하게 기대를 한 부분도 있다. 다만 2017년에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에는 점점 노벨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Q. 그래도 수상한다면 수상 소감은 어떤 내용일까?

A. 2000년대 이후 하루키의 수상 소감은 대부분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핵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을 받은 기쁨은 아마 최소한으로 표현하겠지. 1982년 11월에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野間)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처럼 "상은 작품이 받는 것"이라며 극도로 감정 표현을 절제하거나, 형식적인 감사에 그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장거리 주자' 체질인 하루키가 이번 수상을 통해 풀코스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을 때처럼 기쁨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문학상 수상 내역과 수상소감 요약

"생각하지 않는다"는 하루키

하루키 본인도 곧 시작되는 '노벨상 시즌'이 되면 이런 저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상자로 발표된 적이 없으니 지금까지 나온 하루키의 반응은 "(올해도) 상을 받지 못했다"에 대한 감상이 전부. 사실 그마저도 있다 없다 한다. 어떤 반응을 내느냐는 전적으로 하루키 마음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2016년 미국의 뮤지션 밥 딜런이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하루키는 SNS에 본인의 작품인 [노르웨이의 숲] 영문판에 나온 대사를 인용해 "동정은 질이 나쁜 놈들이나 하는 거야"라며 조금은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게 '보인다'인 이유는 본인이 직접 어딘가의 인터뷰를 통해 말한 게 아닌 데다, 해당 SNS도 하루키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그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도 당시 SBS 취재파일로 이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취재파일] 하루키 "동정은 질이 나쁜 놈들이나 하는 거야" 바로가기)

그러나 역시 하루키도 사람인지라 몇 년째 유력 후보로 거론만 되고 수상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을 터. 그래서인지 2년 뒤인 2018년 [기사단장 죽이기]의 영문판 출간에 즈음해 미국 뉴욕에서 마련된 한 이벤트에서는 직접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하루키 "중요한 것은 노벨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이미 낸 세금과 전 여친에 대해서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벨 문학상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면, '(노벨상을) 주든 말든 관심 없습니다'를 위트있게 돌려 말한 것이라는 해석에도 일리는 있다. 당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의 영문판을 야심차게(?) 발표한 직후라 노벨 문학상 불발에 대한 소회를 '옛다' 하며 준 듯한 느낌이 강하지만, 한편으로 굳이 그 자리에서 꺼내지 않아도 될 '노벨 문학상'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언급했다는 건 하루키가 본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또 그게 매년 무위로 돌아갔을 때 쏟아지는 사람들의 동정(또는 연민)이 얼마나 되는지를 꽤나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상이란, 특히 노벨상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지역 안배' 이론, 이번에는 혹시?

앞서 소개해드린 일본문학연구가 조주희 박사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쩌면 하루키는 이미 수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팬'으로서 마지막 희망회로를 조금만 돌려보도록 하자. 워낙에 제대로 된 후보자 명단도 없이 도박사들의 예측에 기대 발표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문학계에서는 그나마 '지역 안배'론이 힘을 얻고 있는 편이다. 수상자는 노벨 위원회의 발표를 기다려야 알 수 있지만, 그렇게 매년 쌓여 온 결과를 놓고 보면 어느 정도는 지역별로 돌아가는 '추세'가 보이지 않느냐는 것. 자, 그럼 한 번 볼까.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을 정리해 봤다.
2012~2021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시아 지역의 마지막 수상자는 10년 전인 2012년 중국의 모옌이다. 2017년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영국으로 이주해서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국적 대신 출신지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서 일본 태생 노벨상 수상자로 분류되지만 영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영국 작가로 보는 게 맞는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물론 하루키와 상당한 친분이 있다.) 위의 표에는 없지만, 기준을 일본으로 좁히면 1994년의 오에 겐자부로(대표작 [개인적 체험])가 마지막으로, 시간의 간격이 상당히 멀어진다. 아시아에는 10년, 일본에는 28년 동안 노벨 문학상이 주어지지 않은 데다 지난 10년 동안 미주와 유럽을 돌고 지난해 아프리카를 찍었으니 '이번에는 혹시?'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도박사들의 예상을 봐도 아시아 출신 작가로는 하루키가 유일하게 10위 안에 있는데, 만약 이번이 아시아가 수상할 차례라면 역시 하루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기자가 그동안 수집(?)한 하루키의 작품들. 기자는 2019년부터 2022년 봄까지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일했는데, 올해 초 귀국을 앞두고 문득  아쉬운 마음에 도쿄역 근처의 대형 서점에 가서 일본어 문고판을 대량으로 구입해 양이 부쩍 늘었다. 일본어는 여전히 서툴고, 그마저도 조금씩 잊어가고 있지만 공부를 계속해 언젠가는 하루키의 작품을 원어로 읽고야 말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받거나, 혹은 못 받거나

하루키의 노벨상 수상이 좌절(?)돼 온 지난 몇 년 동안, 그 해 수상자 발표와 동시에 기자도 주변에서 '하루키는 대체 언제 받는 거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 기자가 나름 하루키의 오랜 팬임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차라리 계속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대답하곤 했다. 노벨상을 받든 말든 기자가 하루키의 작품을 계속 좋아하고 반복해서 읽을 거라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 세계의 수많은 하루키 팬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감히 추측하고 있다.

하루키에 대한 장강명 작가의 코멘트

기자는 물론 '성장하려는 소설가'는 아니지만, 소설가 장강명의 저 말에 충분히 동의한다. 여기까지 꾹 참고 글을 읽어 내려오신 독자는 하루키에 대해, 그의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여부에 대해 상당한 관심(거기에 더해 '호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니클라스 엘메헤드(Niklas Elmehed)라는 스웨덴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다. 2012년부터 노벨 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매년 수상자의 초상화를 그려 주는 작가다. 노벨 위원회가 수상자의 사진 대신 초상화를 보여주는 건 사진에 걸린 저작권 때문. 아무튼 엘메헤드는 노벨 위원회 핵심 관계자 말고는 그 해 수상자의 얼굴과 이름을 남들보다 먼저 아는 극소수의 행운아(?)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niklaselmehed.com)를 방문하면 그가 검은색 아크릴 물감과 얇은 금박을 이용해 수상자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그리는 니클라스 엘메헤드(출처 : niklaselmehed.com )

만약에, 하루키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탄다면 하루키의 얼굴도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리게 될 것이다.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지만, 역시 하루키의 얼굴은 하루키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을 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 1942~2014)가 제일 잘 그리지 않았을까? 혹시, 노벨상 수상자로 하루키를 소개하는 그 자리에서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짙은 눈썹과 단춧구멍 같은 눈을 한 하루키를 볼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안 그래도 지금쯤 수상자들을 그리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쁠 니클라스 엘메헤드도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마무리로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하루키의 얼굴을 보여드릴 예정이었지만, 저작권 상황을 알아보니 안자이 미즈마루가 생전에 그린 '하루키 얼굴'의 경우 작가가 고인이 되어 유족으로부터 사용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 씨가 그린 하루키의 얼굴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우일 씨가 그린 하루키 얼굴은 하루키 본인도 사용을 허가했다고. 안자이의 그림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독특한 느낌이다. 2017년 국내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리커버판 표지에 실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 씨가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 ⓒ이우일(제공:비채)

(구성·편집: 유성재 기자 /콘텐츠디자인: 옥지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