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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선진국 파업 손해배상 제한 없다" 사실은?

[사실은] "선진국 파업 손해배상 제한 없다" 사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51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노동조합에 손해액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 규모가 470억 원에 달했습니다. 

노사는 어렵사리 합의를 이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앞으로 불법파업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하이트진로 역시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27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졌습니다. 야권에서는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 봉투법'이 연달아 발의됐고, 민주당은 7대 우선 추진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여당과 기업 단체들은 노란 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범야권 '노란봉투법' 발의

이 과정에서 '해외 사례'가 자주 거론됐습니다. 노동권이 발달한 유럽 국가에서도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 배상 청구를 통해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반면, 노동조합과 진보 단체 등을 중심으로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정말 어떻게 하는지, 특히, 지금까지 자주 거론됐던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사실은 노란봉투법 파업 손해배상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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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파업 손해배상 규정은?


먼저 우리나라 현황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노동조합법 제3조는 "쟁의 행위로 손해를 입었다고 해도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4조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쓰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쟁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을 경우, 즉, '불법 파업'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그 '정당한 쟁의 행위'의 기준은 판례에 제시돼 있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또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방법과 태양이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다29366

손해배상을 면할 수 있는 쟁의행위가 되려면 주체와 목적, 절차, 수단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그렇다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독일과 프랑스는 쟁의 행위를 규율하는 명확한 법률 규정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쟁의 행위의 정당성은 판례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노동 학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개 판결 문구들입니다.
 
파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Der Streik soll als letztes Mittel eingesetzt werden.
- 독일 연방노동법원 1988년 6월 21일 판결 - 1 AZR 651/86

파업으로 회사가 무질서에 빠진 경우라면, 파업이 악용돼 변질된 것이다.
que ce n'est qu'au cas où la grève entraîne la désorganisation de l'entreprise qu'elle dégénère en abus
- 프랑스 대법원 1992년 11월 4일 판결 - n°90-41.899

위 판례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관습법의 나라 영국은 불법 파업의 경우, 민사는 물론 아예 형사적 처벌도 가능하다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약식 유죄판결에 따라 3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A person guilty of an offence under this section is liable on summary conviction to imprisonment for a term not exceeding three months
- 199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40조

즉, 기업 단체들이 말하는 것처럼, 노동권이 발달했다고 알려진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도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얼마든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영국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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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를 까다롭게 만드는 규율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자주 있는 일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해배상 청구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청구권 행사를 까다롭게 만드는 규정과 판례가 함께 존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연방노동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서 생산손실 그 자체를 손해로 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손해배상액의 산정문제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연방노동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생산손실 그 자체를 손해로 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사업을 계속 운영했을 경우에 얻었을 수입에서 생산손실로 인해 지출되지 않는 비용(임금, 수리비용, 전력비용, 청소비용 등) 간의 차액이 된다.
- 김기선(2014), 독일에서의 쟁의행위를 둘러싼 법률문제, 2014년 4월호,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pp.5~15

프랑스 시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프랑스는 파업 지도부나 점거 조합원 전부에게 연대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노동자 각각이 벌인 위법 행위가 있으면, 그 위법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 입증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사용자는 손해를 명확히 증명해야 하고, 책임을 부담시키고자 하는 파업근로자들 각각에 대해 당해 손해에 대한 개인적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입증은 매우 어렵다.
- 조임영(2014), 프랑스에서의 파업권의 보장과 그 한계, 국제노동브리프 2014년 4월호, pp.31~48

영국은 노동조합원 규모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손해 배상액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5000명 미만의 노동조합의 경우 1만 파운드, 10만 명 이상 노동조합은 25만 파운드, 이런 식입니다.
 
그 상한이 있어 손해 전체를 보전받지 못하는 것과 파업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진행되어 이러한 민사소송은 노사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심재진(2014), 영국에서의 불법파업과 법적 책임, 국제노동브리프 2016년 4월호, pp.16~30

즉, 이들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실익이 크지 않아 청구권 행사 사례가 드물다는 게 노동 학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SBS 사실은 팀은 "영국과 프랑스, 영국도 불법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제한이 없다"는 주장을 검증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과 같이 노동권이 발달한 국가들이 거론됐는데, 이런 나라들도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한다는 의미로 읽히는 주장입니다. 사실은팀이 이들 국가의 법 조문과 판례를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청구권을 까다롭게 만드는 규율도 함께 있었고, 사실상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효과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진국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제한이 없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는 사실이지만 그런 사례가 잦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평가입니다.

따라서 SBS 사실은 팀은 "영국과 프랑스, 영국도 불법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에 제한이 없다"는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인턴 : 정수아, 강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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