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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하기관에 "우선 구매 요청"…국정과제라서?

"판매된 25점 중 8점, 문체부 산하기관 몫"

<앵커>

청와대 개방 이후 처음 열린 전시회에 나왔던 작품을 정부 산하 기관들이 일부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부는 의무가 아니라 협조 요청이었다고 해명했는데,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소지가 있습니다.

장민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장민성 기자>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1일부터 20일간 7만 명 넘게 관람했다며,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체감하는 첫 번째 행사이자, 장애예술인 활동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인 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깜짝 방문해 장애예술인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전시된 작품 60점 중 25점이 판매됐다"는 내용도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SBS 취재 결과, 판매된 25점 중 8점이 문체부 산하 기관들 몫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체부가 지난달 17일, 53개 기관에 보낸 공문입니다.

'우선 구매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 아래 국정과제,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근거 조항과 함께 장애예술인 창작품을 우선 구매하는 데 협조해달라며 분기별 우선 구매 실적과 계획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공문을 받은 기관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은 3점 700만 원, 한국관광공사는 2점 530만 원, 한국콘텐츠진흥원 1점 100만 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점 100만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위원장 개인 명의로 1점 200만 원 작품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구매에 나선 기관들은 모두 지난 5년 동안 장애예술인 작품을 포함해 예술품을 구매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임종성/민주당 의원 : 전시회 앞두고 문체부가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청와대 개방 실적을 위해 사실상 강매를 시킨 것이 아닌가….]

문체부는 "국정과제 추진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였고 의무가 아닌 협조 요청"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김남성, 영상편집 : 김경원,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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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함께 취재한 유수환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사지 않기로 한 곳도?

[유수환 기자 : 네, 맞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그렇습니다. 먼저 도서관장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원종필/국립장애인도서관장 : 단돈 10만 원을 주든 1만 원을 쓰더라도 회계 규정에 맞게 쓸 수밖에 없어서….]

[유수환 기자 : 정부 물품관리법 시행령을 보면, 정부기관은 50만 원이 넘는 미술품의 경우 정부미술은행이라는 곳을 통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정부기관인 국립장애인도서관인 경우 미술품을 직접 구매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Q. 구매 기관들은 어떻게?

[유수환 기자 : 이 기관들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공공기관'입니다. 이 시행령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예산 활용은 조금 더 자유롭습니다. 그럼에도 지침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저희가 기재부에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찾아봤는데요. 별도 규정이 없을 경우 공공기관도 정부기관의 예산 집행 지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3점이나 구매한 체육진흥공단의 경우 이런 지침을 아예 몰랐다고 합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 : (저희는) 문체부 산하 기관이고요. 문체부에서 장애인 예술인 활성화 정책 한다고 하고, 그런 문서도 왔었고 해서요.]

Q. 문체부 해명은?

[유수환 기자 : 문체부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예술인 지원 개정안'에 따라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서 장애예술인의 창작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협조 요청을 보낸 것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률은 빨라야 내년 3월에야 시행됩니다. 즉,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법을 먼저 반영했다는 논리인데요.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임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절차와 규정 위반의 소지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 취지는 훼손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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