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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9/23) : '윤 대통령 논란' 해명할수록 문제 꼬이는 이유

스브스레터 이브닝(9/23) : '윤 대통령 논란' 해명할수록 문제 꼬이는 이유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순방과 관련해 많은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졌네요. 근데 일이 이렇게 커지도록 대통령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어 보이네요. 대통령실이 해명할수록 진화는커녕 상황이 꼬이고 문제가 더 커지는 걸 부인할 수 없는 거죠.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왜 볼 수 없을까요?  
 

뒤늦은 해명…한국으로 화살 돌려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어제(22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에요. 여기서 ◇◇와 ◆◆◆에 들어가는 말이 뭘까요?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는 오디오는 없지만 맥락상 '미국', ◆◆◆는 오디오가 정확치 않지만 '바이든'으로 받아들여졌죠. 이 발언 직전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에 6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미국 의회에서 거부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면이 서지 않을 거다'라는 얘기를 윤 대통령이 비속어 섞어서 한 것으로 들린 거죠. 언론 보도도 그런 의미로 됐고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는데요, 10시간 넘게 지나서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면서 해명을 내놨죠. ◇◇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거죠.

김 수석의 말대로 단어를 넣어서 정리해 볼까요. "한국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예산을 '날리면'(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의미 / 윤 대통령은 글로벌 펀드에 1억 달러 지원 약속)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 되죠. 김은혜 수석은 "우리나라는 예산에 반영된 1억 달러의 공여 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죠. 

"이 말씀을 직접 한 분에게 확인하지 않고는 이렇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도 했는데요, 윤 대통령에게 확인했다는 의미죠.

김 수석은 그러면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은 국익 자해행위"라고 했는데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여실히 느껴지죠. 

레터용 김은혜 수석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순방 외교는 국익을 위해서 상대국과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입니다. 그러나 한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습니다.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수용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입니다.
 

민주당 "전세계 상대로 거짓말하나"


김은혜 수석이 해명이 나온 뒤 비속어 발언 논란은 더 증폭됐습니다. 우선 해명을 들은 기자들부터 납득하기 어렵다는 질문이 나왔죠. "여러 기자가 같이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이다" "짜깁기, 왜곡은 누가 했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지만 김 수석은 "기사를 쓴 기자님들께 언급하고자 한게 아니다"거나 "컨텍스트를 보면 충분히 이 안에 진영싸움이 얼마나 있는지 알게 된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답변했네요.

언론사들이 주변 잡음을 최대한 제거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잘 들리도록 처리한 영상도 만들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의 해명이 맞는지 검증하는 거죠. 오디오를 명확하게 들려줄 수 있고,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김은혜 수석뿐 아니라 윤 대통령까지 신뢰의 위기에 처하게 되겠죠. 대통령의 확인을 받아서 해명했다고 김 수석이 얘기했으니까요.  

민주당은 아예 거짓 해명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면서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죠. 이재명 대표는 "거짓이 거짓을 낳고 또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고요, 박홍근 원내대표는 "밤사이 백 번은 돌려 들었지만 거짓 해명"이라면서 질타했죠.

레터용 박홍근
저도 백 번 이상 들은 것 같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청력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신뢰 무너뜨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입니다. (..) 윤 대통령이 참사 당사자로서 외교적 폭풍 걱정돼 모면해보려 했다 해도, 거짓해명이 되겠습니까? 거짓말은 막말 참사보다 더 나쁜,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민주당은 <김은혜 홍보수석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논평도 냈는데요, 역시 '거짓 해명'이라고 단정하고 있네요. 
 
<김은혜 홍보수석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김 수석 말대로면 국민이 ‘바이든’과 ‘날리면’도 잘못 알아듣고 미국 의회와 대한민국 국회도 구분 못 한다는 말입니까? 세계 유수 언론이 윤 대통령의 비하 발언과 욕설을 보도했는데, 김은혜 수석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겁니까? 말실수는 진솔한 사과를 하면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겁니다. 

대통령실 해명대로 'XX들'이 우리 국회, 거대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문제 있죠. 싫든 좋든 민주당은 169석의 제1당인데요, 169명을 'XX들'로 표현한 거니까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마저 "만약에 그 용어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는데요, 해명이 맞다고 해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죠. 
 

해명이 거짓으로 들통나기도


윤 대통령이 첫 방문국인 영국을 방문할 때부터 뒷말이 무성했는데요, 조문 취소 논란이 불거졌죠. 이때 해명도 결국은 거짓으로 들통나면서 논란을 키운 셈이 됐죠.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고 늦게 런던에 도착하신 EU집행 위원장, 파키스탄 총리, 모나코 국왕,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다 같이 장례식 후에 조문록을 작성함으로써 조문의 행사를 마치신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했는데요, 마치 윤 대통령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지 못한 것처럼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반박한 거죠. 대통령실에서도 그렇게 브리핑을 했고요.

김의겸 의원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반전이 일어났죠.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총리에게 현지 언론 기사와 사진 등을 보여줬는데요, EU 집행위원장과 오스트리아 대통령, 그리스 대통령이 참배한 사실이 사진으로 확인됐죠. 

김 의원 말로는 인터넷을 조금 검색해서 이들 자료를 찾았다고 해요. 대통령실과 총리가 금세 들통날 거짓 해명을 한 셈이죠. 
 

닉슨 사임 원인은 도청 아니라 거짓말


마치 실수를 기다리다 잘못을 물고 늘어지는 행태, 해프닝을 침소봉대하는 행태, 정쟁을 위한 비난은 공감을 얻기 어렵고 이슈가 오래가기 어렵겠죠. 국민이 본질을 다 알고, 적절한 해명이면 문제가 확산하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해명이 문제를 더 키우는 사례도 많은데요,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도 그런 사례로 보이네요. 여러 뒷말이 퍼지는 과정을 보면 <1차 논란 → 해명 → 논란 확산>의 패턴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요, 해명으로 논란이 가라앉은 이슈가 거의 없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여야 공방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거짓 해명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이네요. '비속어 발언'에 대한 김은혜 수석의 해명은 아직 거짓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해명이 먹히지 않는 건 분명하죠. SNS에서는 해명을 비튼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벚꽃엔딩>의 '봄바람 휘날리며'를 개사한 '봄바람 휘바이든'이 인기하고 하네요.  

대통령의 비속어 실수를 진솔하게 사과해서 진화하는 모습도 없었죠. '이XX'라고 비속어를 쓴 건 사실이니까요. 또 우리 국회를 향해 ‘이XX’라고 한 것이 맞다면 그에 대한 입장이나 설명이 필요한데,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만든 셈이 됐죠. 민주당 의원 169명이 ‘이XX'냐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을 사임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도청에 연루된 잘못보다는 거짓말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잃었다고 하죠. 워터게이트로 대특종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는 "닉슨을 끌어내린 건 도청이 아니라 은폐였다"고 말하고 있죠. 닉슨은 '사기꾼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물타기 → 꼬리자르기 → 수사방해>하다 끝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거죠 

"저는 대통령이 실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사건 초기에 '잘못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면, 제 생각에는 아마 사임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의 주인공인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2016년 'KBS 스페셜'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50년 지난 오늘날에도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요?

레터용 한컷 0923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퍼포먼스하는 모습이에요. CJ제일제당 본사 앞에서 쌀값 폭락 등으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일부 즉석밥 제품에 수입산 쌀 사용을 규탄하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해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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