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라커룸S] '미떼 소년' 지명 소식에 놀란 야신 "정말 신기하고, 보고 싶다"

"할아버지 야구 잘 하세요?"
"조금…. 찬바람 불 때 핫초코…."

9년 전 김성근 감독과 핫초코 광고 찍었던 목지훈
9년 전 김성근 감독과 핫초코 광고 찍었던 목지훈

지난 2011년 겨울, 당시 '야인'으로 지내고 있던 김성근 전 감독(현 일본 소프트뱅크 감독 고문)은 한 식품회사의 핫초코 광고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이때 김 감독 옆에서 추운 겨울임에도 '야구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던 7살 꼬마가 있었는데, 11년이 흘러 진짜 야구 선수가 돼 화제가 됐습니다. 어제(15일)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일고 투수 목지훈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목지훈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중랑구 리틀야구단에서 취미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며 야구를 접한 목지훈은 야구의 매력에 빠졌고, 어머니께 '정식 선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최선희 씨는 아들의 선택에 반대했습니다. 최 씨는 "아이 아빠가 운동을 시킨다고 했을 때 태권도 정도 배우는 걸로 생각했는데, 리틀야구에 들어가더니 하루 종일 있다가 오더라고요. 아직 어린 나이였는데, 무언가에 올인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해서 반대했죠. 초등학교 1학년이면 아이랑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야구하러 가서 집을 오지 않으니까 제가 반대를 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4라운드 지명받은 신일고 투수 목지훈

'목지훈과 아빠' vs '엄마'의 구도로 팽팽한 싸움이 전개되던 그때,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광고 에이전시에서 김성근 감독과 함께 찍을 초등학교 1학년 선수를 찾고 있었는데, 조건이 딱 맞은 목지훈이 오디션을 보게 됐고,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광고 촬영이 시작됐는데, 목지훈은 김성근 감독이 어떤 분인지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어떤 분인지 몰랐습니다. 부모님께 '김성근 감독님이라는 분과 광고를 찍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씀드리니 '대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야구를 하셨던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했어요. 오디션부터 리허설까지 일주일 정도 촬영을 했는데, 같이 할수록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말 엄청난 분과 함께 하고 있는구나'라고요."

촬영이 마무리될 쯤, 김성근 감독의 한마디가 목지훈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촬영 콘티에서 목지훈이 직접 스윙을 하고, 1루까지 뛰는 신이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본 김 감독이 야구를 권유한 겁니다. 어머니 최 씨는 "촬영이 끝나가는데 감독님께서 지훈이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야구를 해도 되겠다. 뛰는 폼이 딱 되어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전까지 아이 아빠랑 매일 싸우고 갈등하고, 아이에겐 '너 문제집 다 풀지 않으면 운동 못 간다'라고 실랑이를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주위에 물어보니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면 정말 운동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어요. 주위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제가 딱 내려놓았죠.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바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정식 선수'의 길을 걷게 된 목지훈은 효제초등학교로 전학간 뒤 청량리중학교를 거쳐 야구 명문 신일고에 진학했습니다. 투수와 야수를 병행하다 2학년 때부터 투수에 집중했고,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습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9km를 찍을 정도로 좋은 재능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구단의 지명을 받아 마침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습니다. 광고 촬영으로 이루게 된 야구 선수의 꿈. 목지훈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4라운드 지명받은 신일고 투수 목지훈
"중학교 시절까지 그 광고가 계속 많이 화제가 됐어요. 어릴 때는 조금 창피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엄청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을 찾아뵙고 싶었지만, 제가 프로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고, 프로에 가면 어떻게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더 필사적으로 열심히 야구를 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씀 잘 새겨들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감독 고문으로 있는 김성근 감독은 목지훈의 프로행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SBS와 전화 통화에서 김 감독은 "광고 촬영 때 보고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며 "정말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발도, 눈치도 빨랐고, 움직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야구 해보라고 말을 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어린 아이에게 말 한마디 한 게 이렇게 영향이 있다니 참…. 정말 신기하고, 너무 보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뭐하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2월에 한국에 들어가면 꼭 좀 만나고 싶다"며 목지훈과 재회를 희망했습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4라운드 지명받은 신일고 투수 목지훈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