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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녹는 '착한 그물', 정작 어민은 외면하는 이유?

<앵커>

조업을 하다가 유실되거나 버러진 폐 그물은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물에 녹는 친환경 그물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데, 정작 어민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홍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꽃게잡이 배가 항구로 들어오고, 어민들은 그물에 걸린 꽃게들을 떼어내느라 분주합니다.

겉보기에는 일반 그물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이 그물은 일정 시간이 바닷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그물입니다.

[이재순/어민 : (일반 그물보다) 탄력이 있으니까 일하기가 훨씬 편해. 게 떼기가 쉽고.]

지난 2007년 해양수산부는 고분자 화학물질을 활용한 생분해 그물을 처음 개발해 보급을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그물 양이 2만 4천 톤에 달해 매년 각종 바다 동물 13만 마리가 그물에 걸려 폐사하고, 폐통발에 어류가 갇혀 죽는 등 어업 피해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박수봉/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 자연 해수 조건에서 1~2년 경과 후부터 유령 어업 예방 효과가 나타나며 3~4년 경과 후에는 거의 분해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보급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분해 그물 특성상 보관이 어렵고 오래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치경/그물 제조업체 공장장 : 일반 어구는 내년에도 쓸 수 있는데 생분해 어구는 바닷속에 일단 한번 들어가고 나면 내년에 보관했다 쓰기는 곤란하다, 강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일반 그물의 3배에 달하는 가격도 부담입니다.

생분해 그물의 국내 생산업체는 이곳을 포함해 모두 8개소가 있는데요, 제작 단계에서 건조와 온도 유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그물보다 가공이 까다롭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보급률을 높이려면 정부 보조금을 늘려야 하지만, 지원 예산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2억 원으로 변동이 없습니다.

[유선용/어민 : 대규모로 하는 사람들은 이거 안 쓰려고 해요. 1년에 1천 개가 필요한데 100개밖에 안 주니까.]

해수부는 내년에는 연간 7억 원 정도 지원 예산을 늘릴 예정이라면서 생분해 그물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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