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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내가 보는 유튜브의 나비효과는?

마부뉴스 일러스트
A: 내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래? 나는 최근 '갓생 살기'에 뛰어들면서 공부할 책을 찾아보고 있어. 데이터 분석 공부를 빡세게 하기 위해 (무려) 원서를 구입하려고 아마존을 둘러봤고, 결국 좋은 책 하나를 발견했지. 바로 클릭해서 원서 구매 완료! 해외 직구로 구매하다 보니 시간은 좀 걸리지만 받아서 열심히 공부할 예정이야.

B: 이번엔 내 얘길 한 번 들어봐. A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데이터 공부를 한다 길래… 질 수 없어서 나도 원서를 구입하려고 해. 하지만 배송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가 나올 텐 데 걱정이더라고. '갓생'도 살고 싶지만 환경 오염도 덜 시키고 싶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이북(ebook)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어. 클릭 한 번이면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이북(ebook)이라면 탄소가 안 나올 테니까 말이야.

오늘 마부뉴스는 데이터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A와 B의 이야기로 시작해봤습니다. B가 우려한 대로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운송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선택한 이북(ebook)은 정말 탄소 발자국이 나오지 않을까요? 오늘 마부뉴스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소비하는 유튜브, 멜론, 넷플릭스, 트위치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의 디지털 소비 날갯짓이 저 먼 곳에 어떤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지 데이터로 정리해봤습니다.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내가 보는 유튜브의 나비효과는?
 

Digital doesn't mean green


디지털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언뜻 생각해보면 디지털은 물리적인 상품을 생산하지도 않고, 단순히 디지털 파일일 뿐이잖아요. 게다가 유통 과정도 없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는 게 좀 이상하죠. 도대체 어디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걸까요?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본다고 가정해볼게요. 기본적인 과정은 물건 배송과 비슷합니다. 자료를 요청하면, 자료를 창고에서 꺼내서 주문한 사람에게 주면 끝이죠. 자료, 즉 동영상 데이터가 담겨있는 창고는 구글의 데이터 센터입니다. 구글은 전 세계에 23개의 데이터 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미국에 몰려있고 아시아는 대만, 싱가포르에 하나씩 있죠. 데이터 센터에 담겨있는 동영상을 잘 꺼내서 대한민국에 있는 이용자에게 전달하면 되는 겁니다.
데이터 전달 과정

요청이 들어온 데이터는 데이터 센터에서 나와 POP(Edge Point of Presence)로 전달됩니다. 케이블을 통해 대륙을 넘나드는 거죠. 우리나라엔 서울에 구글의 POP가 있습니다. POP 다음 단계는 GGC라는 더 작은 규모의 집하장입니다. 마치 택배가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을 거쳐 우리 집에 배달되는 것처럼 큰 규모의 센터에서 작은 규모의 허브로 데이터 파일이 전송되는 거죠. 최종적으론 내 디바이스에 동영상 데이터가 도착하면 끝!

유튜브의 예를 들었지만 우리가 디지털로 소비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그리고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는 전력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죠. 전력을 사용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겁니다.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전력이 깨끗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화석연료 중심이거든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선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와 데이터 센터가 전 세계 전력의 2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말했는데, 이 규모는 전 세계 항공 산업에 사용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전력의 대부분은 탄소를 무지막지하게 내뿜는 화석 연료를 통해 얻고 있는 거고요.
 

물과 전기를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데이터가 쌓여있는 창고, 데이터 센터의 시장성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데이터 센터는 그에 발맞춰서 커질 수밖에 없죠.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는 700개 정도입니다. 하이퍼스케일은 대략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뜻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네이버가 세종에 짓고 있는 데이터 센터 각 세종이 그 규모죠.

이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물과 전기가 들어요. 물이 왜 필요한지 알려면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의 발열을 생각하면 될 거예요. 컴퓨터를 통해 여러 작업을 하면 상당한 열이 발생합니다. 인터넷 창을 많이 열어두었다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했을 때 컴퓨터에서 쿨러가 위잉 하고 돌아가는 것 한 번쯤 경험해 본 적 있을 거예요.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고 통신에 과부하를 막기 위해 냉각시설인 쿨러가 돌아가는 건데, 그보다 더 큰 규모의 데이터 센터에선 당연히 냉각에 들어가는 물이 엄청납니다.

데이터 센터가 물을 얼마나 먹는지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을 가져와 봤어요.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 센터 냉각에 쓰이는 물이 무려 하루 평균 170억 리터! 엄청나죠? 우리나라엔 2019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가 158개 있는데, 아쉽게도 국내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나 전력량이 따로 관리되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네이버 같은 기업에서는 ESG 경영 차원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 용수와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고 있어요. 공개된 네이버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 각 춘천의 용수 사용량은 2021년 기준 98,767t. 공개된 5년 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각 춘천 데이터 센터 한 곳에서만 하루 평균 233톤 규모의 물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비트코인 전력 소비량

이렇게 기업에서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도 있지만 코인이 등장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채굴장도 문제입니다. 코인을 채굴하려면 컴퓨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연산을 해야 하거든요. 당연히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고요. 위의 그래프는 2010년 7월부터 2022년 7월(7.26TWh)까지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량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이 데이터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만들고 있는데, 여기선 비트코인 채굴에 얼마만큼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매일 모니터링 중이죠. 8월 24일 기준으로 현재 비트코인 채굴 전기사용량은 연간 92.3TW 규모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필리핀(90.9TW)과 카자흐스탄(92.1TW)의 연간 전력량보다 많은 전기가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싼 전력을 쓰기 위해 채굴장들이 개발도상국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대적으로 싼 값의 전기를 쓸 수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전기 원료의 대부분이 화석연료거든요. 그러다 보니 훨씬 더 많은 탄소 배출이 이뤄지고 있고 그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큰 거죠. 그래서 이더리움은 아예 채굴 방법을 바꾸는 선택을 했어요. 더 이상 전력을 많이 먹는 연산으로 코인을 채굴하지 말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쓰겠다는 건데, 이더리움은 채굴 방법을 바꾸게 되면 이전 대비 에너지 소비가 99.95% 줄어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탄소발자국,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실제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탄소 양은 얼마나 될까요? 퍼듀대, 예일대, MIT 소속의 연구진들이 모여서 발표한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각 기업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탄소 배출량을 추정해봤어요.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유튜브가 시간당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유튜브 1시간 시청에 최대 1,006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 

그렇다면 우리 생활 속 SNS 이용 시간을 다 합쳐서 계산해보면 어느 정도의 탄소가 배출될까요? 일단 대한민국의 평균 SNS 이용량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데이터는 닐슨 코리안클릭의 SNS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참고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단연 유튜브였습니다. 1인 평균 월 이용 시간이 1,627분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트위터가 606분으로 2등을 했어요. 뒤이어 인스타그램(534분), 틱톡(445분), 페이스북(431분)으로 조사됐습니다.
주요 SNS 1시간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

계산해보면, 대한민국 평균 사람이라면 SNS 이용만으로 한 달에 3,398그램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 SNS 이용자는 2021년 4월 기준 3,495만 4,543명. 삼천만 명 이상의 SNS 이용자들이 평균적인 소비를 했다면, 한 달 간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무려 11만 8,780톤이라는 계산이 나오죠. 온라인 서비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전 세계 단위로 보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거고요.
고화질, 저화질 스트리밍에 따른 물 발자국 변화

상당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IT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일단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화질을 관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죠. 우리가 보는 동영상의 화질을 고화질에서 저화질로 바꾸면 시간당 탄소배출량이 440.6그램에서 157.3그램으로 감소합니다. 물 사용량도 시간당 5.2리터에서 1.9리터로 확 줄어들고요. 만일 10만 명의 이용자들이 한 시간 짜리 동영상의 화질을 낮춰서 본다면, 1.7톤의 토마토를 생산할 만큼의 물을 절약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광고로 나오는 동영상의 화질은 여전히 고화질이라서 이용자에게만 저화질을 보게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죠.

데이터 센터를 관리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냉각과 전력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있고, 냉각에 드는 물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 센터를 해저에 설치해 냉각 필요성 자체를 없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이용하기 위해 북극권 인접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지었고요.

화석 연료에서 아예 독립하는 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거든요. 구글은 전 세계 사무실과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지어진 신사옥 지붕을 용의 비늘을 닮은 태양전지판으로 덮었어요. 이 태양전지판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전체 사옥의 에너지의 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하죠.

 
Q. 내가 사용하는 앱이나 웹사이트의 탄소 발자국이 궁금하다면?

Social Carbon Footprint Calculator 내가 SNS에 들락날락할 때 탄소가 얼마나 배출될까요? 이 사이트에 내가 애용하는 SNS를 하루에 몇 분 사용하는지 입력하면, 1년 동안 발생하는 총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줍니다. 1년 치 탄소 배출량 계산 방법은 (내가 입력한 하루 사용 시간) X (해당 사이트의 분당 예상 탄소 배출량) X (365일). 사이트 별 분당 예상 탄소 배출량은 갤럭시 S7 스마트폰을 이용해 추정했고요.

Website Carbon Calculator 내가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될까요? 이 사이트에 궁금한 웹사이트를 입력하면 웹사이트를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확인해줍니다. 방문 인원수까지 입력하면 일 년 간 발생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스모 선수의 몸무게에 비유해 주고 있어요.
 

환경을 위한 우리의 노력


디지털 기기를 아예 쓰지 않고, 앱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데이터 센터에 쌓여있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안 읽고 쌓여있는 메일함을 비우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쟁여 놓은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는 정도도 데이터 센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동 중 하나죠. 

IT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 <앨범 vs 스트리밍, 무엇이 더 친환경일까?> 레터에서 소개했던 KPOP 4 Planet이라는 단체 기억나나요? 이 단체에서는 K-POP 팬들의 지속 가능한 응원 활동을 위해 제작사에게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깨끗한 음악 스트리밍을 위한 ‘멜론은 탄소 맛’ 캠페인을 벌이고 있더라고요. 기업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결국 우리 소비자일 테니까요. 결국 우리가 움직여야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겠죠.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앱 클릭하면 나오는 탄소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앱 사용과 디지털 소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정리해봤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물어보려는 건 여러분들의 디지털 탄소 배출량입니다. 여러분의 디지털 탄소배출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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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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