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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차수판 있었지만…늑장대응에 무용지물

<앵커>

이번에는 지난주 서울지역 폭우로 피해가 컸던 지하철역 상황 짚어보겠습니다. 쏟아져 내린 물에 잠기고 폐쇄된 곳이 여럿이었는데, 저희가 취재해보니 역에 빗물이 들어차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해서 피해가 컸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박세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8일 밤,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더니 갑자기 천장이 와르르 무너지고, 역사 안은 순식간에 흙탕물이 흥건하게 들어찹니다.

SBS 취재 결과, 당시 이런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있었는데도 제때 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대가 낮아 가장 많은 빗물이 유입됐던 지하철역 9번 출입구에는 내외부를 완전히 차단하는 차수문이 있었고, 높이 30cm 정도의 차수판은 모든 출입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치들은 이미 역사 안에 물이 들어찬 이후에야 설치됐습니다.

침수 위험시 매뉴얼이 없다 보니 현장 직원들의 판단만으로 설치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여기 물 이렇게 차는 게 좀 심상치 않아가지고 여기 배수 작업하고 차수판 설치하겠다. 이런 식으로 직접 판단을 내리시는 거죠.]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피해는 아직도 복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수역 9번 출구입니다.

이쪽 에스컬레이터는 망가져서 작동이 되지 않고 있고요, 이쪽 입구 쪽도 절반 정도가 이렇게 철제로 된 차수문으로 폐쇄돼 있습니다.

침수 피해가 컸던 동작역은 역 출입구 관리 주체가 달라 문제가 됐습니다.

빗물이 가장 많이 유입됐던 6번 출구는 지하철 운영사가 아닌 동작구청이 관리합니다.

운영사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차수판을 풀어서 설치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했는데, 구청 직원이 현장에 도착한 건 1시간 뒤였습니다.

동작역에는 차수문은 아예 없습니다.

도시철도 건설규칙에 따르면 침수 방지 설비는 임의 규정이라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침수 피해를 계기로 폭우에 취약한 지하철역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 장비와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집중호우가 언제 온다, 그러면 사전에 충분히 설치할 수 있거든요. 매뉴얼은 당연히 있어야 되는데 매뉴얼이 없다 보니까 대책이 주먹구구식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박기덕, CG : 류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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