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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수완박 뒤통수…민주당의 '공한증'

[취재파일] 검수완박 뒤통수…민주당의 '공한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뒤집었습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로 제한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골잡니다.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의 권능을 능멸했다는 맹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한동훈과 민주당의 검수완박 2라운드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갈등의 뇌관이 될 거라는 평갑니다.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번주 한동훈 장관을 상대로 긴급 현안보고를 받겠다며 전체회의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기자회견에선 법치주의라는 허울 뒤에 가려진 오만함의 발로로 헌정질서를 교란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의 대응은 여기까지라는 겁니다. 법무부 긴급 현안보고는 아직까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보름 뒤면 입법취지를 뒤집고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법 통과 전으로 복구됩니다만 국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응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의 미온적인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장외에선 한동훈 탄핵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대면이 필요할 땐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공한증을 연상케합니다.
 
민주당은 한동훈 트라우마에 빠져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이 20명 가까운 친정부 검사들을 동원해 한동훈 장관의 '검언유착 의혹'을 탈탈 털었고 당시 추미애 장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구속을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한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 수 없다는 이유로 검언유착 수사는 용두사미가 돼버렸습니다. 계좌추적을 당했다며 한 장관을 공격했던 진보계의 거목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허위사실로 판명돼 1심에서 유죄를 받았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선 '이모' 발언 등으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곤경에 처했고 전현직 법무장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의원께서 장관으로 있을 때 검찰 인사를 완전히 패싱하셨다"는 한 장관의 발언에 박범계 전 장관이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도 드러났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범계 전 장관의 참패라고 촌평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의 역공에 거대 야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입니다. 이쯤되면 '공한증'입니다. 한 장관을 스타로 만들어 민주당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빅픽처라는 민주당 내부의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립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법기술자의 농단'이다 '한동훈 장관이 너무 설친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시행령 입법예고의 후폭풍은 민주당을 덮치고 있습니다. 검찰청법 조항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을 '등'으로 문구를 수정 통과시킨 게 빌미가 됐습니다. 입법취지보다 문언해석이 우선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는 한동훈 장관의 주장에 전혀 반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 지지층에선 민주당 법사위원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한 정치평론가는 시행령 위법성 여부를 떠나 한동훈 장관에게 한방 먹었다며 박홍근 원내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등'의 허점을 지적했던 만큼 지도부가 법안의 허점을 알면서도 합의했다면 이적행위다.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주고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생색을 낸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국회가 제한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묘수는 아닙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새정부 출범 직전 민생을 외면한다, 무리수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통과를 강행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만 부인할 수 없는 건 민주당은 보복수사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검찰이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드러난 의혹 만으로도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 의원 뿐만 아니라 이미 기소돼 재판중인 의원들 외에도 기소가 임박한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의원들이 20여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는 민주당에겐 앞으로 5년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보험이 될 순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기소시점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1심 판결시점으로 연장하는 당헌 개정도 추진하기로 결론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뒤집기로 민주당은 검찰의 예봉을 꺾는 데 실패했습니다. 수사의 절반은 명분인데 민주당은 여론전에서도 번번이 밀리고 있습니다. 검찰 직접 수사확대는 민생을 포기한 거다 검찰의 밥그릇 지키기 위한 거라고 비난하지만 한동훈 장관은 서민 괴롭히는 깡패잡고 나쁜 권력 혼내주는 수사가 민생을 위한 건데 왜 반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합니다. 시행령 개정 역시 민주당이 만든 법대로 바꾼거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오히려 선제공격에 나선 한동훈 장관은 언제든 나갈테니불러달라고 민주당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제 최악의 경우를 준비해야 합니다. 정치보복이냐 부정부패냐를 두고 검찰과 힘겨운 명분 싸움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망신주기 수사라는 오래된 문법을 다시 들춰내야 하고 검언유착 의혹을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검찰은 나쁜 권력 혼내주고 깡패 잡는게 서민 위하는 거라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민주당이 그토록 경멸하는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표할지도 모릅니다. 공수가 전환된 올해는 민주당이 수셉니다. 한동훈 탄핵 결의안도 야당의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명분과 논리에서 밀린채 거대 야당이라는 힘의 논리로 탄핵결의안을 관철하는 건 지지층을 위로하는 수단일 뿐 여론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일 겁니다. 첩첩산중입니다.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을 국회로 불러야 합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민주당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며 정권의 명운을 걸고 통과시켰습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강행이 전정부 부정부패 의혹을 감추려는 방어막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게다가 유력한 차기 당대표는 검찰이 벼르고 있는 이재명 의원입니다. 전쟁은 싸울때과 피할 때를 가려야 하지만 싸움을 피할 수 없을땐 싸워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한동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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