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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뇌수술, 권역센터 의사 1명이 1년 365일 도맡는다

<앵커>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숨졌습니다. 당시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인데, 다른 대형 병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심지어 뇌수술 전문의 혼자서 1년 내내 당직을 서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오늘(10일)부터 위기에 처한 우리의 응급 의료체계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첫 순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한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 색전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풀어 오른 뇌동맥을 터지지 않도록 완충 물질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신경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의사 5명을 포함해 10명의 의료진이 참여합니다.

[신경외과 교수 : 여기가 다른 부위에 비해서 좀 잘 터지는 부위여서 오늘 코일색전술을 (하려고 합니다.)]

[마취과 전공의 : 깨면서 혈압이 높아지면 동맥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서 그런 것까지 조절하면서 (처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대학병원인데, 야간 응급수술은 낮에 예정된 수술과 너무 다릅니다.

의료진은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뿐, 최소 인원으로 수술이 이뤄집니다.

[신경외과 교수 : ((뇌혈관이) 터진 환자(응급) 같은 경우에도 이렇게 10분 정도가 다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요?) 못 모입니다. 지금 저녁에 기껏해야 1명, 1명… (수술) 안전도에서 많이 차이가 나겠죠.]

보건복지부는 응급 뇌수술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만큼 지자체별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뇌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권역센터마다 1명뿐입니다.

의사 1명이 24시간, 365일을 도맡는 셈입니다.

[신경외과 교수 :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어떤 인력 방향이라든지 구조 자체가 지금 어떻게 보면 탁상공론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신경외과 전문의 수는 OECD 국가 중 2위로 평균보다 3배 넘게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목과 허리 디스크 전문이고, 뇌수술 전문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병원에 한두 명이라도 있는 수도권은 나은 편입니다.

[김우경/대신경외과 이사장·가천의대 교수 : 서울도 이런데, 지역은 더 심합니다. 지역에 있으면서도 또 그 힘든 필수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그런 부문을 선택하려고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례는 응급체계가 무너져가는 우리 의료 실상을 보여줍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정상보, 영상편집 : 박지인,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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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뇌수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오늘 국회 토론회가 있었는데요. 세브란스병원 뇌수술 교수가 본인의 지난해 경영 평가를 공개했는데 한번 보여드릴게요. 숫자가 저기 -4라고 보이시죠? 4% 적자입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20명이 세브란스병원의 뇌혈관 촬영술, 수술실 등 넓은 공간과 비싼 장비 쓰면서 적자가 나는 것입니다. 수술 수가가 너무 낮은데요. 보여드릴게요. 뇌동맥류 수술 수가가 미국은 6천만 원, 일본은 1천200만 원인데 우리는 240만 원입니다. 비교가 사실 안 되죠. 정부가 수가를 억제해오면서 뇌수술 의사가 부족해진 측면이 분명히 있는데요. 수가 문제는 국민 부담과 연결된 복잡한 사안인 만큼 저희가 후속 보도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Q. 의사 얼마나 모자라나?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학회에서는 응급 뇌수술 의사, 우리나라에서 250명 정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현재 130명뿐입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 : 응급수술 하려고 그러면은 같이 하는 인원이 없습니다. 저 혼자 수술방에서 그냥 외로운 싸움을 해야 되는….]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뇌수술 의사 한두 명이 365일 24시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소한 3명이 분담하고 있는데 그 정도라도 해달라는 것이 학계의 요구고요, 또 뇌수술 의사들 의료사고 소송에 위축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방어 진료로 이어지지 않게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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