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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찬 반지하, 출입문도 창문도 대피 못 한다…대책 없나

<앵커>

순식간에 집안으로 빗물이 밀려들면서 반지하에 살던 가족이 숨졌다는 소식 어제(9일) 전해드렸습니다. 이렇게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 집을 서울시가 앞으로는 짓지 않고, 또 기존에 있는 것도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박찬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그제 일가족 3명이 숨진 다세대주택 반지하입니다.

1층 지면과 반지하 창문 사이 높이 차는 단 7cm.

빗물이 7cm만 넘으면 반지하 지반으로 스며드는 것입니다.

방범용 쇠창살은 탈출과 구조 작업에 독이 됩니다.

출입구가 막히면 창문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고정된 쇠창살에 막히기 때문입니다.

[전예성/반지하 거주자 : 도둑 들어와서 물론 그거(방범 효과)가 있겠지만, 사람이 죽어요. 불났다 하든가 물난리 나면 입구로 못 나가 탈출할 수 없으면….]

이처럼 지대와 문턱 사이 간격이 10cm밖에 안 나고 게다가 이 쇠창살까지 고정돼 있으면 현관문 쪽으로 물이 역류할 때 따로 비상 탈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평소 쇠창살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지하 집을 비롯한 폭우에 취약한 가구를 우선 대피시키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일가족 3명이 숨진 반지하층 건물을 예로 들면, 빗물이 반지하층 바닥의 20cm만 차도 물 무게는 약 1천kg에 달합니다.

반지하 거주자가 조금만 늦어도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빠르게 대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송규/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 물이 밀려올 때는 몇t의 힘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똑같은 무게라도 내려오는 속도가 있기 때문에 그 충격량은 배가 될 수 있거든요.]

지자체는 재해가 발생하면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해 전파합니다.

하지만 노인 등 취약계층이 사는 반지하 가구를 직접 찾아가 대피를 돕는 비상 인력은 따로 없습니다.

이웃들이 상황에 따라 대피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반일석/인근 주민 : 여기서 거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세입자분들 다 연락해서 다 나와라….]

서울시의 경우 반지하 집은 약 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5%에 달합니다.

서울시는 오늘 앞으로 반지하 집을 짓지 않고 기존 건축물은 모두 없애겠다고 했는데, 재난재해 취약 가구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매뉴얼부터 확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서동민·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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