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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8/5) : 앞에선 "잘해보자", 뒤에선 "형님뻘"…친한파의 망언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레터용 8월5일 섬네일

일본의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부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 망언을 했는데요, "일본이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한 적이 있었다. 일본은 형님뻘이다" "한국을 지도한다는 큰 도량으로 한일관계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죠. 근데 이 망언을 한 에토라는 중의원은 한일 의원 교류 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요, 망언한 시점도 두 나라 의원 모임이 2년 반 만에 합동회의를 연 어제(4일)였죠. 일본을 찾은 우리 의원들 앞에서는 '한일 교류 잘해보자'고 하고, 뒤에서는 망언을 뱉는 원로의 두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식민지였던 한국, 일본이 형님뻘" 망언


에토의 망언은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자민당 모임에서 한 말이 기사화된 거죠. "한국은 어떤 의미에서는 형제국이다. 확실히 말하면 일본이 형님뻘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됐죠. 망언은 계속 이어졌는데요, "한국과 확실히 협력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큰 도량으로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네요.

기자들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더니 에토는 "일본이 과거 한국을 식민지로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일본은 한국에 어떤 의미에서는 형님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고요, '한일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일본 국민은 미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한일 관계가 대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답니다.

에토 발언 "확실히 말해서 일본이 형님뻘입니다. 한국과 확실히 연계하고 협조하고 지켜보면서 지도해야 하는 큰 도량을 가지고"

또 "일본이 항상 지도적인 입장에 당연히 서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그 이유로 "경제력, 전후 일본의 국제적 위상, 국제기관에 있어서의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상위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해요.

에토의 망언을 보면 한국과 일본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상하가 분명한 수직적 관계라는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죠.

근데, 망언의 시점에도 의도가 있는 듯하네요. 두 나라 의원들의 교류 모임이 2년 반 만에 일본에서 합동회의를 여는 날 망언이 나왔으니까요. 우리의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의원들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어제(4일) 파트너인 일본의 일한의원연맹과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교류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에토 망언도 어제 나왔거든요.

한일의원 합동회의

게다가 에토는 일한의원연맹 소속이기도 하죠. 우리 의원들과 회의에서는 교류를 잘 해보자고 얘기하면서 일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일본이 형님뻘이고 한국을 잘 지도해야 한다'는 망언을 쏟아낸 거죠.
 

에토 망언에 "대단히 유감"


일본에 갔던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의 면면을 볼까요? 이양수·강민국·배현진(국민의힘), 윤호중·김한정·김주영·임오경·박재호(민주당), 강은미(정의당), 양향자(무소속) 의원인데요, 오늘(5일)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를 열었네요.

의원 연맹 간담회

연맹의 대표격인 간사장이 민주당 윤호중 의원인데요, 윤 의원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발언을 하셨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죠. 윤 의원은 "(어제) 합동간사회의를 하면서도 '김대중-오부치 정신'에 따라 역사 인식에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일본 측에) 말씀을 드렸는데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웠던 원로 의원이 그런 인식을 보여준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는데요, 김대중 오부치 정신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합의문 정신을 말하는 거죠. 당시 양국 정상은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죠.

윤 의원은 에토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은 피했네요. 

윤호중
사과 요구 등은 의논을 거쳐 결정하겠다. 개인 의견 말씀드릴 것은 아니다. 이런 인식이 최근 10년 내에 일본에 있어온 것은 저희도 알고 있다. 일본 극우적 시각 가지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우려하고 있다.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입장이 조금씩 달랐는데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얘기했죠. 특히 양향자 의원은 "에토 발언은 어쩌면 예전 기억에만 사로잡혀 있는 꼰대인식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이미 어떤 면에서는 일본을 추월한 선진국가이기도 하다. 이 발언은 쇠락한 나라의 정치인 허세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네요. 반면에 일부 의원은 "이런 문제가 한일관계 개선 논의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신중한 입장을 얘기했죠.
 

에토는 누구인가? 친한파 맞나?


에토는 경력이 화려한 정치인인데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최고 고문으로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에도 소속돼 있죠. 81세의 고령에다 무려 13선에 이르는 원로 의원인데요, 1995∼1996년 방위청 장관을, 2009∼2012년 중의원 부의장을 역임했죠.   

에토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으니 한국과 인연도 있네요. 아버지가 일제 순사였다고 해요. 해방이 된 1945년 일본으로 건너가 1970년대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니 정치 인생도 반 세기나 되네요. 

에토 방한

자민당 내 친한파 의원으로 분류되고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일본 대표단으로 방한해 윤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죠.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자주 참배해 왔는데요,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도 이름을 올린 적이 있네요.

에토 야스쿠니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매년 봄과 가을에 있는 예대제(제사)와 우리 광복절이자 일본 패망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데요, 에토가 참배하는 모습이 자주 공개되기도 했죠. 
 

본색 들통났나? 잊을만하면 터지는 망언


에토가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했다는 점, 일본 우경화를 이끈 아베파의 최고 고문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다시 말해 식민 침탈과 침략 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걸 일생의 과업으로 여긴 아베파 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제(4일)의 망언이 실언은 아닌 듯하네요. 

에토의 망언에 대해 우리 한일의원연맹의 일부 의원은 '실언'이라고 하고, 일부 의원은 '계획된 언행'이라고 해석이 엇갈렸는데요, '계획된 언행' 내지는 '본색 들통'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일한의원연맹 활동으로 얻은 친한파라는 꼬리표는 가면일 가능성이 크죠.  

야스쿠니 아베

문제는 일본의 책임있는 인사들의 망언이 잊을만하면 반복된다는 거죠. 우경화 흐름 속에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군국주의 본색을 버리지 않는 한 한일관계 개선도 쉽지 않겠죠. 망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반복되는 망언을 끊는 출발점 아닐까요?
 

오늘의 한 컷


레터용 우주개발역사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우주로 발사됐는데요, 우주 개발의 주요 순간을 한 눈으로 보시지요. 왼쪽부터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1호(1992년 8월), 아리랑1호(1999년 12월), 과학기술위성 1호(2003년 9월), 나로호(2013년 1월), 누리호(2022년 6월), 다누리(오늘) 사진이에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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