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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8/4) : 대통령이라면…펠로시 만나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펠로시 만남은 없다" → "만남 조율 중이다" → "만남 없다" → "전화 통화한다" 어제(3일)와 오늘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펠로시 만남에 대해 오락가락하다 전화 통화로 마무리됐죠. 오락가락하는 과정이 노출된 건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라는 말도 되죠. 만나자니 중국을 자극하게 되고, 안 만나자니 미국이 서운해 할테니까요. 싸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챙기면서 영리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쌓이고 있는데요, 갈수록 고차방정식이 되는 형국이죠.  
 

"40분 통화에 타이완 언급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의 전화 통화는 오후 2시 반부터 약 40분간 진행됐다고 해요. 꽤 길게 통화가 이뤄진 거죠.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서 통화했고요. 통화 내용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브리핑했네요. 타이완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해요.

김태효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일행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일정을 언급하면서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펠로시는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나갈 의무가 있다" "앞으로도 한미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나가자"고 말했답니다.

윤석열-펠로시

통화가 이뤄진 배경에 대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는데요,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 전달됐지만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울에 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냐, 2주 전 양해가 구해졌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펠로시 하원의장 타이완 방문은 약 1주일 뒤에 결정됐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공개적으로 중국을 의식했다고 말하기 곤란하지 않았을까요?
 

"만나야 하고, 만날 것이다"…빗나간 정치9단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을 볼까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 권력 서열 3위인 하원 의장이 왔는데 대통령이 안 만난다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라고 했는데요, 야권 인사들 가운데서는 윤 대통령의 펠로시 만남을 가장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고 확신했는데요,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 '정치 9단' 별칭을 내놓겠다고까지 했죠. '정치 9단'이라는 별칭이 정치인의 명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걸 건다는 건 장담한다는 얘기죠. 박 전 원장은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대학로 연극을 관람한 건 펠로시를 만나기 위한 암시라며 "만나지 않는다"는 입장은 "페인트 모션"이라고 해석했네요. 물론 박 전 원장의 확신에 찬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죠. 

박지원
안 만난다, 휴가 중이다. 이렇게 지금 페인트 모션을 하는 것 같아요. 페인트 모션을 하면서 어제 휴가 중이라고 하면서 대학로 연극 보러 나온 것도 암시를 하는 거예요. 
(..) 아니, 미국 권력 서열 3위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서울에 오셨는데 서울 땅에 같이 계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안 만난다? 이것은 얘기가 안 되죠. 저는 꼭 만나셔야 된다고 생각하고 또 중국도 이만큼 윤석열 대통령께서 신중하게 행보를 했다고 하면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 저는 그렇게 보는데 만약 안 만나시면 저 정치 9단짜리 내놓겠습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제목부터가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야 한다>네요.  

유 전 의원은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펠로시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안보상의 이유를 들고 있네요.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외교안보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다. 국방비 등 예산에 있어서도 의회의 힘이 막강하며 한미동맹에도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죠.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눈치보기 때문일 듯하다고 하면서, "한미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 초반부터 오락가락 외교는 우리 국가이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펠로시 만남을 촉구했네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중국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 초반부터 오락가락 외교는 우리 국가이익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안 만나길 잘했다"…대통령 칭찬한 야당


아무래도 민주당 측에서 펠로시를 만날 필요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윤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네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의겸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첫 문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예요. 펠로시를 슬쩍 피한 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는 거죠. "펠로시를 만나는 건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라"고 따끔하게 경고도 했죠.

민주당 김의겸 의원 (사진=연합뉴스)
펠로시를 만나는 건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거다.
나토에 갈 때 걱정하던 최악의 상황은 임시방편으로 비켜갔다. 아직 외교는 최소한도나마 작동은 하는 듯하다.
이제부터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어서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방한하는 것인 만큼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을 했는데요, 윤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네요.
 

미국 쏠림 제동? 만남 불발 진짜 이유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이유로 모두가 중국과의 관계를 들고 있는데요, '중국에 대한 배려', '중국에 대한 고려', '중국 눈치보기' 등의 표현을 쓰고 있죠. 근데 타이완 중앙통신이 '관감(觀感·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네요. 중국의 관감을 고려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죠. 

대통령실의 최영범 홍보수석은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문의에 대해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모호하네요.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압축적으로 드린 말씀이고 그 해석은 언론의 영역"이라고만 답했는데요, 부인한 건 아니니까 중국을 의식했다고 해석해도 되는 거죠. 

미중, 한국 등 나토 참석 놓고 충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한미동맹 복원을 최우선 외교 기조로 삼았고 출범 뒤에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미국에 치우친 외교를 벌여왔는데요, 이번엔 제동을 거는 모습이네요. 다소나마 중국과 균형을 잡는 모습이죠.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너무 민감하죠. 펠로시가 타이완 방문으로 미중 갈등에 불을 붙인 만큼, 방문 직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듯하네요. 중국의 반미 정서가 자칫 우리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요.

한미동맹 중시하는 외교 기조는 변함이 없지만 무역 규모 1위의 중국과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전화 통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읽히네요. 

암튼 펠로시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을 만났고, 기사다 일본 총리를 만날 예정인데요, 유독 윤 대통령과 만남만 성사되지 않았네요.  
 

오늘의 한 컷

   
햇사과

상자마다 사과가 가득하네요. 경북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인데요,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들이 경매를 기다리는 장면이에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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