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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8/1) : '만 5세 취학'에 뿔난 교육계…교육부는 몰랐나?

스브스레터 이브닝
스브스레터 이브닝(8/1) : '만 5세 취학'에 뿔난 교육계…교육부는 몰랐나?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만 5세로 초등학교 취학 연령 낮추는 방안 추진하겠다. 이런 학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교육계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네요.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가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고 있죠. 근데 반발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정책을 꺼내는 교육부 행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 총리 "국민불안 없도록 여러 의견 반영하라"


점심시간에 총리실에서 급하게 기자실에 자료를 돌렸는데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박순애 교육부총리에게 지시한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뿌린 거죠. 

자료를 보면, 한덕수 총리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살 하향 조정하기로 한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과 관련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국민 불안이 없도록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돼 있네요. 또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면서 학제 개편에서 고려할 점들도 열거돼 있고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면서 
당초 발표한 바와 같이 ▲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찬반 의견과 고충을 빠짐없이 듣고, ▲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 정책의 모든 과정을 언론에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소통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학제 개편안을 두고 학부모 사이에서 돌봄 공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총리가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죠. 
 

"확정안 아니다"…한 발 물러선 박순애


한덕수 총리의 지시가 있어서일까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확정된 안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학제 개편안에 대해 해명했네요. 

스브스레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입학연령 하향 관련 도어스테핑
 
박 장관은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너무 많은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고견을 경청하고 있다" "2만 명 이상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 설문도 실시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났죠.

그러면서 아무 대안 없이 학제 개편을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의견 수렴이 선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네요.   

스브스레터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입학연령 하향 관련 도어스테핑
"어머님들이 우려하는 돌봄에 대해서도 1학년과 2학년에 대해서는 전일제 돌봄, 저녁 8시까지 돌봄을 하겠다는 제안들도 갖고 있었습니다"
"폭넓게 의견수렴이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은 말씀드릴 때(발표할 때)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학부모, 전문가, 정책 연구 등을 통해서 시작해 나가는 것입니다"

박 장관은 아침에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했는데요,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물러섰죠. 당초 안대로 3개월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입학 연령을 앞당기면 최대 15개월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동급생이 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박 장관은 그런 우려 해소하기 위해 더 점진적인 학제 개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죠. 
 
'4년에 걸쳐서 1년씩 느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첫 번째 대안이다'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이 부분은 사실은 1~3개월하는 4년이 될 수도 있고요. 너무나 많은 우려사항과 어떤 선호도가 낮다라고 한다면 사실은 12년에 갈 수 있겠죠. 1개월씩 당겨서. (박순애 장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 중)
 

보수도 "반대"…뿔난 교육계 


정부가 신중 모드로 방향 전환했지만 교육계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죠.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이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했는데요, 참여한 단체가 40곳이 넘었네요. 범국민연대는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반대 이유가 '서열화와 사교육 경쟁' 등을 들고 있죠. 

스브스레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범국민연대는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만5세가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취학하게 된다는 것의 실질적인 의미는 1년 일찍 유아들을 잔인한 경쟁교육으로 내몰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열화 한다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죠. 특히 "배변 훈련조차 끝나지 않은 만2세, 만3세, 만4세 또한 초등학교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해주는 사교육 시장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네요.

그러면서 1) 만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 철회 2) 향후 교육정책 수립·결정과정에 학부모, 교원, 학생 등 교육 주체의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죠.  

앞서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 발달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요, "현재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한 살 많은 아이와 경쟁해야 하는 점 때문에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네요.

온라인 반대 서명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오후에 15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온라인 반대 서명은 포털사이트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느닷없는 발표…후폭풍 예상 못했나?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도 아니고요, 정권 인수 과정에서도 정책 과제로 채택된 적이 없죠.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됐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부작용 우려 때문에 검토 단계에서 끝났죠.

레터용 박순애 업무보고

근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순애 장관이 이 문제를 꺼낸 데 대해 '느닷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해요. 역대 정부에서도 검토하다 접을 정도로 복잡하고 예민한 사안을 꺼내면서 관련 단체 등을 상대로 사전 의견수렴도 없었거든요. 박 장관은 "교육청과 공식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도 했죠. 그러니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반발이 분출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죠.

정의당은 "학부모, 교사, 교육청 등 여론수렴 과정조차 없었고 일단 질러놓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식"이라며 '위험한 과속난폭운전'이라고 교육부 일처리 방식을 꼬집었죠.

절차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 정책에 대해 국민 수용성이 낮을 거라는 점도 예측할 수 있을텐데요, OECD 교육지표 2021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레터용 5세 그래픽

2019년 기준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만 6세이고요, 만 5세인 나라는 3곳밖에 안 돼요. 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를 보면, 초등학교 조기입학 아동의 수는 2009년 9,707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 2019년 651명, 2020년 521명으로 뚝 떨어졌죠. 교총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는데도 대부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조사로 확인되고 있죠.  

비록 교육과 돌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좋은 취지라 하지만 느닷없고 국민 수용성이 낮은 정책을 '전격' 발표하면 후폭풍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텐데요, 교육부가 둔감한 걸까요? 
 

오늘의 한 컷


레터용 경찰국

행안부 경찰국이 내일(2일) 공식 출범하는데요, 하루 앞두고 행안부에 경찰국 사무실이 마련됐네요. 국장 아래 3개의 과를 두게 되는데요, 인사지원과장에는 방유진 총경이, 자치경찰지원과장에는 우지완 총경이 보임됐고요, 총괄지원과장은 행안부 임철언 부이사관이 맡게 됐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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