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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매년 재활용 쓰레기 수만 톤 수입, 왜?

지금 보신 이 패션쇼, 일반적인 패션쇼 같지만 좀 다른 것이 있습니다.

여기 선보인 옷들은요,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버린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의류입니다.

재작년 말이었죠. 폐플라스틱을 고품질로 재활용하겠다면서 정부가 전국 아파트에서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아 수거하는 제도를 시행했고, 리사이클 섬유를 이용한 의류는 패션업계에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런데 이 친환경이라는 페트병 의류 리사이클, 잘 되고 있을까요?

경상북도의 한 재활용업체, 페트병을 가져다 의류용 장섬유 원료인 재생칩을 만드는 곳입니다.

장섬유 원료를 만드는 것은 일반 재활용보다 공정이 훨씬 까다로워서 국내 업체는 아직 2곳밖에 없습니다.

이 2곳에서 작년에 만든 재생칩 물량이 월평균 100톤입니다.

그럼 이 100톤으로 만든 실제 장섬유는 얼마나 될까?

화학섬유협회가 밝힌 재활용 장섬유 원사 물량은 작년 한 해 월평균 1,100톤입니다.

원료에 비해 만들어진 제품량이 10배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비밀이 일본산과 중국산 재생칩 수입이라는 것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의류업계 관계자 : 일본에서 나오는 재생칩을 사서 생산하는 경우도 있고요. 중국산으로 사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이걸 단수로 쓰지 않고요. 복수로 사용합니다. (섞어서?) 네.]

지난해 들여온 일본산 재생칩만 2만 톤이 넘습니다.

중국산은 아예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국내) 재생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수입된 재생자원에 의존한다고 한다면 국내 환경 문제는 또 도외시하는 반쪽짜리 (친환경 마케팅인 셈입니다.)]

국내의 그 많은 페트병들은 왜 장섬유용으로 못 쓰이는 것인지, 아파트 수거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재활용품 더미에는 일반 플라스틱류와 투명 페트류가 각각 다른 비닐망에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하지만 선별 업체 차량은 양쪽 구분 없이 짐칸에 옮겨 실은 뒤 집게 팔을 눌러 비닐망을 터뜨립니다.

순식간에 일반 플라스틱과 투명 페트가 뒤섞입니다.

[투명 페트 선별 업체 직원 : 어차피 (선별장에 가서) 재작업을 해야 하니까 (일반 플라스틱과 투명 페트를) 섞어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아파트 주민들이 애써 빈병 세척하랴 라벨 떼어내랴 분리 배출에 공들인 것이 헛수고에 그친 것입니다.

이 재활용품은 선별 업체로 옮겨진 뒤 수작업으로 처음부터 다시 선별 과정을 거칩니다.

문제는 뒤섞이는 과정에서 이물질 등에 오염이 돼 당초 정부가 말한 장섬유나 식품용기 같은 고품질 재활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투명 페트 별도 수거 시스템을 통해 선별 업체로 반입된 물량은 한 달에 1,900톤, 이 중 정부가 얘기한 대로 장섬유 같은 고품질 재활용 용도로 쓰인 분량은 고작 100톤입니다.

전국에서 한 달에 재활용되는 전체 페트 재질 플라스틱 2만 톤 가운데 0.5%에 불과한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도 장섬유용 투명 페트 물량이 귀한데 앞으로는 몸값이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의류용 장섬유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새 페트병을 만들 때 유럽처럼 폐페트 재활용분을 의무적으로 섞어 써야 하는 제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고품질 재활용 정착을 앞당길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박진호·김세경·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윤태호, VJ : 정영삼, CG : 서승현·조수인, 화면출처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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