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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이나 '규정 위반' 뒤늦은 신고의 씁쓸한 뒷맛

[취재파일] 윤이나 '규정 위반' 뒤늦은 신고의 씁쓸한 뒷맛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해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인기 스타로 떠오른 19살 신인 윤이나 선수의 '규정 위반(오구 플레이)'에 대한 뒤늦은 자진 신고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25일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냈을 때 만해도 초반에는 '어린 선수가 경험 부족으로 그런 실수를 했구나, 모처럼 대형 스타가 탄생하나 했는데 참 안타깝다'는 일부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진 신고의 시점과 방식 등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죄질'이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여론은 악화하고 있습니다.
 

'규정 위반' 한 달이나 숨기다 뒤늦게 신고

윤이나는 자신의 사과문에 쓴 대로 '6월 16일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 러프에서 친 공이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는 걸 15번 홀 그린에 올라가서 알았고,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대로 플레이'했습니다. '오구 플레이'를 인지한 시점에서 바로 신고했으면 2벌타로 끝났을 일을 한 달 넘게 숨겨왔고, 공교롭게도 당시 윤이나의 백을 멨던 캐디와 결별한 후에 '부정행위'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7월 15일 오전 대한골프협회에 뒤늦게 자진 신고 메일을 보낸 것입니다.
 

골프 협회에 '자진 신고' 후에도 대회 출전 강행…첫 우승 회견에서도 '사과' 없어

7월 15일은 윤이나가 데뷔 첫 우승을 한 대회(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의 2라운드 날이었습니다. 자진 신고 하루 전 그 대회 1라운드에서 윤이나는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에 올랐고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생애 첫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매 라운드 300야드 안팎의 폭발적인 장타로 화제를 모았고 팬들은 윤이나의 샷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윤이나는 우승 후 언론 인터뷰에서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힘이 난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얼떨떨하다"고만 얘기했을 뿐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 다음 주 대회(호반클래식, 7월 22일~24일)까지 출전해 3라운드를 완주했습니다. 더구나 호반클래식 대회 개막 이틀 전인 7월 20일 대한골프협회가 윤이나의 한국여자오픈 성적을 '컷오프'에서 '실격'으로 수정했다고 통보했음에도 윤이나와 소속사는 대회 기간 내내 이 사실을 숨기고 발표하지 않다가 골프계에 소문이 확산하자 어쩔 수 없이 뒤늦게 공식 사과 문을 내고 투어 중단을 선언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이 들고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LPGA 투어 윤이나 선수 생애 첫 우승 당시

다수의 골프 관계자들은 "만약 윤이나가 뒤늦긴 했지만 KLPGA 투어 첫 우승 기자회견에서 '규정위반 자진신고' 사실을 털어놓고 즉시 남은 대회 출전 중단을 선언했다면 그나마 지금보다는 사과의 진정성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아직 어린 선수인데 주변 어른들의 지도와 판단이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골프협회 중징계 피하기 어려울 듯…선수 생활에 큰 위기

대한골프협회는 곧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윤이나의 징계를 결정할 예정인데 중징계를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10년 이상 경기 위원을 해 온 A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오구플레이를 한 달이나 늦게 신고한 사례는 전무하다. 양심 불량 등의 사유로 골프인의 품위를 훼손한 경우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의 출전 정지, 또는 영구 제명까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는 대한골프협회의 징계가 나오는 대로 따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윤이나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선수가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또 주변 어른들의 적절하지 못한 상황 판단 때문에 탁월한 기량을 제대로 꽃 피워 보지도 못하고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 뒤늦게 '규정 위반' 실토…윤이나, 활동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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