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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내가 마시는 우유의 나비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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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독자 여러분은 내 돈으로 무언가를 살 때 이런 고민한 적 있나요? 환경을 위한 소비는 하고 싶은데, 내가 사는 이 물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를 때 말이죠. 뭔가 똑 부러지게 알고 소비하고 싶은데 알쏭달쏭해서 고민했던 적 있었나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특집을 가져와봤습니다. 이름하여 <나비효과> 시리즈입니다! 내가 고른 이 아이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은 소비의 날갯짓이 저 먼 곳에 어떤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지 데이터로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에게 친절하게 풀어 볼 생각입니다. <나비효과>의 대망의 첫 번째 주제는 바로 우유입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반적인 젖소의 우유도 있고, 심심치 않게 보이는 식물성 대체 우유도 있잖아요. 우유 소비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내가 마시는 우유의 나비효과는?"
 

우유 급식하던 그때 그 시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첫 우유에 대한 추억은 아마 우유 급식 때일 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우유 급식에 대한 기억 어떤가요? 초등학생 시절에 우유 급식 당번에 걸리면 짝꿍이랑 우유 냉장 보관소 가서 찾아와야 해서 번거로왔던 기억이 있는데… 흰 우유가 맛이 없어서 타 먹는 분말 가루를 넣어 먹는 경우도 많았고 말이죠.

이 우유 급식을 특별히 우리나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윈스턴 처칠이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투자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영국에서는 우유 급식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거든요. 국제낙농연맹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 세계 62개국에서 우유 급식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유를 먹는 어린이들의 규모는 1억 6,027만 명 정도로 추산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우유 급식의 처음은 언제였을까요? 시작점을 알려면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첫 시작은 박정희 정권 시절입니다. 당시 정부는 1962년에 시범 사업으로 우유 급식이 시작됐어요.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70년엔 당시 서울 소재의 국민학교를 대상으로 우유 급식을 실시했고, 1980년엔 우유 급식비 부분 지원을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됐죠. 그리고 지금까지 우유 급식은 진행 중입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우유 급식률과 우유급식 예산

다만 우유 급식률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어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의 우리나라 우유 급식률과 우유 급식 예산을 그래프로 그려봤습니다. 2021년 우유 급식률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거의 반타작이죠. 2012년엔 52.5%였던 급식률이 2021년엔 28.1%까지 떨어졌어요. 특히 초등학교의 감소세가 눈에 띕니다. 2012년 초등학교 우유 급식률은 82.2%였는데, 작년엔 37.5%! 반면 우유 급식 예산은 무상 급식 대상 인원이 늘어나면서 10년 전보다 332억 원 증가했어요.

그런데 우유 급식 왜 하는 걸까요? 우유 급식은 교육부가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해 우유 급식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은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데 우유만큼 좋은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2022년 최근 연구 결과를 봐도 국내 청소년 90%가 칼슘 부족으로 조사될 정도로 여전히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는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가장 손쉽게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우유를 급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반면 우유 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인의 유당불내증을 이야기합니다. 유당불내증은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해서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증상을 말하는데, 한국인의 75%가 유당불내증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1994년에 조사된 자료더라고요. 시차가 있지만 이 논문을 보면 한국인의 유당 소화 장애율을 살펴보니 남성의 80%, 여성의 73.3%가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 우유 급식을 반대하는 쪽에선 소화가 어려운 우유 대신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낙농업 탄소 배출 = 비행기 X 2


누구나 먹어야 했던 우유 급식도 과거에 비해서 비율이 줄어들고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낙농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우유 소비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떠올려봐도 그렇지 않았잖아요. 과거에 지구온난화와 함께 자주 언급되었던 게 바로 낙농업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마 "소의 트림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준다"라는 문장 자주 들어봤을 거예요.

낙농업이 탄소 배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길래 그랬던 걸까요? 지금부터는 낙농업의 탄소 배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어마어마하게 사용되는 땅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지구에 극지방, 사막 등을 빼고 거주할 수 있는 땅이 전체 육지의 71% 정도 되거든요. 면적으로 보면 1억 400만㎢ 정도죠. 이 중에 절반이 농업에 이용되고 있는데, 농지 가운데 무려 77%가 가축을 위해 사용되고 있어요. 가축을 기르는 데만 4,000만㎢를 사용하고 있는 거죠. 대한민국의 면적이 10만㎢ 정도니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나요? 오로지 이 땅을 경작하고 가꾸는 데에 발생하는 탄소가 전체 인간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의 4.2%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본격적으로 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살펴볼게요. UN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서 2005년과 2015년의 유제품 탄소 배출량을 비교해봤어요. 2005년 유제품의 탄소배출량은 14억 5,580만t입니다. 10년이 지난 2015년엔 18% 증가한 17억 1,180만t으로 집계됐어요. 2015년 17억t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항공기 배출량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17억t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소의 트림과 방귀에 포함된 메탄이에요. 위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유제품을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탄소 중 트림과 방귀가 차지하는 비율이 58.5%나 되죠.

과거보다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여전히 우유를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우유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FAO의 통계자료를 보면 2000년 소 우유 생산량은 4억 8,934만t이었는데 2020년엔 7억 1,804만t으로 늘어났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생산량 대비 탄소배출량은 덜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5년과 2015년 사이 유제품 생산량은 30% 증가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18%밖에 늘어나지 않았거든요. 낙농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우유 1㎏당 온실가스 배출 강도가 11%나 감소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유제품을 안 먹으면 되는 겁니다. 그 영향인 걸까요? 2019년 말 미국의 최대 우유업체인 딘 푸즈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뒤이어 2020년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우유업체 중 하나인 보덴 유업도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요. 파산 신청을 한 이유는 우유가 과거만큼 안 팔린 탓이죠. 1975년 미국인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247파운드(112㎏)였지만 40년이 지난 2018년엔 146파운드(66㎏)로 41%나 감소했습니다.
 

환경 가성비가 떨어지는 흰 우유


그래서 식물성 대체 우유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귀리, 아몬드, 감자, 쌀, 코코넛 등… 식물로 만든 우유를 일반 우유 대신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일반 흰 우유 대신 대체 우유를 선택했어요. 이미 북미 시장의 스타벅스 매장에선 15~20%의 고객들이 대체 우유가 들어간 음료를 마시고 있을 정도입니다. 2021년 미국의 식물성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어느새 26억 달러로 잠깐 유행을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대체 우유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6년 전 세계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146억 달러 규모로 파악되는데, 2021년엔 178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죠. 물론 전체 우유 시장에서 일반 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대체 우유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동물성 우유와 식물성 우유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땅 사용 규모

그렇다면 식물성 대체 우유들은 탄소가 얼마나 덜 나오는지 살펴봐야겠죠? 식물성 우유와 일반 흰 우유 1L를 생산하는데 배출되는 탄소가 얼마나 되는지 시각화로 나타내 봤습니다. 뭉게뭉게 그려진 검은 구름이 각각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나오는 탄소량입니다. 단언 흰 우유가 압도적이죠. 흰 우유 1L를 생산하는데 드는 온실가스는 3.15㎏. 반면 식물성 우유는 대부분이 1㎏ 이내입니다. 쌀 우유가 그나마 1.18㎏으로 높았고, 두유 0.98㎏, 귀리 우유 0.90㎏, 아몬드 우유 0.7㎏ 순으로 나타났어요.

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물의 양, 땅 면적, 부영양화 지표로 보더라도 흰 우유는 환경 가성비가 좋지 못해요. 젖소의 문제는 지나치게 땅도 많이 차지하고 물도 많이 쓰면서 분뇨 같은 오염 물질도 많이 나온다는 거거든요. 땅을 얼마나 이용하는지로 보더라도 역시나 흰 우유가 압도적이죠. 위의 그림에서 압도적인 흰 우유의 면적 보이나요? 가장 차지하는 면적이 넓습니다. 흰 우유 1L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땅은 8.95㎡. 반면 식물성 대체 우유들은 채 1㎡가 필요하지 않죠.
 
Q. 카페에서는 왜 식물성 대체 우유에 추가 금액을 요구할까?

지난 3월, 가수 폴 매카트니와 환경단체 PETA가 스타벅스 CEO에게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지구와 동물 복지를 위해서 식물성 우유에 대한 추가 요금 부과를 중단하라”는 내용이었죠. 미국 스타벅스는 우유 대신 두유, 코코넛 우유, 아몬드 우유, 오트 우유로 대체 음료 선택권을 넓혀왔지만, 고객들이 두유를 제외한 옵션들로 변경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했거든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두유와 오트(귀리) 우유밖에 선택지가 없고, 오트 우유는 600원의 추가금액을 내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보다 친환경적인 메뉴들을 제공하고자 올해부터 이런 대체 우유 옵션에 추가금액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어요.

일부 소비자들은 식물성 우유에 대한 추가 요금이 채식인들에게 불합리한 비건 택스(vegan tax)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물과 환경에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는 생활방식에 불이익을 준다는 거죠. PETA는 대체 우유에 추가 요금을 내는 것이 유당불내증이 많은 유색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스타벅스는 추가 요금이 고객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입장입니다. 스타벅스 측에서는 "고객이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모든 음료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면서 "가격은 시장마다 다르다"고 말했어요. 식품 시장 리서치 회사인 Mintec에 따르면 식물성 우유의 소매가격이 유제품 우유의 약 두 배라고 해요. 더 가격이 높다는 특징도 추가 요금에 영향을 줬을 겁니다.
 

대체 우유의 한계점은?


그렇다고 식물성 대체 우유가 만능인 건 아닙니다. 일단 영양분에서 차이가 존재하거든요. 동일한 우유 100g에 들어있는 영양분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미국 농무부의 FoodData를 가져와봤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 자료를 쓰려고 했는데 업체별, 상품별로 영양 차이가 있어서 표준 정보를 제공해주는 미국 농무부의 데이터를 가지고 왔어요. 이 점 양해 바랄게요.

우선 칼로리를 비교해보면 식물성 대체 우유들이 전반적으로 칼로리가 낮습니다. 우유의 대표 영양소인 칼슘은 다른 대체 우유들도 부족하지 않았어요. 단백질은 일반 우유가 가장 높습니다. 게다가 일반 우유가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은 이른바 완전단백질로 우리 건강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히 들어있어서 다른 대체 우유에 비해 강점이 있죠. 식물성 우유의 무기는 비타민D입니다. 일반 우유에는 부족한 비타민D가 식물성 대체 우유에는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게 강점이죠.
식물성 우유의 영양소

영양 외에도 고려할 지점은 여전히 있습니다. 식물성 우유가 동물성 우유보다 친환경적인 건 맞지만 정말 ‘친환경’인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일단 아몬드. 아몬드는 기르는 데 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전체 아몬드 공급의 80%가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이전 마부뉴스에서도 다뤘지만 캘리포니아가 대가뭄으로 고생 중이잖아요. 가뜩이나 물이 부족해서 잔디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금지한 마당에 아몬드를 위해 지하수를 계속 퍼올리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코넛 우유에 쓸 코코넛 생산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첫 번째 <나비효과> 특집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우유 소비에 이면에 숨겨져 있는 환경 이야기를 데이터로 정리해봤습니다.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추가로 던지는 질문은 대체 우유에 대한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대체 우유를 소비할 생각이 있나요? 혹은 이미 대체 우유를 먹고 있다면 왜 마시고 있는지, 어떤지 아래 댓글을 통해 리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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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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