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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사라진 보물, 누가 어디로?

<앵커>

청와대가 개방된 지 50일 넘게 지났습니다. 관람객은 누적 100만 명을 넘어섰고 경내에 있는 여러 문화유산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과거에는 분명히 청와대에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사라진 보물들도 적지 않습니다.

청와대 개방과 함께 나오는 뒷 이야기들을, 임상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거친 옷과 거친 음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더불어 논의할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유묵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이 작품을 1976년 한 대학의 이사장이 청와대에 기증했습니다.

[이주화/안중근기념관 학예팀장 : 그게 기관(청와대)에 기증을 한 건 지, 그 기관장 개인(대통령)한테 기증을 한 건지가 약간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소유관계가 불분명했던 이 유묵은 잘 있을까.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이 행방을 묻자, 청와대는 "유묵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뒤늦게 도난 문화재 목록에 올렸지만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박선규/당시 새누리당 대선 선대위 대변인(2012년 12월) : 박근혜 후보가 자택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가지고 있다, 나쁜 짓 해서 집에 보관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확산되고 있는데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이주화/안중근기념관 학예팀장 : 전두환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미술품을 전부 다 법원에서 압수해서 경매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 근데 그 과정에서도 이건 나오지 않았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 사진들입니다.

대통령의 발밑으로 호랑이 가죽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가족사진에도 등장한 이 호피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습니다.

신군부 세력이 12·12 쿠데타로 집권하는 과정에서 어디론가 빼돌려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그게 남아 있다면, DNA 검사를 통해서 상당히 중요한 조선호랑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했던 1호 대통령 인장도 사라졌습니다.

각종 법령의 공포문,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임명장 등에 찍었던 국새만큼 중요한 국가 상징입니다.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역사적 유물이고 상당히 문화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데… 굉장히 좋은 재질의 도장이기 때문에 누군가 아마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청와대 영부인 접견실에 있던 수억 원대 나전칠기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노태우-김영삼 정권 교체기 때로 짐작할 뿐 누가 어디로 가져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칠용/당시 나전칠기 제작·납품자 : 대한민국 최고의 정부 기관인데 나쁘게 말하면 도둑놈들이 들끓는다는 얘기 아닙니까?]

권력의 공백기, 교체기에 벌어진 이 석연치 않은 일들은 번번이 쉬쉬하며 묻혀버렸습니다.

독재와 군사정권, 민주화를 거치는 동안 청와대가 줄곧 외부의 눈과 귀가 차단된 구중궁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은밀한 공간에서 부도덕하게 사리사욕을 채웠던 사람들이 이제라도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윤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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