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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곽 드러난 KAI 사장 후보들…7대 우주강국에서 낙하산 쟁탈전

[취재파일] 윤곽 드러난 KAI 사장 후보들…7대 우주강국에서 낙하산 쟁탈전
▲ KF-21과 FA-50 등을 생산하는 KAI 항공동. 태극기와 KAI 회사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지분율 26%)이 최대주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속절없이 이른바 '낙하산' 사장과 임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입니다. 낙하산의 법적 근거는 없는데 역대 7명의 사장은 모두 정치적 낙하산이었습니다. 정권이 교체됐고 마침 안현호 현 사장의 임기도 거의 끝났으니 "KAI 8대 사장이 누구냐"에 방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낙하산 후보는 총 3명입니다. 영남 지역구의 국회의원 출신 A씨, 전 육군 참모총장 B씨, 전 공군 참모총장 C씨입니다. 모두 윤석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들입니다. A 전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B와 C 전 총장이 추격하는 형국입니다.

셋 중 누가 되든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KAI 사장 자리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낙하산입니다. KAI와 방산업계에서는 "첨단 항공우주기업 KAI는 항공우주 문외한인 낙하산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가를 사장에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A 전 의원과 KAI의 '끈끈한' 관계

한국형 전투기 KF-21은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두루 이전받아 개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4월 미 측은 우리 정부에 4가지 핵심기술의 이전 거부를 통보했습니다. 같은 해 9월 SBS 보도로 관련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정부는 꽁꽁 숨겼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대책도 안 세웠습니다. 10월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한미 간 협의가 벌어졌지만 미국의 뜻을 뒤집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달 비행시험 돌입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이 한창인 KF-21

이때 A 전 의원은 국방부 차관이었습니다. 국방부 차관은 방사청 지휘와 청와대 보고, 핵심기술 이전 거부 대책 마련의 책임이 있는 직위입니다. 전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A 전 의원은 2015년 10월 차관직을 내려놓았지만 이는 책임을 지는 차원이 아니라 출마를 위한 것이었다", "KF-21이 나락에 빠질 뻔한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의 불똥을 운좋게 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A씨는 지역구 공단과 지역구 대학의 항공 관련 학과에 대한 KAI의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KAI의 당시 사장, 해당 대학 총장 등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 항공산업 전문가는 "A 전 의원은 결국 정치에 투신할 텐데 KAI 사장이라는 지위는 지역구 관리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위 그룹의 추격과 전문가 기용의 열망들

A 전 의원이 앞서 달리고 있지만 전 육군 참모총장 B씨와 전 공군 참모총장 C씨의 경쟁력도 간단치 않습니다. 전 육군 참모총장 B씨 측은 "KAI에 육군이 웬말이냐"는 비판에 "KAI 2대 사장도 길형보 전 육군 참모총장이었다"며 반박합니다. 육군의 과학화를 선도한 경력을 앞세워 첨단산업 지휘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B씨의 한 측근은 "최악의 낙하산은 정치인 낙하산"이라며 "B 전 총장은 안보·과학의 전문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전 공군 참모총장 C씨는 전투기를 잘 아는 전문가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참모총장 시절 KAI의 경공격기 FA-50, 훈련기 T-50 수출을 위해 군사 외교를 펼쳤던 적도 있습니다. C씨의 측근은 "다른 후보들은 항공우주 분야의 문외한이지만 C 전 총장은 전투기 최고 전문가이자 전투기 수출 지원 능력도 검증된 인물"이라며 "C 전 총장은 엄밀히 따져 낙하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항공우주기업 KAI가 KF-21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의 위상을 세우게 됩니다. 이달 들어 KF-21의 엔진 가동이 시작됐습니다. 다음 달부터 KF-21 사업의 최고 난도 과정인 비행시험에 돌입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고등훈련기 수요로 인해 국산 경공격기 FA-50 수출 시장이 미국과 중부 유럽에서 열릴 참입니다.

KAI 앞에 KF-21 고난도 개발의 시간과 FA-50 사상 최대 수출 마케팅의 시간이 동시에 도래했습니다. KAI 지휘부의 개발 및 마케팅 지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전투기 개발과 마케팅 분야 절정의 전문가가 KAI를 이끌어야 한다는 바람이 KAI 뿐 아니라 방산업계에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부 승진 또는 외부 전문가의 기용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KAI의 한 중견 직원은 "낙하산은 '부대'를 이끌고 와서 회사 전체를 뒤흔든다", "내부 승진은 조직을 정화하고 직원들 희망과 비전을 키워 KAI의 경쟁력을 배가하는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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