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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분히 기다려주세요…윤찬이가 물 흐르듯 음악 할 수 있도록

임윤찬을 가르친 손민수 교수, '스승의 마음'

[취재파일] 차분히 기다려주세요…윤찬이가 물 흐르듯 음악 할 수 있도록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18살 피아니스트가 유명 콩쿠르에서 화제를 뿌리며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으니 큰 '뉴스'라는 건 당연하지만, 그 파장이 이렇게나 길고 강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임윤찬을 2017년부터 가르쳐온 피아니스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SBS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 <커튼콜>에서 모시고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였습니다. 왜 임윤찬이 그를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승하고도 심란하다는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마음을 팟캐스트 1부 [▶듣기]에서 전해드렸는데, 오늘(27일) 2부 [▶듣기]를 공개했습니다. 이번에도 인상적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커튼콜 손민수

마린 알솝이 임윤찬과 한 무대가 '내 음악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했다는 얘기를 여기서 처음 들었고요. 임윤찬이 작곡도 현대음악 연주도 즐긴다는 얘기, 유학과 또 다른 콩쿠르 출전 계획 여부 등등,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 다 여쭤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임윤찬이 앞으로도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의 음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차분히 지켜봐달라고 한 스승의 이야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팟캐스트 주요 내용을 발췌 요약해 전해드립니다.
 

파고들고 또 파고드는 윤찬이, 나도 존경한다

Q. 콩쿠르 경연이라는 느낌이 없는 특별한 연주였는데
A. 윤찬이가 인터뷰에서 새벽 4시까지 연습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보다 더 오래, 밤을 꼬박 새고 연습한 날도 많다. 윤찬이가 연습한 걸 한국에 있는 저한테 보내오면 듣고 나서 통화하는데, 시차 때문에 새벽까지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1차, 2차 라운드 때는 메시지 보내온 시각이 미국에선 아침 6시, 7시라서 걱정돼서 잠 좀 자라고, 그만 해도 된다고 말렸는데, 윤찬이는 너무 열중해서 시간이 그렇게 지나는 것도 몰랐다. 파고들고 또 파고드는 그 모습이 저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윤찬이의 모습이다.
그런데 연주를 들어보면 어떤 욕심이나 성취 욕구, 내가 이뤄내야 하고 완벽해져야 하고, 이런 게 아니다. 내 마음을 음악에 담아내는 과정인데, 해결해야 할 곡은 너무 많고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 내가 음악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계속 같이 동행하고 발맞춰서 들어가 보는 거였고, 윤찬이에게는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 텐데?) 그렇게 연습하고 나서 너무 힘들고 지친 정신으로 연주를 들어가면, 멍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저를 포함해 대다수의 연주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윤찬이는 그것도 넘어선다. 아무리 피로해도 음악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열정으로, 꽉 쥐고 그걸 절대 놓지 않는다.
 

음악에 내 마음이 오롯이 담길 때까지

이번 콩쿠르에서도 쳤던 모차르트 협주곡을 처음 한국 무대에서 연주할 때의 일이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윤찬이는 곡을 정말 완벽하게 준비해서 레슨을 받으러 왔는데, 음악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어서 뼈있는 말을 좀 했다. 이 곡이 담은 고통과 상처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네 마음이 음악에 깊이 들어간 것 같지 않다고.

그다음 날이 첫 리허설이었는데, 윤찬이는 레슨받고 귀가해서 잠을 한숨도 안 자고 밤새 연습했다고 한다. 그게 왜 대단한 일이냐 하면, 그 모차르트 협주곡을 한 음도 안 틀리고 완벽하게 칠 수 있는데, 다음날이 리허설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밤을 새우고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윤찬이는 음악에 자기 마음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노래 하나하나에 내 마음을 담아내려고 연습을 한다는 건데, 정말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음악에 진실되게 접근할 수 있는지, 저도 감탄스럽다. 이번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도 이렇게 똑같이 한 것 같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 가장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콩쿠르 준비할 때도 경연 시각에 맞춰 연습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새벽 4시까지 연습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 이전에 공연도 해봤던 곡인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궁금했는데, 임윤찬에게는 음악에 내 마음을 담아낼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군요. 수상이 목표가 아니라 정말 음악이 깊어지기만을 바라며 콩쿠르에 나갔다고 하니까요.)
 

지휘자 마린 알솝 "내 음악 인생 하이라이트"

마린 알솝과 임윤찬

Q. 지휘자 마린 알솝은 임윤찬과 협연할 때 표정부터 다르고, 단순한 콩쿠르 반주가 아니었다.
A. 마린 알솝이 윤찬이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3번이 자기 음악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직접 심사위원 중 한 명한테 전해 들은 얘기다. 마린 알솝이 윤찬이와 협연하며 울컥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본인도 그럴 거라고 어떻게 예상하셨겠는가. 너무나도 뛰어난 지휘자이신데, 윤찬이와 말도 많이 안 해봤을 텐데, 그냥 음악과 음악 사이에서 만난 거다. 음악 안에서 만나버린 거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사람과 사람을 화합시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음악으로 윤찬이가 완전히 화합을 이뤄버린 것이다. 그걸 듣는 사람들도 다 느꼈다. 눈물 흘린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건 음악의 경이로움을 느낀 것이다. 내가 사전에 이 음악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감동이 배가된다기보다는, 그냥 모르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어봤을 때 나한테 전달되는 의미가 크다면, 그게 사실 더 중요한 클래식 음악의 역할인 것 같다.

*저도 그의 음악을 듣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까지 눈물을 흘렸다는 '고백'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몰입과 열정으로 음악의 본질에 다가간 연주는 '사전지식'이 없이 듣더라도 음악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만듭니다. 그렇게 위대한 음악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혼을 불사르며 연주하는 모습 자체가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Q. 웹캐스트 진행자였던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조이 로(Anderson and Roe 피아노 듀오 멤버로도 유명한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역시 윤찬이 연주가 끝나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일생일대 명연'이라고 극찬했는데.
A. 거기서부터 윤찬이한테 모두 다 홀려들어갔던 거다. 콩쿠르 중계 방송에서 공정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을 텐데,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마음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Q. 자신은 정작 연습의 30%밖에 못했다고 했는데?
A. 윤찬이는 과장해서 말하는 법이 없으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가 연습할 때 추구했던 것들을 연주할 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본인도 모르고, 아마 자기가 어떻게 쳤는지 다시 들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대에서 완전히 음악 속에 빠져들어간 것밖에는 기억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 저도 사실 연주자로서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윤찬이 연주는 연습할 때의 30%가 아니라 어떤 부분은 300%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윤찬이가 그 끊임없이 채워 나가려는 자세를 잊지 않기 바란다.

Q. 오케스트라와 교감하는 모습이 남달랐는데.
A. 앙상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아야 상대방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될 테니까. 그런데 윤찬이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그런 훈련이 잘 되어 있고, 몇 년 전부터 윤찬이 연주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운 좋게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콩쿠르에서도 오케스트라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던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Q. 때로는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A. 피아니스트는 지휘자 이상으로, 어떤 악기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다 알고 있어야 한다. 윤찬이는 라흐마니노프 3번 같은 경우는 눈 감고도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속속들이 어떤 디테일이 움직이고 있는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지휘하는 것처럼, 본인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음악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임윤찬은 작곡도 하고, 현대음악 연주를 즐긴다

Q. 작곡도 한다고 들었는데 윤찬 군이 쓴 곡을 들어보셨는지.
A. 하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자꾸 안 들려주려고 한다. '제발 선생님한테도 한 번 들려줘', 하는데 잘 안 들려준다. 이번에는 돌아오면 한번 좀 물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저도 알아야 이거 계속해도 되는 건지 나름대로 판단을 좀 할 텐데. 예전에 어디 협연 무대 끝내고 앙코르를 자기가 쓴 곡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그날 제가 못 간다는 걸 확실히 알고 한 것 같다.

Q. 현대곡 연주를 즐겨하고 이번에 신작최고연주상도 받았는데.
A. 저는 러셀 셔먼 선생님한테 배워서 현대곡 연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윤찬이도 그 뿌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몇 년 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 나갔을 때도(당시 15살의 나이에 최연소 우승) 윤이상의 곡을 정말 훌륭하게 연주했다. 현대 작곡가 토마스 아데의 너무너무 어려운 곡도 해결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현대음악을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냐, 비록 관객 호응이 적더라도, 이건 후세에 남기고 지켜야 할 우리의 유산이다,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현대 사회 음악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늘 학생들에게 하고 있다. 윤찬이는 자신이 그런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아마 앞으로 윤찬이 리사이틀에선 그런 곡들도 듣게 될 것이다.

(사진=클라이번 재단 제공)

*임윤찬은 이번 콩쿠르를 위해 작곡된 스티븐 허프의 '팡파레 토카타'를 첫 라운드에서 연주해서 신작최고연주상도 받았습니다. 영국의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스티븐 허프는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이기도 했습니다. 결선 두 번째 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이 가장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앞선 라운드 연주들도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홈페이지에 임윤찬 관련 영상을 다 모아놨길래 링크 남깁니다.  [▶임윤찬 영상 모아보기]

Q. 지난해 한 공연에서도 중학생인 또래 친구 작품을 프로그램에 넣고 앙코르도 현대곡으로 한 게 인상적이었다.
A. 그때 작곡가 이하느리의 곡을 쳤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 드리자면, 사실 처음에는 제가 누군지 잘 몰라서 반대했다. 그런데 그 악보를 딱 보자마자 감탄했다. 윤찬아, 이건 정말 꼭 하자, 하고 너무 신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저도 고마웠다. 이하느리라는 작곡가의 활동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하느리는 이미 두 장의 음반을 내며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 16살의 작곡가입니다. 임윤찬은 지난해 하우스콘서트 신년음악회에서 이하느리의 피아노 소품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켰고, 앙코르로 작곡가 리게티의 '세 개의 바가텔'을 연주했습니다. 저로선 임윤찬의 '실연'을 처음 봤던 자리였는데, 이전에 음악계 인사들이 전했던 '극찬'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차분하게 지켜봐달라…자기 음악을 자기 템포로 해나갈 수 있도록

Q. 혼자 하는 음반 녹음이 무대 연주보다 좋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는데. 그래서 공연은 안 할까 봐 걱정하는 음악 애호가들이 있었다.
A.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그렇게 살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내 음악만 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윤찬이의 특별한 음악, 중요한 순간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람들한테 잘 나눠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헨릭 쉐링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늘 '나는 음악의 대사(Ambassador)'라고 했다는 얘기를 윤찬이한테 전해준 적이 있다. 윤찬이가 음악을 지조 있게 지켜내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할 수 있는 '음악의 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유학 계획은? 또 콩쿠르 나갈 계획이 있는지?
A. 유학은 지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윤찬이가 몇 년에 걸쳐서 어떤 선생님한테 배우고 이럴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은데, 바로 콘서트 투어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윤찬이를 정말 잘 이해할 수 있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유학 문제에 대해 섣불리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다. 콩쿠르는 본인이 죽어도 나가겠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저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 아마도 지금 윤찬이의 분위기나 상황을 보면 더 나갈 필요도 없을 것 같기는 하다.

Q. 올림픽 금메달은 '목표'일 수 있지만, 연주자에게 콩쿠르 우승은 목표라기보다는 출발점. 임윤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A. 윤찬이를 위해서 제일 좋은 것은, 한 2년만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폴리니가 쇼팽 콩쿠르에서 어린 나이에 우승하고 오랫동안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콩쿠르 우승 직후에는 연주를 많이 했겠지만, 그렇게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다시 등장했다. 윤찬이도 인생을 자신의 템포대로, 물 흐르듯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본인이 원할 때 강물로도 나가고 바다로도 나가고, 원하지 않으면 그냥 작은 연못에 머물러 있다가. 그렇게 본인의 템포를 본인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지금 상황을 보면 사실 의문이 든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윤찬이가 음악을 해나가는 과정을, 조금은 여유 있게, 차분하게, 지켜봐주시는 거다. 지금 모든 걸 한꺼번에 담아낼 수도 없고 다 보일 수도 없다는 걸 이해해주시면 윤찬이가 더 편하게 음악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윤찬이도 저도, 지금 눈만 돌리면 기사가 쏟아져서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윤찬이는 자기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고 하지 않나.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기가 좋아하는 순간에 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렇게 물 흐르듯이 갈 수 있게 많은 분들이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티끌 없이 순수한 음악과 윤찬이만 남았다…윤찬이의 '마법'

Q. 정말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A. 윤찬이의 마법에 빠졌나 보다. 아무런 티끌들이 들어가 있지 않은 연주를 위해 본인이 수없이 깎아내면서 힘든 순간들을 다 이겨낸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음악과 윤찬이만 남아있는 그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서, 윤찬이가 음악 한가운데 들어가서 심장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음악 외적인 다른 것들을 마음 속에서 떨어뜨리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남아있는 게 오로지 그 음악과 윤찬이. 그 모습을 봤을 때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저도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긍지를 느낀다. "그래, 정말 음악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게 이런 거였지" 하면서 저도 정말 뿌듯하고 영감을 받는 경험을 하고 있다. 제가 콘서트에서 경험했던, 정말 감격에 겨웠던 몇 번 안 되는 순간들 중에 한 번을 윤찬이 연주가 차지하게 됐다.

Q. 후배 음악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일단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경청하되 본인의 생각을 굽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로서, 자기 생각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굳게 믿고 성장시켜나갔을 때 얼마나 또 아름다운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또 항상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윤찬이는 저한테 배우고 난 후로 한번도 먼저 콩쿠르 나가겠다고 한 적이 없다. 콩쿠르가 있어야만 뭔가 모티베이션이 생긴다고 콩쿠르를 준비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음악만을 보고, 정말 철저하게, 마치 매일이 연주인 것처럼 찾아 나가다 보면, 훨씬 더 큰 음악을 해나갈 수 있다. 현재 눈 앞에 있는 것들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더 멀리 보고, 내 안에서 내 음악이 숨 쉬고 자라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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