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교용지부담금 산정때 세입자도 독립 가구"

재개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세대수를 산정할 때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독립 가구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서울 은평구 A 재개발조합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 조합은 지난 2020년 은평구에 1천464세대를 분양하는 규모의 정비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12월 구청은 조합에 11억8천여만 원의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했습니다.

학교용지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택지개발 등 사업자에게 해당 지역 학교용지 확보를 위해 일정 금액을 부담시킬 수 있습니다.

부담해야 할 액수는 '새로이 분양하는 세대수'에서 '기존 거주하는 세대수'를 뺀 값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임대주택 분양은 증가분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조합과 구청의 계산식이 달라 문제가 됐습니다.

조합은 기존 세대수를 '1천195세대'로 계산했다.

이 경우 임대주택 분양분을 제외하면 증가하는 세대수가 없으므로 부담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구청은 기존 세대수를 '850세대'라고 봤는데 이는 교육부 해석례에 따라 모든 다가구주택을 1개 세대로 계산한 결과로 1천195세대 중 345세대의 세입자 가구가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구청 측은 "다가구주택 세입자는 주로 단독주택 일부 공간을 임차해 생활하는 1인 가구인 관계로 학교 수요를 유발할 가능성이 없고, 주거 안정성이 낮아 정비사업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합 측 계산식이 맞는다고 보고 구청이 부과한 학교용지부담금 전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의 특성상 실제 거주하는 인구의 증가 여부가 중요하므로 다가구주택의 세입자를 개별 독립 가구로 계산하는 것이 합당하고 봤습니다.

또 구청이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독립 가구의 수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채 건축물대장만을 기초로 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