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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연구팀, 세계 최고 학회에 '표절 논문'…지도교수는 몰랐나

<앵커>

오늘(25일)은 서울대 인공지능 연구팀의 논문 표절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학회에 제출했고 우수 논문으로도 선정됐는데, 알고 보니 여러 논문을 베낀 표절 논문이었던 것입니다. 의혹이 제기되자 저자들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먼저, 정성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성진 기자>

CVPR 학회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입니다.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미국에서 개최됐는데, 서울대 연구팀의 논문이 우수 발표 논문으로 선정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분야 학회인 미국 CVPR(6월 19~24일)에 제출된 서울대 표절 논문

하지만, 그제(23일) 발표 직후 유튜브에 논문 표절을 고발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서울대 논문을 여러 다른 논문들과 비교했는데, 2019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논문에서는 단어 하나 바꾸지 않고 똑같은 문장이 발견됐고, 논문의 핵심인 수식은 지난해 발표된 해외 연구그룹의 논문과 구조가 똑같습니다.

서울대 논문의 표절 부분 (유튜브 참고)

이들 논문에 대한 인용 표시는 전혀 없습니다.

베낀 논문들은 이밖에도 2018년 미국 버클리대학 논문, 202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논문과 영국 옥스포드 논문 등 무려 10편에 가깝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지 한나절 만에 논문의 제1저자와 공동저자 등 4명이 표절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제1저자인 김 모 씨는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어떠한 징계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3명의 공동저자는 "논문 주요 작성은 제1저자가 했다"면서 "하지만, 표절을 찾아내지 못한 데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CVPR 학회에 홀로 참석했던 제1저자 김 모 연구원은 조만간 귀국해 서울대 측 조사에 임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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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표절 논문 교신저자는 서울대 윤성로 교수입니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정부 연구비를 받는 '리더 연구자'로도 선정됐습니다. 그만큼 학계에 권위자로 통하죠. 윤 교수에게 표절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정다은 기자>

표절 논문의 교신저자에는 서울대 인공지능연구소 윤성로 교수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윤성로 교수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과학기술부가 연간 8억 원 안팎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리더 연구자'로 선정됐습니다.

국내에 남아 있던 윤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표절 사실을 확인한 뒤 CVPR 학회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며 "제1저자인 김 모 연구원이 귀국하면 서울대 차원에서도 징계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VPR 측도 SNS에 "표절은 용납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고, 세계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교신저자임에도 표절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윤 교수는 "교신저자와 공동저자는 제1저자와 논문 내용을 함께 살펴보긴 하지만, 다른 논문과 일일이 비교하며 표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연구자들의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SNS에는 "다른 연구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쓰레기 같은 행동", "국내 머신러닝 분야 논문이 물건 찍어내기 식으로 만들어지다 벌어진 사건"이라는 평가도 올라왔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최고 권위의 학회인 CVPR 위상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외 학자들은 한국의 표절 논문을 충분한 검증 없이 우수 발표 논문으로 선정한 과정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유미라,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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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표절 문제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성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표절 왜 못 걸렀나?

[정성진 기자 : 우선 표절 논문의 제1저자가 서울대 인공지능연구실의 박사과정 김 모 연구원이고요, 다른 저자 4명은 서울대 소속이고, 나머지 1명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속입니다. 즉, 국내 최고 연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출한 논문인데, 학회 발표 전까지는 표절 의혹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이게 제1저자와 공동저자, 교신저자가 논문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논문을 베꼈다거나 인용 여부를 명확히 했다거나 이런 부분들은 서로 따지지를 않는다는 것이거든요. 표절 여부에 대해서는 제1저자한테 믿고 맡긴다는 것입니다. 지도교수이자 교신저자인 윤성로 교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나서 논문 표절 의혹을 확인해보니 제1저자인 김 모 연구원이 다른 저자들이, 공동저자들이 써준 글을 인용하는 대신에, 표절 논문의 글을 썼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는 자체적으로 논문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논문 표절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의무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국내 연구진에 영향?

[정성진 기자 : 그렇죠. 그 부분이 걱정인데요, 먼저 표절 저자가 된 김 모 연구원은 해당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이미 철회가 됐고요, 지금 현재 심사를 받고 있는 예비 논문 2편도 철회가 된 상황이고, 서울대 연구팀은 김 모 연구원이 추가 표절 의혹이 있는지도 확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연구원, 이 연구팀의 다른 논문들도 전부 표절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해외 학계에서 서울대 연구팀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연구팀들의 논문까지도 심사·검증하는 과정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지난 2004년 줄기세포 분야의 논문 조작이 있었던 황우석 교수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거든요. 결국 논문 표절을 막기 위해서 표절 심사 과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고, 공동저자나 교신저자가 논문 표절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제1저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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