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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보행자 위협하는 횡단보도 '우회전' 이젠 범칙금

[뉴스쉽] 보행자 위협하는 횡단보도 '우회전' 이젠 범칙금
서울 강서구의 한 교차로. 보행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 상황.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로 발을 내딛는 순간 승용차 한 대가 우회전하며 횡단보도를 빠른 속도로 가로질렀다. 파란색으로 바뀐 신호등만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들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이 엄마는 재빨리 아이의 어깨를 잡아 채 뒤로 물러 세웠다. 파란 불로 바뀐지 한참이 지났지만 보행자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회전하려는 차 한 대가 슬금슬금 횡단보도로 머리를 들이 밀더니 보행자가 지나가기 무섭게 스치듯 지나갔다. 보행자를 위한 파란 신호등에도 마음 편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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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교차로와 횡단보도 우회전 방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7월 12일부터 적용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횡단보도 우회전에 대한 '일시 정지' 의무가 강화된다. 아래 짧은 영상을 보자. 이럴 때 운전자인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전방의 차량 신호등은 빨간색이다. 보행자 신호는 파란색이지만 보행자는 없다. 혹시 헷갈리시는 분들은 아래 바뀌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보시면 된다. 

도로교통법

보행자 목숨 위협하는 횡단보도 '우회전' 

우리나라는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횡단보도 신호가 파란색이어도 우회전을 허용하고 있다. 직진이나 좌회전과 같이 따로 교통 신호 없이 '비보호 우회전'을 적용하다 보니 통행은 사실상 운전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물론 현행 도로교통법 25조에는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보행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27조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차량 운행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을 물게 돼 있다. 하지만 법에 명시된 ‘보행자 주의’나 ‘방해나 위험을 주는 행위’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는데도 위협적으로 우회전을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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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부터 3년 간 우회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보행자는 212명이다. 최근 5년 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3명 중 1명은 보행자다. 지난 5월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1만 7,312명 중 보행 사망자는 6,575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38%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9.3%(2019년도 기준)보다 2배 정도 높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교통사고의 보행 사망자는 1,093명이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보행 사망자의 52.5%(574명)가 횡단보도에서 사망했다. 보행 사망자를 줄이려면 횡단보도에서 우회전 차량에 대한 모호한 통행 규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사고위치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5월 1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시내 교차로 6곳을 조사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 우회전한 차량 823대 중 53.8%(443대)는 차량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차량 중 26.9%(221대)는 보행자에게 양보는 했지만 차를 멈추지 않고 계속 횡단보도에 접근했다. 완전히 멈춘 차는 전체의 19.3%(159대)에 그쳤다. 그나마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을 때 정지한 차량 159대 가운데 28.3%는 횡단보도 위에서 정지했다. 보행자 입장에선 횡단보도에서 뒤늦게 정지하는 차량도 위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교통안전공단

 [이렇게 바뀐다] 차량 신호가 '파란색'일 때

교차로는 본래 차량이 아니라 보행자가 우선이다. 그런데도 운전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사고가 이어지면서 경찰은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보행자의 기준이 확대되고, 교차로 통행 시 우회전 통행 방법이 바뀐다. 사례 별로 살펴 보겠다.
01 직진
차량 신호가 파란색이다. 우회전 해서 만나는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이다. 이때는 서행하면서 우회전 하면 된다. 

사람없을때
차량 신호가 파란색인데, 우회전해서 만난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파란색이고 보행자가 없는 경우다. 역시 천천히 우회전 해도 된다. 


1 경찰청 5번그림
자, 그런데 보행자가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일시 정지' 한 뒤에 보행자가 다 건너면 그 다음 우회전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개정 전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는 때’로 바뀌면서 운전자가 보호해야 할 보행자의 기준을 확대했다. 이를 적용하면 횡단보도 위 보행자가 없어도 보도 상에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할 때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바뀐다] 차량 신호가 '빨간색'일 때 

차량 신호가 빨간색이라면 간단하다. 정지선, 횡단보도, 교차로 직전에서 일단 멈추면 된다. 
전방 빨간색
차량 신호등이 빨간 불이고 바로 앞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도 빨간 불일 경우, 일시 정지한 후에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우회전 한다. 
빨간불1
차량 신호가 빨간색이고 바로 앞 횡단보도가 녹색 등인 경우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일단 정지하고 그 뒤에 통행하는 혹은 통행하려는 보행자가 없다면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행해 우회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보행자의 발이 횡단보도에 조금이라도 걸쳐져 있으면, 무조건 멈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아래 영상을 보자. 서행해 우회전을 했고, 보행자 사고도 없었다. 그런데 신호에 따라 진행 중이던 직진 차량과 부딪혔다. 그렇다면 우회전 차량이 '신호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 
한문철 티비
▲ 출처 : 유튜브 '한문철TV' 

대법원 판례를 보자. 교차로의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이고 횡단보도 보행 신호등이 파란색이고 우회전을 했다. 사고가 안 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사고가 나면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경찰에 적발은 안 돼도 사고가 나면 본인 과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원은 신호 위반 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만큼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이라 해도 '신호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단속이 되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고로 재판을 받게 된다면, 재판 결과에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보행자 우선' 인식 개선을 위해 7월부터는 단속도 강화된다. 우회전 법규를 어기면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이는 무인 카메라로 차량 주인에게 부과되는 '과태료' 와는 다르다. 범칙금은 경찰의 현장 단속에 걸렸을 때 부과되는데 벌점이 있다. 벌점을 받으면 보험개발원으로 해당 정보가 전달되는데, 주요 교통 법규 위반이나 일정 벌점 이상이면 보험료를 올릴 수 있도록 자동차 보험 약관에 명시돼 있다.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를 2~3번 위반하면 보험료가 5%, 4번 이상이면 10% 이상 할증된다.
직진과 우회전

도로교통법 개정...핵심은 '사람이 먼저' 

화제의 중심에 있는 '우회전' 뿐 아니라 7월부터 바뀌는 도로교통법 개정 사항에 이런 것들도 있다. 역시 골자는 '보행자 보호'다. 

우선 '보행자 우선 도로' 제도가 도입된다.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 도로에서는 보행자 통행이 우선이다. 보행자 우선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도로 전체를 통행할 수 있다. 운전자에게는 서행과 일시 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생긴다. 이를 어길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7월부터는 도로 외의 곳을 지나는 운전자에게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생긴다. 아파트 단지 등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장소'를 지나는 운전자도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 서행 또는 일시 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역시 20만원 이하의 벌금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어린이 보호 구역 내 보행자 보호도 강화한다.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라도 보행자의 통행 여부와 상관 없이 일단 정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교통 법규 위반 항목이 대폭 확대된다.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영상 기록 매체로 입증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이 13개 추가됐다. 추가된 항목은 진로 변경 신호 불이행, 진로 변경 금지 위반, 안전 지대 진입 금지 위반, 차 밖으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 유턴·횡단·후진 금지 위반, 안전 운전 의무 위반, 이륜차 안전모 미착용,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이다. 
바뀌는 주요 내용

사고 잦은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 도입

강력한 단속과 보험료 할증은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사후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사고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우회전 신호등' 도입이다. 이르면 내년 초 전국 곳곳에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하면 보행자용 신호에만 의존했던 운전자들의 혼란이 상당히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현행법 상으로는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일부 지자체만 자체적으로 우회전 신호등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우측 신호등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전국 곳곳에 우회전 신호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시행 규칙 개정안에는 지자체의 장 등이 1년 동안 3건 이상의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역,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이 섞이는 경우가 많은 곳 등에 우회전 삼색등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되면 비보호 우회전이 불가능하고 오른쪽 화살표 등이 켜졌을 때만 지나갈 수 있다.

도로교통법
다시 영상으로 돌아가 보자. 7월 12일부터 적용되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정답(?)을 확인해 보겠다. 차량 신호가 빨간색이고,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이다. 그렇다면 일단 멈췄다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지,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 지까지 확인하고 우회전을 해야 한다. 

사실은 이런 복잡한 설명과 긴 해설을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로는 운전자이지만, 언제든 보행자이기도 하다. 또 우리의 부모님, 아이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빨리 가겠다고 가속 페달을 밟으며 우회전 핸들을 돌릴 수는 없지 않을까. 

▶ 참고 1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8222, 판결]

【판결요지】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연접하여 설치되어 있고 차량용 신호기는 교차로에만 설치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차량용 신호기는 차량에 대하여 교차로의 통행은 물론 교차로 직전의 횡단보도에 대한 통행까지도 아울러 지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횡단보도의 보행등 측면에 차량 보조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하여 횡단보도에 대한 차량용 신호등이 없는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경우에 그러한 교차로의 차량용 적색 등화는 교차로 및 횡단보도 앞에서의 정지 의무를 아울러 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와 아울러 횡단보도의 보행등이 녹색인 경우에는 모든 차량이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정지하여야 하고, 나아가 우회전하여서는 아니되며, 다만 횡단보도의 보행등이 적색으로 바뀌어 횡단보도로서의 성격을 상실한 때에는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를 통과하여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다른 차마의 교통을 방해하지 아니하고 우회전할 수 있다. 따라서 교차로의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고 교차로에 연접한 횡단보도 보행등이 녹색인 경우에 차량 운전자가 위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지 아니하고 횡단보도를 지나 우회전하던 중 업무상과실치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단서 제1호의 ‘신호위반’에 해당하고, 이때 위 신호 위반 행위가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이상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이라 하여도 위 신호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함에는 지장이 없다. 
▶ 참고 2 
보행 신호는 파란 불일까? 초록 불일까? 

신호등 불은 초록색 (자세히 보면 청록색 같기도 하다)인데 왜 파란 불이라고 표현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빨간 불-초록 불이 맞을까? 빨간 불-파란 불이 맞을까?
국립국어원의 답은 이러하다. "한국어의 고유어인 '파랗다'는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 점에서 '청색'과 '(연)녹색'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쓰인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신호등의 녹색 불을 '파란불'이라 한다고 하여 틀린 것은 아닙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 교통 신호의 하나를 가리키는 단어로 '파란불'이 올라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표준 국어 대사전에는 없으나 우리말샘에 올라 있는 '초록불'로 쓰는 것 또한 틀리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구성 : 장선이 기자 / 콘텐츠디자인 : 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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