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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성남FC 상세 후원금 내역을 공개합니다

[끝까지판다] 성남FC 후원금 자료 입수 ② 성남FC 연도별 후원금 상세 자료 공개

[단독][취재파일] 성남FC 상세 후원금 내역을 공개합니다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시민구단으로 인수했던 성남FC의 후원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등 대기업들이 현안 해결을 위한 대가로 성남 FC에 후원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이 사안의 구도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의 승마지원과 비슷하다고 주장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 혐의를 받았던 '삼성 승마지원' 의 요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에게 말 제공을 요구하고, 승계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던 삼성은 '제3자'인 최서원-정유라 모녀에게 혜택을 제공했다는 겁니다. (특검은 이 혐의에 '뇌물죄'를 적용했고, 대법원도 뇌물죄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관 일부는 이 사안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 삼성을 후원금을 낸 대기업들로, 최서원-정유라 모녀를 성남FC로 치환하면 같은 구도가 된다는 게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입니다.

경찰은 이 의혹에 대해 한차례 무혐의 처분했지만, 고발인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수사팀은 올 초 후원금 유치 과정과 사용내역에 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수사팀 의견을 묵살하면서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이에 반발해 사직하는 일이 벌어졌고, 검찰은 결국 두산건설의 후원금에 한해 성남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지시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이재명 의원 측은 계속되는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는 '사골 우려먹기'라고 반박합니다. 재임 시절 인수한 시민구단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후원금을 유치한 것은 '성과'라면서 어떤 부당한 대가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비선실세' 최서원 모녀에게 혜택을 제공한 것과 공개 인수한 시민구단이 후원금을 유치한 것은 명백히 다르다고도 항변합니다. 이재명 의원 측은 "경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했음에도 사정당국이 스포츠를 정치에 악용"하고 있다며 "애먼 시민구단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사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 속, 의혹 자체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이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규명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의혹 규명의 핵심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거액 후원금 모집에 부정한 대가성이 있었는지 ▲후원금은 어떻게 들어왔으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2가지를 밝히는 데 있습니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 팀은 이 의혹의 핵심과 관련, 2014년 이후 성남FC의 기업 광고 후원금 유치 내역과 입출금 기록을 전부 입수했습니다.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기업들이 언제, 어떤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금액을 후원했는지는 의혹을 규명하는 단초이지만, 지금까지는 성남시와 성남FC의 거부로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던 자료들입니다.
 

시민구단 첫해, 기업 9곳 23억 원 내…대장동 일당의 '푸른위례프로젝트'도

성남fc 취재파일용 디콘 디자인 사진
<표1> 2014년 성남FC 광고 후원금 집행 내역 (입수된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정리)


SBS 탐사보도부는 성남FC 법인계좌의 입출금내역을 전수 분석해 시민구단 전환 이후 기업들이 언제, 얼마의 후원금을 냈는지 정리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시민구단 전환 첫 해인 2014년, 성남FC는 기업 9곳으로부터 23억 원의 광고 수익을 거뒀습니다. 위 <표1>은 성남FC에 광고금을 집행한 기업들과 액수를 정리한 것인데, 당시 성남시와 관련해 주요 현안이 있었던 기업들을 실명으로 처리했습니다.

2014년에는 농협은행이 14억 원으로 가장 많은 광고 후원금을 냈습니다. 농협은 당시 성남시 시 금고 재지정을 앞두고 있어 대가를 바라고 후원금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푸른위례프로젝트'라는 건설 개발사가 두 번째로 많은 5억 원의 광고 후원금을 냈다는 점입니다.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이른바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동업자 정재창씨와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설립한 회사입니다.

2015년, 기업 15곳 81억 원 후원…'용도변경' 두산건설도 첫 후원

성남fc 취재파일용 디콘 디자인 사진
<표2> 2015년 성남FC 광고 후원금 집행 내역 (입수된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정리)

이듬해인 2015년엔 광고후원금 규모가 기업 15곳, 81억여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낸 곳은 한 해 33억 원의 광고후원금을 집행한 차병원입니다. 차병원은 2015년 5월, 성남시와 숙원사업인 '첨단(줄기세포) 의료시설 조성'에 관한 협약을 맺었는데, 두 달 뒤인 2015년 7월 성남FC와 33억 원의 후원 협약을 맺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후원금을 낸 곳은 19억 원을 집행한 시민단체 '희망살림'입니다. '희망살림'은 취약계층의 빚 탕감을 돕는 '주빌리은행'을 운영해왔는데, SBS 취재 결과 희망살림이 성남FC에 낸 후원금은 자체 자금이 아닌, 네이버가 후원한 자금 40억 원에서 나온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이버 관계자 성남FC 관련 인터뷰

이외에도 농협, 알파돔시티, 두산건설, 현대백화점 등이 <표2>와 같은 광고후원금을 2015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수사당국은 이들 중 특히 두산건설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남시는 지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했고, 두산그룹은 이후 이 자리에 37층 규모 분당 두산타워를 지었습니다. 올 초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성남지청 수사팀은 용도변경 이후 두산건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 이재명 의원의 측근인 이 모 전 경기도주식회사 대표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경위에 대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6년 기업 18곳 63억 원, 2017년 기업 13곳 41억 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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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2016년 성남FC 광고 후원금 집행 내역 (입수된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정리)

2016년에는 18곳의 기업이 성남FC에 광고금 63억 원을 후원했습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낸 곳은 전년도에도 가장 많은 후원금을 냈던 '희망살림'과 두산건설로 20억 원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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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4> 2017년 성남FC 광고 후원금 집행 내역 (입수된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정리)

2017년에는 13곳의 기업이 41억 원을 후원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역시 두산건설이 가장 많은 22억 원을 냈습니다.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이 성남FC에 정확히 언제, 얼마의 후원금을 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재명 성남 떠난 뒤 급감한 후원금…성남 FC "2부 강등과 고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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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5> 2018~2021년 성남FC 광고 후원금 집행 내역 (입수된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정리)

이재명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성남을 떠난 뒤, 성남FC에 대한 기업들의 후원금은 급격히 감소합니다. 2018년에는 기업 6곳이 18억 원을 후원해 전년도보다 반 넘게 후원금 액수가 줄었습니다. 2019년에는 기업 5곳이 11억 원, 2020년에는 4곳이 14억 원을 후원해 액수나 기업 수가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시절에 비해 뚜렷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광고 후원금이 감소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시절 측근 등에게 지급됐던 광고 유치 성과금 지급도 2018년부터는 사라지게 됩니다. SBS가 입수한 <성남FC 보조금 집행 감사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성남FC는 2018년부터 광고 후원금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2부 리그 강등과 수사기관 고발로 후원금 모집이 어려워졌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재명 의원 측은 재임시절 인수한 시민 구단에 큰 후원금을 유치한 것은 '능력'이자 '성과'라는 입장입니다. 부당한 대가를 약속하거나, 부당한 대가를 취한 것도 없었고, 시민구단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 기업들의 후원금을 유치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법적인 처벌 영역과 별개로, 아직도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공적인 평가와도 결부돼 있습니다. 광고 후원금을 납부할 당시 기업들이 성남시에 현안이 있었다는 건 단순히 오비이락 차원의 일이었고, 대가성 없이 광고후원금이 집행된 것이라면,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도리어 정치인 이재명의 능력을 방증하는 사례가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공적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대가성 있는 돈을 끌어왔고 주변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부정한 이득을 취한 것이라면, 이 의혹은 정치인 이재명의 권력 남용의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 판다' 팀은 앞으로도 후원금의 성격을 규명할 단서와 수사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취재해 나가겠습니다.

▶ [단독][취재파일] 성남FC 성과금 규정 이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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