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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간병 끝 참극…'위기 가족' 느는데 실태도 모른다

<앵커>

조현병이나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던 부모들이 더는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습니다. 긴 간병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이들 돌봄 가족 가운데 35%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떠올린 적이 있는 걸로 조사됐는데, 그 고통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먼저 한성희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의 한 빌라에서 65살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옆에는 20년간 조현병을 앓아온 30대 딸이 일산화탄소 중독 상태로 쓰러져 있었고, 현재 병원 치료 중입니다.

어머니 김 씨는 "다 내 유전자 때문"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유서처럼 남겼습니다.

딸의 병간호에 대한 심적 부담을 수차례 가족에게만 털어놨습니다.

[이웃주민 : 만나면 그냥 인사하고 지냈지, 이런 상황까지 벌어지는 건지는 몰랐죠. (만나서 보면)우울해 보이지 않았는가….]

김 씨는 지난 20년간 딸의 병간호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 : (정신질환자 병간호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해 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2년 전 서울 강서구에서도 60대 어머니가 23년간 돌보던 조현병 딸을 숨지게 했습니다.

[조현병 환자 가족 : (돌봄 부담이)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은 지적장애, 자폐증 같은 발달장애 가족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 살인은 지난 3년 동안 23건, 올해만 7건으로 지난달에만 4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후유증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은영/발달장애인 가족 : 사는 게 지옥이라고 얘기하거든요. 하루 종일 너무나 힘든 친구하고 살아야 하니까….]

지난 4월 서울시 조사 결과, 정신장애와 발달장애 등 고위험군 장애인의 가족 돌봄자 중 36.7%가 우울·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겪고, 35%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거나 떠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조현병 정신장애와 발달장애 유병률은 각각 1천 명당 6명, 1명 정도로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가족이 극단적 선택의 위기에 내몰렸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의 지역별 분포와 경제 수준을 조사하고 병간호 시기 중 언제가 가장 위험한지 신속히 파악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윤 형,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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